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32    업데이트: 24-07-29 10:09

언론 평론

[경남일보]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80)
아트코리아 | 조회 185
 지리산 천상병문학상을 받은 대구지역의 중진시인 이태수(1)
지리산 중산리에서 개최된 천상병문학제에서 2005년 천상병문학상을 받았던 대구의 이태수 시인(1947- )이 이태수 시선집2 『잠깐 꾸는 꿈같이』(2024, 그루)를 발간했다.


그는 경북 의성에서 출생하고 대구대학교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7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고 2021년 한국시인협회상을 수상했다. 대구매일신문 기자로 들어가 문화부장, 편집부국장, 논설위원, 논설주간(이사)을 지내고 대구 가톨릭언론인회 회장을 역임했다. 2005년 지리산 중산리에서 개최된 천상병문학제에서 천상병시문학상을 수상하여 경남지역과 교류하기 시작했다.

그에 앞서 필자는 1970년대 후반 경상국립대 교수가 된 뒤 1980년대 초반 대구의 유망한 신진 시인 이하석(현대시학 출신), 이태수(현대문학 출신) 두 시인을 초빙하여 전원 동인과 시를 쓰는 경상대 재학생들에게 신선한 시인들의 목소리를 접하도록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물론 질의응답도 하게 했다. 이태수나 이하석 시인은 신진 시절에 초빙된 것이니 나름 시쓰기의 난제 확인이나 시쓰기의 희망사항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경청했던 학생 중에는 허수경이나 김수영 같은 창창 미래를 열어보인 학생들도 없잖아 있었을 것이다.

이태수 시인은 시선집2 『잠깐 꾸는 꿈같이』의 「시인의 말」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이하면서 두 번째 시선집을 낸다. 첫시집 『그림자의 그늘』로부터 『거울이 나를 본다』까지 열네 권의 시집 중에서 100편의 시를 자선해 2018년에 펴낸 시선집 『먼 불빛』(문학세계사) 이후의 시들을 묶는다. 『내가 나에게』부터 스물 한 번째 시집 『먼 여로』까지 일곱 권의 시집 가운데 역시 100편의 시를 자선해 싣는다. 돌아보면 긴 여정이었으나 ‘잠깐 꾸는 꿈같이’ 아련하다. 2024년 봄 이태수”

시단 생활 50년에 200편의 자선시를 남겼으니 시를 쓰고 쓰고 또 쓰는 삶을 살아온 셈이다. 후반 시선집 100편 중에 첫 번째 「옛 우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나무 그림자 일렁이는 우물에/ 작은 새가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간다/ 희미한 낮달도 얼굴 비춰보다 간다//이제 아무도 두레박질을 하지 않는 우물을/ 하늘이 언제나 내려다본다/ 내가 들여다보면/ 나무 그림자와 안보이는/ 새 그림자와 지워진 낮달이 나를 쳐다본다//흐르는 구름에 내 얼굴이 포개진다/ 옛날 두레박으로 길어 마시던 물맛이/ 괸 물을 흔들어 깨우기도 한다” -「옛 우물」 전문

이태수 시인은 성격이 순하고 부드러운 듯하다. 우물, 우물가, 앵두나무, 계수나무 등을 떠올리는 사람은 순하고 착한 것 같다. 거기다 나무 그림자가 보이고 구름이 흘러가고 낮달이 떠서 시인을 올려다본다고 하니 부드러운 심성이 거기서 자라는 느낌을 준다. 필자는 우물 하면 북간도의 착해빠진 윤동주를 떠올리고 저 터키의 2천년 전 바오로 사도의 옛집터에 아직 남아 있는 우물터와 두레박을 떠올리게 된다. 타릇수스의 바오로 사도의 집에 어찌 아직도 우물터가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여 필자는 손가락을 그 두레박에 넣어 2천년 촉감을 끌어당겨 보기도 했다. 아마도 바오로 사도도 부드러운 예수님의 사도가 아니었을지 짐작해 보았다.

이태수 시인은 가톨릭 신자로서 가톨릭문학상을 받기도 했는데 그는 특별히 대구대교구 고 이문희 대주교님의 지원으로 대구에서 『한국가톨릭시선집』 등을 수차례 발간하기도 했다. 이대주교님은 박정희 대통령시절 국회의장을 지낸 시인 이효상의 아들로서 부자간에 시인이었다. 이효상 의장은 의장 시절 진주 개천예술제에 왔고 또 「유등」이라는 제목으로 시를 한 편 남겼다. 의장은 정치보다는 독문학자 시인으로서의 품성으로 교양 강연을 자주했는데 “인생은 공짜다”를 주제로 인기를 모으고 다녔다. 믈론 그 주제는 가톨릭적 주제로 신이 준 인생은 송두리째로 공짜이므로 잘만 살면 순이익 100프로 실적을 남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태수 시인은 대구 수성구문화원 주최로 문학행사를 할 때 필자를 초청하여 〈이상화 시인의 ‘나의 침실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발표하게 했다. 아마도 이 시를 그리스도교적 접근으로 풀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 때에 수성못을 거닐었고 돌아와서는 시 「수성못」을 썼다. “수성못둑을 거닐 때 /먹물이 든 사람은 시를 읽고/ 착한 사람은 아지랑이 수면을 본다”고 썼다.

출처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http://www.gnnews.co.kr)
덧글 0 개
덧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