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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평론

korea art news [ 시 해설 ] 이태수의 ''어느 날 저녁'' /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 ] 2025.04.01
아트코리아 | 조회 41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 32]

어느 날 저녁

이태수
 

주막에서 만난 노신사가 주저하는 듯하더니
홀로 앉아 있는 내게 말을 걸어왔다
괜찮다면 자리를 함께하자고 했다
나도 조금 망설이다 그러자고 했다
술잔을 주고받다가 그가 입을 뗐다
세상과 사람이 싫어서 은거하다가
몇 해 만에 사람들 그리워 돌아와도
싫어하던 사람들조차 만나기 어렵다고 한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살아봤지만
오래가지 않아 싫증이 나더라면서
싫어서 떠난 곳에 돌아왔다고 한다
독신주의로 살아온 게 후회도 되고
사람들과 얽히고설켜 살고 싶단다
합석하자던 그가 얼마나 외로워선지
낯선 사람과 왜 얽히려는지도 알 수 있었다
나는 말을 아끼며 그의 말만 들었다
그는 내가 왜 혼자 주막에 왔으며
어울릴 사람 없어 그러냐고도 했다
그러나 대답 대신 술잔을 채워줬다
이제야 생각해보면 내가 왜 말없이
그의 말만 듣고 있었는지 돌아 보인다
그날은 얽히고설키던 친구가 떠난 날이었다

―『은파』(문학세계사, 2025)


어느 날 저녁 [ 이미지 : 류유강 기자] 


[해설] 
인간은 누구나 외롭지만 

  1인 가족이 늘고 있다. 작은 아파트에 혼자 사는 중년, 노인도 많지만 학생, 취준생, 직장인, 자영업자 중 귀가하여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자리에 드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고시원이나 원룸촌에 가보면 다들 그다지 외로워하지 않고 잘살아간다. 2024년 3월부로 1인 가구의 세대 수가 1천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아마도 고독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일가친척, 친구, 동료, 선후배 간의 유대도 점점 약해져 앞으로는 장례식장이 썰렁해질 것이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혼자가 되는 것이다. 

  이태수 시인은 올해 1월 24일에 발간한 시집 『은파』에서 노인의 고독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78세가 되고 보니 주변의 친구들, 친지들과 사별하는 경우도 있을 테고 자주 못 보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시의 화자는 주막에서 혼자 술을 마시다가 말벗을 찾던 노신사와 대화의 시간을 갖게 된다. 노신사는 독신주의로 살아온 게 후회도 되고 사람들과 얽히고설켜 살고 싶다고 하는데 이미 저승 문턱에 다다라 있게 된 것을 어쩌랴. 혼자 사는 노인의 가장 큰 문제는 말할 상대가 없다는 것이다. 종일토록 한마디도 말할 사람이 없다면 얼마나 답답하고 외로울까. 우울증이 오는 사람들도 많을 터이다. 그래서 혼자 사는 즐거움을 다룬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인은 노년의 고독을 여러 시편을 통해 다루면서 아주 많이 쓸쓸함을 느낀다. 이제 우리 모두 1인 가족 간의 유대를 생각해볼 때가 되었다. 

  [이태수 시인]

  1947년 경북 의성에서 출생, 197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그림자의 그늘』『우울한 비상의 꿈』『물속의 푸른 방』『안 보이는 너의 손바닥 위에』『꿈속의 사닥다리』『그의 집은 둥글다』『안동 시편』『내 마음의 풍란』『이슬방울 또는 얼음꽃』『회화나무 그늘』『침묵의 푸른 이랑』『침묵의 결』『따뜻한 적막』『거울이 나를 본다』『내가 나에게』『유리창 이쪽』『꿈꾸는 나라로』『담박하게 정갈하게』『나를 찾아가다』『유리벽 안팎』『먼 여로』, 시선집 『먼 불빛』, 육필시집 『유등 연지』, 시론집 『대구 현대시의 지형도』『여성시의 표정』『성찰과 동경』『응시와 관조』『현실과 초월』『예지와 관용』 등을 냈다. 대구시문화상(문학), 동서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대구예술대상, 상화시인상, 한국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했다. <대구매일신문> 논설주간, 대구한의대 겸임교수,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 『나무 앞에서의 기도』 『사람 사막』 등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현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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