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을 초월한 온라인 전시관

대구 제9회 학산 정성근 전
2018/10/23 | 아트코리아 | 조회 56576 | 댓글 1




묵필의 본질 추구를 통해
사군자화, 추상경지로 끌어올리다



서화가 학산(學山)


得寶 보배를 얻는다 50×40㎝

得寶 보배를 얻는다 50×40㎝ 


 
 서화가 학산(學山) 정성근(鄭成根,1948 - ), 그는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로 과묵한 무게를 지녔다. 부화뇌동(附和雷同)하며 얄팍한 입술로서 살아온 사람이 아니라, 몸으로 밀어붙이며 뚝심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머리보다는 의지로 살아온 사람이다. 얄팍한 기교가 아니라 본성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예술가 중에는 그런 스타일의 뚝심의 작가는 흔치 않다. 아마도 예술로 접어든 직후는 부드럽고 오묘한 예술세계에 적응하느라 무척 고단했을 터. 예술이라는 저 고상(高尙)의 경지를 향해 자신의 체질에 적응시키기 위해 그냥 꾹 참고 기초수련부터 저돌적으로 밀어붙였을 것이다. 이런 모습이 그의 예술세계 속에서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필자 나름의 독화법(讀畵法)으로 읽어낸 그의 숨길 수 없는 진면목이다. 

전문 미술연구가로 살아오면서 배양시켜온 나의 주특기는 작품 해독력이다. 작품 속에는 작가의 피와 생각의 본체, 그의 역사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학산의 예술 속으로 한참 헤매다보니 터득된 그의 인간형이다. 과묵하면서도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과단한 뚝심의 전형적인 영남기질의 작가. 너무나 흥미로운 연구 대상의 예술인 상이 아닐 수 없다. 결론은 그는 역시 경상도 사나이 기질 그대로를 예술 속에다 투영시키고 있다는 것. 학산의 이번 아홉 번째 개인전은 그가 서화의 길로 들어서서 수십 년간 쌓아올린 최정상의 금자탑 수묵경지를 보여준다. 화업을 시작한지 자그마치 42년째 이고, 독립서실을 운영한지 26년간의 총결산이다. 올해로 71세. 그 연령에 이르지 않으면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무르익을 데로 숙성되어 노련미로 채워진 화경(畵境)이다. 그 숙련미는 제발(題跋)의 노련한 달필에서도 역력하다.

학산 30대의 서화 초기는 석재파의 필법을 고전적인 방식으로 정갈하게 익혔다. 그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학산다운 기질이 표출된다. 50대 후반부터는 대담한 공간구성에다 활력 넘치는 필력이 용솟음쳐 오르기 시작했다. 그후 60대 중반에 이르러서는 방향을 틀어 사군자화의 경계를 넘어서 일반회화 쪽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여백이 거의 없는 사
실묘사로서, 수십 년간에 익힌 사군자화의 세계에서 보면 파격적인 행보였다. 그러한 영역확장은 이미 죽농 서동균 선생이 과감하게 시도했던 바다. 대담한 파격적인 영역확장 행보가 축적된 경륜이 바탕이 되어 원래의 사군자 세계를 크게 도약시킨 결실이 이번 아홉 번째 전시이다. 최종 도달한 지점은 다름 아니라 석재 서병오가 닦아놓은 전통 사대부의 학예관이고, 그 제자 죽농이 넓혀놓은 화역 위에다 학산이 현대의 추상풍 수묵미의 절정으로 비약시킨 것이다.
 



205×150㎝   惟有歲寒節 乃知君子心   유유세한절 내지군자심

205×150㎝ 

惟有歲寒節 乃知君子心  
유유세한절 내지군자심 

오직 찬 세월의 절개 있어 이에 군자의 마음 알겠도다.



淸香倚石 맑은 향기 돌에 의지한다 50×40㎝

淸香倚石 맑은 향기 돌에 의지한다 50×40㎝ 



秋興 가을의 흥취 40×50㎝

秋興 가을의 흥취 40×50㎝ 



205×150㎝  裁霞綴綺光相亂 剪雨榮烟態轉深  재하철기광상란 전우영연태전심

205×150㎝

裁霞綴綺光相亂 剪雨榮烟態轉深 
재하철기광상란 전우영연태전심 

노을같은 비단 깊은 빛이 서로 어지럽게 비치고 연기 얽혀 자태 더욱 변해간다



不老長春 늙지 않는 오랜 청춘 50×40㎝

不老長春 늙지 않는 오랜 청춘 50×40㎝ 


 
동양회화는 <생명의 공간>을 표현하는 예술

필묵예술은 피상적으로 보기에 흑백으로만 나타내는 무미 단순한 질료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그 어떤 회화상의 질료와도 비교 안 되는 철학적 깊이와 오묘함이 담긴 생명체의 표현이다. 재료에서도 먹 하나만으로 이루어지는 단순한 예술이 아니다. <물 + 먹 + 붓 + 화선지 + 신체 + 정신>의 여섯 가지 요소의 절대적인 융합이어야 하고, 화경(畵境)에서도 <호흡으로서의 여백 + 생명 몸체로 서의 먹>이라는 고차원의 예술이다. 중국의 고전 산수화가를 대표하는 북송말 곽희(郭熙, 1023-1085)는 『임천고치(林泉高致)』 화론서에서 산은 몸체이고 숲은 피부이며 운무는 숨결이고 물은 그 혈맥이라 했다. 그것을 표현하는 필묵구사에서도 생명이 있어야 하기에 기운생동(氣韻生動)을 최고의 품평으로 하지 않은가. 

동양회화는 무작정 많이 그린다고 이룩되는 그림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생명체로서 터득해야만 얻어지는 예술이다. 서양예술처럼 단지 기하학적 사각공간을 채우는 것으로 간주하면 동양예술의 본질에 깜깜이다. 여백이 존재하는 것도, 세선에서 광폭의 면까지 구사되는 필묵을 사용하는 것도 모두 그 생명체 원리를 살리는데 필요불가결하기 때문이다. 동양회화는 호흡으로서의 여백, 생명체 표현도구로서의 필묵이라는 두 기둥으로 세워져 있다. 숨결이 드나드는 호흡을 나타내려면 여백이 있어야 하고, 꿈틀거리는 생명감을 얻으려면 깊이와 자유자재로 풍부하게 구사되는 필묵이어야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살아 숨 쉬는 호흡공간이 있고, 생명적인 힘을 발휘케 하는 필묵의 예술이다. 

필묵세계의 오묘함은 궁극적으로 몸과 정신의 일체로 익혀야만 하는 오랜 숙련미에서 터득되는 깊이의 맛이다. 제 아무리 천재적인 서화가라도 단시일 내에 그 오묘함을 얻기란 불가능한 것이 필묵세계이다. 그만큼 깊이와 연륜의 축적미가 요구된다. 필선 하나, 묵면(墨面) 하나하나가 단 일회성으로 결정되고, 그것이 조화되어 하나의 화경(畵境)이 구축되기 때문이다. 


 
壽長三千 삼천년의 긴 수명 40×50㎝

壽長三千 삼천년의 긴 수명 40×50㎝ 



150×205㎝   萬紫千紅秋風落 東籬佳菊傲霜新  만자천홍추풍락 동리가국오상신

150×205㎝ 

萬紫千紅秋風落 東籬佳菊傲霜新 
만자천홍추풍락 동리가국오상신

울긋불긋한 단풍 가을 바람에 지니 동쪽 울타리 고운 국화 서리 맞아 새롭다



抱玉 구슬을 품었네 50×40㎝

抱玉 구슬을 품었네 50×40㎝



龍珠 용구슬 40×50㎝

龍珠 용구슬 40×50㎝ 

 
필묵 특성에 매달려 도달한 추상경지

1. 남성다운 패기가 분출되는 생명의 예술

학산이 걸어온 서화예술의 길은 멀고도 깊다. 장기간 시도한 화도(畵道)의 체험은 다양한 화역을 넘나들었다. 그만큼 풍부하고 깊은 묵 예술의 체험을 쌓아 올렸다. 그의 서화는 석재 서병오로부터 시작되는 영남화맥의 정통파 한가운데에 있다. 석재 서화의 뿌리는 추사파이다. 그러니 학산은 추사 김정희 – 석파 이하응 - 석재 서병오 - 죽농 서동균으로 이어지는 정통계보 위에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독자성을 찾기 위해서 때로는 그 계보를 이탈하여 거의 순수회화 영역으로까지 화역(畵域)을 넓히면서 독자적인 자신의 영역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학산 예술은 그 본래의 천성이 만들어낸 화경으로 보면 된다. 전체적으로 꼬작꼬작함은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활달한 완숙미가 절절 넘친다. 무서우리만큼 대담한 스케일, 탁 트인 화경(畵境)이다. 사군자의 모습이 어떠냐는 시각으로 학산 예술을 본다면, 바른 해독법(解讀法)이 못된다. 수묵이라는 특질이 최고조로 발휘된 경지이다. 묵이 자아낼 수 있는 깊이와 기법이 충만해 있어, 무한히 넓은 먹색의 진폭이 있다. 호흡공간으로서 여백은 어느 화폭이든 적절한 안배와 조화를 이룬다. 그의 화폭에는 숨결이 막히는 갑갑한 화면은 없다. 여백의 본질을 잘 알고 있다는 예증이다. 이 정도로 동양화의 본질을 이해하는 작가는 흔치 않다.


150×205㎝  紅衣不讓美人面  芳性眞宜君子名  홍의불양미인면  방성진의군자명

150×205㎝

紅衣不讓美人面  芳性眞宜君子名

홍의불양미인면  방성진의군자명

붉은 옷은 미인의 모습에 양보하지 않고, 꽃다운 성품 진실로 군자 이름에 마땅하다



春韻 봄의 운치 40×50㎝

春韻 봄의 운치 40×50㎝



永世佛心 영원한 불심 50×40㎝

永世佛心 영원한 불심 50×40㎝ 
 

2 사군자화가 무르익어 추상화로 발돋움하다

이 정도로 수작이 되려면 생명체로서 먹을 다루는 숙련도의 고도화된 축적이 있어야 하고, 호흡공간으로서 여백을 자유자재로 열고 좁히는 공간구사 능력이 특출해야 한다. 단지 기법만 봐도 ‘능숙한 달필로 이루어진 아름다움’이 넘쳐난다. 어떻게 이런 멋스런 미를 얻을 수 있을까. 서구의 추상그림은 조형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무엇이냐고 논리적으로 추구하여 얻어진 것이다. 사물 형상의 잡다한 외관을 추리고 단순화시켜 최대한 본질로 요약해 나가면 궁극에 남아있는 침전물은 결국 기본적인 점, 선, 면만이 남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 남아 있는 침전물은 그림을 이루는 최소한의 조형요소가 된다. 그 기본 요소가 <점>이고 <선>이고 <면>이다. 형체가 없는 그 기본 요소만을 사용하여 작품화하면 그것이 바로 추상화가 된다. 서양의 추상화는 이런 논리로 탄생되었다. 

학산은 묵필예술의 저 밑바닥에 깔린 심층을 제대로 간파하는 작가이다. 형상 표현의 구상화라 할지라도 추구방향을 <필묵의 본질>로 향해 고도화시켜 나가면 그 도달점이 추상화로 환원된다. 처음부터 사물의 형상(사군자)을 제대로 표현하려고 시작한 그림이라 하더라도, 그 방향이 형상추구가 아니라 필묵의 특성을 고도화시켜 <묵필 자체의 특성> 추구로 나아가면 결국 형체는 점점 허물어지고 나중에는 먹 자체의 특질(본질)만 부각된다. 곧 점, 선, 번짐의 면들이 자유롭게 구사되는 추상성의 화풍을 띤다. 수묵은 그 자체가 원래 추상성을 특질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서양그림은 논리적인 추구로 구상에서 추상을 탄생시켰지만, 수묵화는 수묵 자체의 질료성 터득에 숙련도를 고도화시킬 경우, 도달하게 되는 추상화에 접근이다. 그러므로 학산은 표면적인 형상 표현에 집착한 것이 아니라, 수묵 본래의 특질 추구를 줄기차게 밀어붙인 결과로 체험된 추상화이다. 



205×150㎝   竹裡梅花相幷枝 梅花正放竹枝垂  風吹總向竹枝上 直是王家雪下時

205×150㎝ 

竹裡梅花相幷枝 梅花正放竹枝垂 
風吹總向竹枝上 直是王家雪下時

죽리매화상병지 매화정방죽지수
풍취총향죽지상 직시왕가설하시 

대나무 속의 매화는 서로 가지를 기대고 매화 때마침 피고 대나무 가지 드리웠다.
바람 불 때마다 대나무 가지 위로 기우니 곧장 왕공이 눈 내리는 가운데 방문하는 듯.



出水芳姿 물에서 솟아난 아름다운 자태 50×40㎝

出水芳姿 물에서 솟아난 아름다운 자태 50×40㎝ 



水淸花香 맑은 물 꽃 향기 40×50㎝

水淸花香 맑은 물 꽃 향기 40×50㎝ 



205×150㎝   春來不加色 寒至不渝色  從他長風 饕 任他飛雪白   춘래불가색 한지불투색 종타장풍도 임타비설백

205×150㎝ 

春來不加色 寒至不渝色 
從他長風 饕 任他飛雪白 

춘래불가색 한지불투색
종타장풍도 임타비설백

봄이 와도 더 푸르지 않고 겨울이 와도 빛을 바꾸지 않네.
긴 바람 사납게 불면 부는 대로 흰 눈이 날려도 그대로 맡겨두네



高韻 고고한 운치 40×50㎝

高韻 고고한 운치 40×50㎝ 



黃華 황금 꽃 50×40㎝

黃華 황금 꽃 50×40㎝ 



150×205㎝   老樹有餘韻 別花無此姿  노수유여운 별화무차자

150×205㎝ 

老樹有餘韻 別花無此姿 
노수유여운 별화무차자

늙은 매화나무 여운이 남아있고,  뛰어난 어떤 꽃도 이 같은 자태 없으리



素心 소박하고 거짓없는 마음 50×40㎝  ​

素心 소박하고 거짓없는 마음 50×40㎝ 



秋情 가을의 정취 40×50㎝

秋情 가을의 정취 40×50㎝ 



205×150㎝   氣味高爭富貴家 自持寒素去繁華  窓前葆得春風滿 想見仙山一種花

205×150㎝ 

氣味高爭富貴家 自持寒素去繁華 
窓前葆得春風滿 想見仙山一種花 

기미고쟁부귀가 자지한소거번화
창전보득춘풍만 상견선산일종화

기질과 풍미는 모란 꽃과 다투지만 스스로 차고 소박함 가져 번화하게 사라지네.
창 앞에 무성히 자라 봄바람이 가득한데 생각해 보니 신선이 한 송이 꽃 심어 놨겠지



松壽千年 소나무는 천년을 산다 40×50㎝

松壽千年 소나무는 천년을 산다 40×50㎝ 



淸友 맑은 벗 50×40㎝

淸友 맑은 벗 50×40㎝ 



205×150㎝   稟性生南服 貞姿度歲寒  葉繁交翠羽 子熟蔟金丸 藥裏收爲用 氷盤獻可飡  嘗新楚江上 懷核種東韓

205×150㎝ 

稟性生南服 貞姿度歲寒  葉繁交翠羽 子熟蔟金丸
藥裏收爲用 氷盤獻可飡  嘗新楚江上 懷核種東韓

품성생남복 정자도세한 엽번교취우 자숙족금환
약리수위용 빙반헌가손 상신초강상 회핵종동한

품성은 남쪽지방에서 자라 곧은 자질로 추운 해를 견딘다. 잎이 번성하니 푸른 깃털로 교차되고 열매 익으니 황금알이 빽빽하구나.
약으로 싸두어 쓸려고 거두며 얼음 쟁반에 음식으로 가히 바칠 만하네. 일찍이 초강 위에서 맛을 보았으니 씨를 품어다 우리나라에 심어야지.



春深 깊어지는 봄 40×50㎝

春深 깊어지는 봄 40×50㎝ 


枝頭三枾 가지 끝에 달린 세 홍시 40×50㎝

枝頭三枾 가지 끝에 달린 세 홍시 40×50㎝ 



205×150㎝   一畹芳芬本在山 淸香無路出塵間  他時應作幽人佩 莫遣樵童許採還  일원방분본재산 청향무로출진간  타시응작유인패 막견초동허채환

205×150㎝ 

一畹芳芬本在山 淸香無路出塵間  他時應作幽人佩 莫遣樵童許採還 
일원방분본재산 청향무로출진간  타시응작유인패 막견초동허채환

한 두둑의 향기로운 꽃 원래 산속에 피어  향기 맑으나 인간 세상에 나갈 길이 없네.
훗날엔 고상한 선비 캐어다 찰 것이니  초동들 캐 오도록 보내지 말아라


205×150㎝   棲守道德者 寂寞一時  依阿權勢者 凄凉萬古  서수도덕자 적막일시  의아권세자 처량만고

205×150㎝ 

棲守道德者 寂寞一時  依阿權勢者 凄凉萬古 
서수도덕자 적막일시  의아권세자 처량만고 

도덕을 지키면서 사는 사람은 한때가 적막하고, 권력이나 세도에 아부하여 의지하는 사람은 만고에 처량하다


黃金丸 황금색 열매 40×50㎝

黃金丸 황금색 열매 40×50㎝ 



黑水晶 검은 포도알 40×50㎝

黑水晶 검은 포도알 40×50㎝ 




205×150㎝   靑莖黃葉如龍體  大朶小珠聚甘香  청경황엽여용체  대타소주취감향

205×150㎝ 

靑莖黃葉如龍體  大朶小珠聚甘香 
청경황엽여용체  대타소주취감향 

푸른 줄기 누런 잎, 용의 몸과 같은데 큰 떨기 작은 구슬, 달콤한 향기 모았다

150×400㎝   皆言舞腰細 復道翠眉長  若敎能一笑 應解斷人腸 개언무요세복도취미장 약교능일소응해단인장

150×400㎝ 

皆言舞腰細 復道翠眉長  若敎能一笑 應解斷人腸 개언무요세복도취미장 약교능일소응해단인장

춤추는 허리마냥 가늘다 말하더니 푸른 눈썹이 길다 또 일러주네. 만약 한번 씽긋 웃어 준다면 남의 애를 끊어도 이해하겠네.

 
학산의 이번 전시 그림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특히 발전된 요소는 그림을 이루는 본질로 향한 추구가 최고조에 달한 경지라 할 수 있다. 그냥 습관에 젖은 붓질의 반복이 아니라 묵필의 특성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줄기찬 노력에 의해 도달된 추상화에의 접근이다. 그래서 한 폭의 그림 속에 기본적인 모든 추상적 조형요소들이 포함되어 있고, 그런 조형요소들의 조화로 이루어져 있다. 곧 형상을 제외시키면 결국에는 각양의 <점·선·면>으로 된 모든 추상적인 기본요소들의 결합체로 이루어져 있다. 화목으로 보면 응당 기명절지화나 사군자화라 할 수 있지만, 난초가 이미 화분에서 자란 실재하는 현실의 난초화와 동떨어져 다양한 묵면과 필선 속에 잠겨 있다. 국화나 포도 모두가 묵墨)의 바다에 잠겨 있다. 그래서 갖가지 점, 선, 면들의 결합체로 된 묵의 바다를 이룬다. 

각양의 추상적인 점, 선, 면들의 조화, 작가가 여기에 비중을 두어 화풍을 쌓아 올렸다는 것은 그만큼 고도의 작화원리를 꿰뚫고 있다는 예증이자 대가임을 말해준다. 이러한 점이 학산 예술이 최종적으로 도달한 경지이다. 우리 주변에는 애초에 바탕이 된 구상화를 이렇게 추상화라는 경지로까지 환원시킨 작가가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다년간의 숙련으로 축적된 경륜에서 그림을 이루는 본질이 무엇이냐는 끝없는 체험적인 노력의 작가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그의 화풍은 필묵구사의 숙성미, 세련됨, 활달함, 솟구쳐 오르는 에너지, 멋스런 공간미 등이 절묘하게 융합된 추상화 경지를 띠고 있다. 

학산이 그 높은 경륜과 줄기찬 탐구열로 쌓아올린 자신만의 독자적인 큰 일가(一家)는 영남 석재 화맥의 지파(支派)로서 이제 <학산파(學山派)>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2018년 9월영남미술학회장
(전 계명대 교수) 이 중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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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개
삭제   답글 김춘영  |  18/10/28 09:12
축하드립니다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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