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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평론

이태수 시인 스물두 번째 시집 ‘은파’ 출간, '순수의 시학' 더욱 깊어져 / 경북신문 / 02.03
아트코리아 | 조회 328
이태수 시인 스물두 번째 시집 ‘은파’ 출간, '순수의 시학' 더욱 깊어져

자연 통해 순수 포착하는 존재 탐구
담백하고 정결·고상한 시경 지향, 4부로 나눠 78편의 시 엮어
"자연과 철학적 사유 융합한 독창적 경지"




‘저 은파는 먼 기억을 데리고 온다// 둥근 달이 비추는 포구의 밤은// 고즈넉이 잠속에 들었지만// 잠을 어깨에 떠메고 먼바다를 바라본다// 왠지 모르겠으나 밤바다는//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옛꿈을// 은파에 실어 꿈결처럼 떠올리는지//’ 이태수 시, ‘은파, 옛꿈’ 중에서.

이태수 시인이 등단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저버리지 않은 초심을 좇아, 스물두 번째 시집 ‘은파’(문학세계사)를 출간했다.

한국 현대 서정시의 맥을 잇고 있는 이 시인의 이번 시들에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월광’이나 드뷔시 피아노 독주곡 ‘달빛’의 음률이 자연스레 연상될 만큼 빛나는 서정의 윤리가 위안으로 작동한다.

이번 시집 ‘은파’는 지난 시집 ‘먼 여로’ 이후의 작품들로 4부로 나눠 모두 78편의 시를 엮었다. 이번 시집에서 이태수 시인이 추구하는 '순수의 시학'은 더욱 깊어졌다.

시인은 시집 ‘은파’에서 물결처럼 은은한 시어 속에 자연과 인간, 시간과 존재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담으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섬세하게 탐구하고 간결하면서도 고상한 언어로 깊은 사유를 펼친다.

‘느낌’, ‘날마다 가는 길’, ‘윤슬과 은파’, ‘달빛 따라 걷다’, ‘그녀의 눈물’, ‘계영배’, ‘기댈 데 없어 마음은’, ‘꿈길에서’ 등의 주옥 같은 시들에선, 자연의 모습과 인간의 내면을 대칭적으로 구성하며 시각적 효과와 음악적 리듬을 조화롭게 활용한다.

그러면서 행과 연의 연결이 빚어내는 형태미를 통해 한결 단정하고 정결한 문체의 시상을 담으려는 예술 정신의 지향이 나타난다.

시인은 자연을 통해 순수의 본질을 탐구하며, 삶의 섭리에 순응하는 담백하고 정결한 시적 경지를 지향한다. 그래서 그의 시는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과 절제와 함축의 언어로 이뤄져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 길에 이르기 위해 시인은 침묵의 언어를 구사하고 윤슬과 은파로 상징되는 은은한 아름다움의 세계를 모색했다.

이숭원 문학평론가는 “무심한 듯 빛나는 침묵의 언어가 넓은 지평으로 확대돼 심리적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며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관찰하고, 순수와 심미적 경지를 탐구한다”고 설명했다.

그리하여 ‘물처럼 낮아지면서도 깊어지는 시’들은 자연과 철학적 사유를 융합한 독창적인 경지에 닿아 있다.

이번 시집 ‘은파’는 자연 속에서 삶의 본질을 발견하고 이를 담담한 언어로 풀어내며 더욱 정화되고 깊어져 번잡한 현실의 삶에서 우리를 이끌어 올리는 회복과 정화의 힘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수 시인은 1947년 경북 의성에서 출생, 1974년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따뜻한 적막’, ‘침묵의 결’, ‘내 마음의 풍란’, ‘먼 여로’ 등 22권의 시집과 시선집 ‘먼 불빛’, 육필시집 ‘유등 연지’를 냈다.

대구시인협회 회장, 매일신문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대구한의대 겸임교수 등을 역임하고 대구시문화상, 동서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상화시인상, 한국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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