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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8

❘이태수 칼럼❘ 양 떼 목장의 교훈 경북신문 2026. 5. 13
아트코리아 | 조회 30
❘이태수 칼럼❘
양 떼 목장의 교훈
경북신문 2026. 5. 13
 
 
완만한 언덕 위에서 양들이 풀을 뜯어 먹고 있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고 평화롭다. 이런 장면은 서양 어느 나라를 여행하면서 바라본 목장 풍경이기도 하고, 양 떼의 모습을 앵글에 담아 떠올리는 사진을 통해서 보던 풍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나 양 떼가 먹이를 찾는 풀밭 풍경이 평화롭기만 하지 않을 경우도 있다. 그런 풀밭에서 양들을 공격하는 염소가 섞여 있을 때가 그렇다고 한다.
그러나 목동들이 양들을 기를 때는 그 대열에 일부러 염소를 끼우는 경우가 적잖다고 한다. 양과 염소의 속성을 부딪치게 하려는 의도 때문이라는 것이다. 본성이 느긋하고 빨리 움직이기를 싫어하는 양들 사이에 잠시도 느긋하게 있지 못하고 뿔로 들이받으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염소를 끼우면 큰 효과를 부를 수 있어서라고 한다.
배가 고파도 자리를 쉬이 옮기지 않는 양들은 염소의 난동을 피하려고 어쩔 수 없이 재바르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양들은 새로운 풀밭을 만나서 먹이를 얻게 되고 운동도 하게 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질서를 깨트리는 염소 덕분에 양들이 새로운 먹이를 만나게 되고 건강하게 자라게 되기도 하는 셈이다.
이같이 양을 기르면서 염소를 적절히 이용하는 목동의 지혜는 이 풍진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어떤 공동체에서도 염소 같은 사람이 한둘은 끼어있을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양과 같다고 하더라도 염소와 같은 사람 때문에 질서가 흐트러지며, 힘들고 상처받는 사람이 생기게 될 뿐 아니라 ‘저 사람만 없으면’, ‘그 사람 때문에’라는 원망의 말이 나오기까지도 한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더불어 어우러져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 세상은 겉보기에 평화롭기 그지없는 양 떼 목장 같지는 않을 뿐 아니라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이전투구가 횡행하는 환경에서 살아야 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상처를 주는 사람이 있고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도 적지 않게 마련이다.
우리는 먼저 내가 양 같은 사람인지 염소 같은 사람인지 자성(自省)해 봐야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볼 문제도 있다. 양 같은 사람일지라도 염소 같은 사람 때문에 겸허하게 이해하려고 애쓰면서 마음의 폭이 더 넓어지고, 그런 괴로움을 참고 견뎌내면서 더욱 단단해지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이 세상에서는 지금 좋은 게 끝까지 좋은 것만이 아니고, 지금 나쁜 게 언제까지나 나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언제나 나쁠 줄 알았던 것이 그 과정을 거치고 나서 보면 좋은 것으로 바뀌는 경우도 없지 않다. 더구나 어떤 사람에게는 양 같은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염소 같은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이 숙어는 본이 되지 않는 남의 말이나 행동이 도리어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지금은 상처받고 견디기 어렵더라도 오히려 그 때문에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자신을 단련시키고 성장하게 만드는 뜻밖의 ‘은인’이 되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평소 가까웠던 사람들로부터 치욕적인 수모를 당한 적이 있다. 난생처음의 경험이라 너무나 괴로웠다. 게다가 왜 그랬는지도 어느 정도 짐작되기 때문에 심한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으며, 분노를 삭이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그 괴로운 일 때문에 되레 자신을 다지는 계기가 되고, 사람들이 알아주건 그렇지 않든 내가 걸어가는 길을 더욱 적극적인 소신으로 걷게 된 것 같다. 이젠 염소 같은 사람은 되지 않고 싶지만, 염소가 없는 세상을 바라기보다는 염소가 있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돌아볼 것인지를 들여다보며 자신을 다지는 인내와 지혜가 요구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동서의 위대한 사람들은 고난과 고통 속에서 진리를 발견하고, 불행을 통해 사랑을 완성했으며, ‘고난이 없으면 깊이도 없다’는 교훈을 남기지 않았던가. 우리의 삶은 결코 슬픔과 상실, 고통과 고난에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염소가 있는 양 떼 목장 풍경을 떠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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