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를 지성적 사유와 감성적 상상으로 추구
"나를 찾아’가는 비움의 여정, 목적지에 가까워지고 있어"

이태수 시집 '마음의 길 '표지.
삶의 근원과 의미를 지성적 사유와 감성적 상상으로 끊임없이 모색해온 이태수 시인이 등단 반세기를 넘어, 스물세 번째 시집 ‘마음의 길’(문학세계사)을 냈다.
새 시집에는 ‘이 풍진세상에서’, ‘내가 나를 찾아’, ‘목어(木魚) 울음’, ‘강가의 저물녘’, ‘은피리 판타지아’, ‘달항아리’, ‘겨울 입새에서’, ‘한밤의 눈’, ‘거울 앞에서’, ‘먼 여정(旅程)’ 등 올해 연초에 낸 시집 ‘은파’ 이후 시 78편을 실었다.
시인 이태수는 등단 이래 누구보다 활발한 시작 활동을 꾸준하게 펼친 시인이다. 그동안 자신과 세계의 삶의 근원과 의미를 끊임없이 추구해온 그의 시편들이 이번 시집 제목이자 중심 주제인 ‘마음의 길’에 이르면 ‘마음’을 화두로 삼아 집중적으로 탐색하는 면모를 보여준다.
그는 이번 시집을 통해 현실 초월을 기본명제로, 현실적 자아를 비우고 내려놓으면서 내면의 본질적 자아에 도달하는 경지를 보여준다.
본래의 자아에 대한 상실감에서 비롯되는 그의 ‘잃어버린 나’는 ‘지금, 여기’ 현실적 자아의 비우고 내려놓는 마음속에 존재하며, 비움의 철학을 생활 속에 내면화할 때 본질적 자아와의 만남이 성사된다. 그의 ‘마음의 길’은 내가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하늘의 순리를 터득하는 데 주어져 있다.
시인은 시 ‘이 풍진세상에서’를 통해 먼지투성이와 티끌투성이 속에 묻혀 살면서 마음눈이라도 높이 올라가서 풍진세상을 조망하며 세상이 하늘을 따르는 날로 바뀌기를 기다리고 염원한다.
그러나 ‘한여름 풍경’에서와 같이 현실적 자아와 본질적 자아의 불연속적 긴장 관계 속에서 ‘지금 여기의 나’는 현실의 지배 논리에 복속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언제부턴가 순백 달항아리를/ 마음속에 끌어당기면서 동경했습니다/ 세상은 발을 허공에 뜨게 하지만/ 허공에 떠서 환하게 어둠 밝히는/ 둥글고 커다란 보름달 같은 항아리의/ 우아한 기품을 꿈꿔왔습니다// —시 ‘달항아리’ 부분.
그러면서 시인은 ‘달항아리’에서 텅 빈 달항아리를 마음 한가운데 앉혀놓고자 한다. 이는 마음 비움을 통해 대자연의 무한을 채우고자 하는 소망으로 읽힌다.
또 시 ‘솔숲길을 걸으며’에서는 ‘소나무들은 하나같이/ 마음 낮추듯이 등을 구부리고 있다’로 표현하며 솔숲길에서는 그 모습을 보며 깨달음에 이르고 시 ‘겨울 입새에서’는 비우고 내려놓았을 때 본래의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이어 ‘지금, 여기’에 대한 긍정과 순응의 세계관을 드러내는 시 ‘그래도 지금 여기가’는 채우려고 하기보다 비우고 내려놓는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삶의 지향을, 마음과 몸이 하나 되는 지점에서의 순간적 체험을 형상화한 ‘어느 한나절’에서는 자아와 세계의 합일을 떠올리게 한다.
문학평론가 홍용희는 “이번 시집은 ‘내가 나를 찾아’가는 비움의 여정이 목적지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시인의 50년 넘은 시적 삶의 꾸준한 정진이 도달한 경지”라고 평했다.

시인 이태수.
1974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태수 시인은 ‘은파’, ‘먼 여로’, ‘유리벽 안팎’, ‘나를 찾아가다’, ‘거울이 나를 본다’ 등 스물세 권의 시집과 시선집 ‘잠깐 꾸는 꿈같이’, ‘먼 불빛’, ‘유등 연지’(육필시집) 등을 냈으며, ‘예지와 관용’, ‘현실과 초월’ 등 여섯 권의 시론집을 냈다.
한국시인협회상, 한국가톨릭문학상, 상화시인상, 천상병시문학상, 동서문학상, 대구시문화상 등을 수상, 매일신문 논설주간, 대구한의대 겸임교수,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현실적 자아의 마음을 '달항아리'처럼 비우고 내려놓음으로써 내면의 본질적 자아를 찾고 만나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는 시인의 이번 시편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담담한 위로를 건네며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되돌아보게 한다. 144쪽, 1만2000원. 문학세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