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비
- 박숙이-
대가리와 똥 내장을 뺀 멸치 한 줌을 장국에 던져 넣는다 장국이 참 맑게 우러난다 내가 그동안 왜 그리 탁했는가를 들여다보게 된다 가난을 어루만지듯 수없이 치대고 치댄 혈육 같은 반죽 덩어리 편견 없이 수제비를 뜯어 넣는다 복닥복닥, 그리운 시절이 후우 넘치고 먼저 태어난 수제비에 늦게 태어난 수제비 동생들 살갑게 착 달라붙는다 뜨거운 양은 냄비 속에서 서로 먼저 떠올라라 밀어주고 받쳐주고 끈기만은 변치 마라 우리밀이다 야들아, 팔팔한 생 속들 익어 걸쭉한 여름 한 그릇이 평상에서 입이 데이도록 와~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