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까지 팔공산자락 용진요에서 연봉상 도예전
흙으로 우주의 다양한 모습을 빚어내는 작품 선봬
"빅뱅이후 우주의 다양한 모습 작품 속에 투영"
연봉상 작가가 자신의 달항아리 작품 '블루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주를 표현하는 작품에 더욱 매진할 계획입니다."
흙으로 우주의 다양한 모습을 빚어내는 도예가 연봉상의 도예전이 오는 21일까지 대구 팔공산자락 용진요(대구 동구 용진길 172-5) 실내외 전시장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연 작가의 초기작과 최근작은 물론 향후 그의 작품세계 방향성을 가늠할 실험적 작품들을 선보인다.
용진요 실내전시장에 연봉상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치 우주여행에 나선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달 뒷면의 황폐하고도 거친 표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우주, 우주여!'를 비롯해 '블루문', '빅뱅' 등 그만의 기법을 담아 우주의 모습을 품은 달항아리들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반긴다. 전시장 천정에는 화성의 위성 '포보스'나 '데이모스'처럼 거칠고 둥근 모양의 도자 작품들이 행성의 공전 궤도를 유영하듯 공중에 떠 있다.
연봉상 '우주, 우주여!'
이들 작품들은 소행성의 지표면 충돌로 만들어진 크레이터(분화구)처럼 거친 질감 일색이면서 기존 달항아리 및 도자 작품과는 사뭇 다른 힘을 뿜어낸다. 이 밖에도 도자기가 찢어진 듯한 모습의 최근작을 통해 현대 도자의 다양성과 우주에 대한 표현의 지평을 넓혀나가는 그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용진요 야외 전시장에도 입체적 표면이 돋보이는 그의 도자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30년 넘게 이어온 해당 작품들의 모티브는 불교에서 비롯됐으며, 바다생물인 따개비를 좋아한 것도 그가 거친 질감을 작품에 적용한 계기가 됐다. 연 작가는 "반야심경 등 불교 경전을 접하며 윤회사상과 둥근 원의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이러한 불교의 철학이 우주의 원리와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에 우주의 모습을 표현하기 시작했다"면서 "달을 표현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지만, 빅뱅 이후 우주의 다양한 모습을 작품 속에 투영시키려 한다"고 덧붙였다.
용진요 야외전시장에 연봉상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그의 작품세계는 '남과 다름'을 추구하며 우주로 뻗어가고 있지만 옛것을 새로운 것으로 창조한다는 '법고창신' 의 가치 아래 '기본'을 강조한다. 연 작가는 "청자와 백자, 분청 등 도자의 뿌리를 외면하고서는 지금의 작품을 만들 수 없다. 전통의 가치 위에서 기존 도자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 작가는 그의 작업노트에서 "내 작품의 영감은 모든 자연 산물에서 온다. 전통을 고수하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작품을 추구한다. 달, 별, 우주의 신비를 표현하는 토하기법(연 작가만의 도자 제작 기법)으로 오늘도 난 우주에 점 하나 찍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그의 작품 '거북이의 꿈'은 '2010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 불교 대표 작품에 선정돼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 등 참가국 정상들에게 전달됐으며, 2017년에는 대구미술공예대전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용진요 한 켠에 장작가마가 자리해 있다. 가마 지붕 아래 내걸린 목재 용머리가 눈에 띈다.
한편, 연 작가가 용진요의 위치를 팔공산으로 정한 것은 작품의 완성도를 향한 그의 고집 때문이다. 그가 팔공산에 터를 잡은 지 어언 30년이 넘었고 용진요에서만 20여 년의 세월을 보냈다. 팔공산의 자연에서는 복숭아 나뭇가지 등 유약의 원료를 구하기 쉽고 도심에서 사용하기 힘든 장작가마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연봉상 작가는 "용진요의 장작가마에서 태어난 작품에는 저마다의 오묘한 빛이 스며들어 있고, 우주에 산재한 수많은 은하계와 행성 처럼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다"면서 "예술로 향하는 기나긴 여정에 정점은 없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우주를 표현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임훈기자 hoony@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