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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평론

[경북일보]이태수 시집 ‘시간 여행’…흘러가는 삶 속 찰나의 빛을 찾다
아트코리아 | 조회 18
이태수 시집 ‘시간 여행’…흘러가는 삶 속 찰나의 빛을 찾다
곽성일 기자kwak@kyongbuk.com
2026년 10월 16
 

스물다섯 번째 시집에 ‘후창’ 이후 쓴 시 78편 수록
강물·거울·는개 따라 과거와 현재의 자신을 마주하다



▲ 이태수 시집 시간 여행

강은 그 자리에 있지만 강물은 끊임없이 떠나간다. 강가에 선 사람도 머물고 싶다는 마음과 달리 시간 속을 흘러간다. 이태수 시인의 스물다섯 번째 시집 ‘시간 여행’(문학세계사)은 이처럼 익숙한 풍경에서 시간과 존재를 향한 물음을 길어 올린다.

올봄 펴낸 시집 ‘후창’ 이후의 작품을 묶었다. ‘오늘 여기’, ‘빈손’, ‘저물녘의 솔숲’, ‘고독의 초상’, ‘강물이 강을 떠나듯’, ‘두 예술가’, ‘오늘 쓰는 시는’, ‘마지막 새날같이’ 등 78편을 실었다. 흐르는 물과 자신을 되비추는 거울, 는개에 잠긴 산책길을 따라 과거와 현재, 다가올 날의 자신을 만난다.

“나는 언제나 이 자리에 있고 싶다/그러나 이 자리에 있고 싶은 나도/강물이 흘러와서 가버리듯/가지 않으려 해도 가고 있다”

‘강물이 강을 떠나듯’의 화자는 강물 앞에서 머무를 수 없는 자신의 삶을 바라본다. 가고 싶은 곳이 아닌 데로만 가는 듯해 멈추고 싶지만, 강가의 소나무마저 “같은 자리에 선 채 간다고” 말하는 듯하다. 흐르는 강물과 뿌리내린 나무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시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의 처지를 드러낸다.

‘어느 날 강가에서’에서는 물길을 거스르는 기억과 아래로 흐르는 강물이 교차한다. 눈을 감으면 걸어온 길이 다가오고, 잃어버린 풍경 속에서 그리운 사람들과 이미 세상을 떠난 친구를 만난다. 그러나 강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과거로 향하던 발길도 돌아선다. 눈을 뜬 자리에는 여전히 아래로 흐르는 강물이 있다. 회상에 잠겼던 시선이 다시 현재의 삶으로 돌아오는 순간이다.

물이 흘러가는 시간을 보여준다면 거울은 서로 다른 시간의 자신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다. ‘고독의 초상’에서 거울 앞의 나와 거울 속의 나 사이로 지난날의 나와 다가올 날의 내가 끼어든다.

“거울 속의 나는 시공도 아랑곳없는지/가거나 올 나를 두루 데리고 와서/지금의 나와 어우러지게 부추기기도 한다”

이 만남이 남기는 감정은 쓸쓸함에만 머물지 않는다. 시인은 “나는 외롭기보다 고독한 것 같고/고독한데도 마음은 되레 푸근해진다”고 쓴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여러 시절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시간으로 넓어진다.

음악도 현재의 시간과 공간에 다른 풍경을 겹쳐 놓는다. ‘겨울 창가에 앉아’에서는 눈보라를 바라보며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을 듣는다. 겨울 창가로 몇 해 전 아내와 함께했던 베네치아의 새소리가 찾아오고, 눈을 감으면 봄날이 펼쳐진다. ‘두 예술가’에서는 시간이 흐르며 낡아가는 악기와 사람의 몸을 통해 유한한 생과 예술의 관계를 헤아린다.

그렇다고 과거의 자신을 오래 붙들어 둘 수는 없다. ‘는개, 꿈’의 화자는 는개 자욱한 강가에서 옛날의 자신과 마주하지만, 다가오던 모습은 이내 멀어진다. 거울이나 사진첩에서 보던 얼굴과의 조우도 잠시, 그 순간마저 는개 속에 묻힌다.

‘는개’는 안개보다 굵고 이슬비보다 가는 비의 순우리말이다.

이러한 명상은 지금 맞는 순간을 향한다. ‘이른 아침에’에서 시인은 “마지막 날을 맞이하듯/뛰어내리는 햇살을 그러안”는다. 나리꽃과 멧새들 역시 “이 찰나를 절정으로 여기면서” 햇살을 받아들이는 듯하다. 흘러간 시간을 돌아보던 시선이 눈앞에 피어나는 생명의 움직임에 머문다.

해설을 쓴 박진임 문학평론가는 “그의 시편들은 마치 비발디의 “사계’처럼 우리를 현실의 시간과는 다른 시간대로 데려갈지 모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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