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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7

❘이태수 칼럼❘ 전설 같은 베풂의 미덕—경북신문 2024. 11. 14
아트코리아 | 조회 129

❘이태수 칼럼❘ 
전설 같은 베풂의 미덕
경북신문 2024. 11. 14


  성서에 나오는 ‘탕자 비유’는 지나친 이기적 욕망을 위해 자유를 남용할 때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자신의 분깃(물려주는 재물을 나눌 때 받는 한 몫)에 집착했던 탕자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재물을 향락과 방탕으로 모두 탕진하게 된다. 돈이 바닥나자 그는 가난과 굶주림, 절망과 좌절에 빠져 허덕인다. 어쩔 수 없이 돼지를 기르며 가까스로 연명하기도 한다. 돼지를 기른다는 건 가장 비천한 자리로 떨어졌다는 뜻이어서 탕자는 이기적 욕망을 좇은 나머지 자유인에서 종의 자리로 추락했다. 
  성서가 가르치고 있듯이, 자유는 소중하지만 자기만 위한 단계에 머물러서는 방종에 이를 수 있으며, 끝내는 추락을 부르게 되기도 한다. 반면 다른 사람을 위해 열리고 베풀어질 때 ‘섬김의 자유’로 승화돼 아름다운 빛을 내게 마련이다. 예수는 섬김을 받기보다 많은 사람들을 사랑으로 섬기며 다른 사람들을 위해 베풂과 희생으로 일관했기 때문에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숭앙받고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권을 둘러싼 집단행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동체가 어떻게 되든 ‘내 몫을 챙기기’의 이기주의는 특권을 악용하는 경우마저 비일비재다. 이런 소용돌이를 치유하고 극복할 수 있는 길은 건전한 가치관의 회복이 그 열쇠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자신이나 소속된 집단의 이익만 추구하기보다 사회와 국가, 전 인류를 끌어안는 마음가짐과 남을 위한 베풂의 미덕이 떠받들려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오래전에 미국 미시간대 스테파니 브라운 교수팀은 ‘베풀면 오래 산다’는 골자의 조사 발표를 한 바 있다. 이 조사는 다른 사람을 돕지 않는 노인은 친구, 친척, 이웃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많이 준 사람이나 배우자를 정성껏 돌본 노인보다 사망률이 두 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다. 
  노년에 접어든 사람들은 대체로 가진 게 많든 적든 건강 문제에 관심이 가장 많은 것 같고, 여생을 어떻게 살아갈까에 고심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 시대는 자유가 부족하기보다는 사랑과 베풂이 부족한 게 큰 문제라며, 이기적 자유가 자기 사랑으로 기울어 베풂의 차원으로 승화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하지만 살아생전 스스로를 ‘하느님의 손에 쥐어진 몽당연필’이라고 했던 테레사 수녀를 기억한다면, 베풂의 미덕은 말이 쉽지 그 실천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요즘 지인들이 카카오톡으로 자성의 귀감이 될 아름다운 미담들도 가끔 실어 나른다. 학자이자 정치가로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주한미국대사를 지낸 제임스 레이나 교수에 대한 미담은 그중에서 백미다. 레이나 교수는 주한미국대사 임기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 에모리대학 교수로 재임하면서 건강을 위해서도 날마다 걸어서 출퇴근하던 어느 날 쓸쓸하게 혼자 앉아 있는 노인을 만나게 됐다. 
  레이나 교수는 그 노인과 인사를 나누고 이태 동안이나 말벗이 되어 주었으며, 시간이 날 때는 그 노인의 집에 찾아가 뜰의 잔디를 깎아주는 등 극진한 친절을 베풀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노인을 만나지 못해 집에 방문하니 그 전날 세상을 떠났다는 걸 알게 됐다.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면서 신분을 밝히지 않던 그 노인이 세계적 재벌인 코카콜라의 회장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더욱 놀란 건 유서 내용이었다. 전해 받은 그 유서에는 “2년여를 내 집 앞을 지나면서 나의 말벗이 되어 주고, 우리 집 뜰의 잔디도 깎아주며 커피도 함께 마셨던 나의 친구 레이나, 정말 고마웠어요. 나는 당신에게 25억 달러(2조7천억 원)와 코카콜라 주식 5%를 유산으로 남깁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세계적인 부자의 검소한 삶과 자신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 겸허한 자세도 그렇지만, 한동안 친절을 베풀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연고가 없는데도 엄청난 유산을 베푼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레이나 교수의 삶의 자세도 놀라게 한다. 그는 그 부에 도취되지 않고 엄청난 유산울 모두 에모리대학 발전기금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 대학의 총장이라는 명예가 주어지기도 했지만, 그야말로 전설 같은 미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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