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 박숙이
어둠에 불지를 사람 우선 초대합니다
가슴이 와인 빛깔로 타오르는 사람
억새처럼 낭창낭창 달빛을 흔드는 사람
빈 손 흔들며 기적소리와 이별한 사람
창호지 같은 제 몸에 물 한 모금 뿜어줄 친구 없는 자
곤란합니다 라고, 거절 한 번 제대로 못해본 사람
허공만 죽자하고 헤엄치다 온 사람
詩集 속으로 들어가 풍화가 된 사람
산머루처럼 혼자 앓다 툭툭 터진 사람아
아무러면 어떻소 세월만 가구려 하는 자,
지난겨울부터 추위와 헌 책이 함께 살고 있는 집
찾아오신다면
이 집 주인인 어둠이 맨발로 달려 나가리다
12월 31일 25시
정 찾기 힘들거든
바람이 놀고 있는 공터에게 물어 보세요
공터 같은 여인네 집이 어딘지,
아 참, 눈보라 섞인 노래 한 소절 장미 속에 넣어 오셔요
초콜릿 섞인 추억의 밤은
제가 준비해둘테니까
혹여 팔조령을 만나거든 밤안개도 초대한다고 꼭 전해주세요
무량의 밤을 함께 지새운 안개
참으로 잊지 못하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