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0    업데이트: 25-04-21 09:22

언론&평론

[조선일보] [대구·경북] 추천사도 평론도 없는 시집
관리자 | 조회 26
박지영의 '검은 맛'.. 친정 엄마와의 화해 상징



중견시인 박지영은 지난 10년 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런 그가 긴 침묵을 깨고 최근 3번째 시집 '검은 맛'(만인사 출간· 사진)을 펴냈다.

이 시집에는 그 흔한 추천사나 해설, 또는 평론을 찾을 수 없다. 시인 자신이 쓴 머리말인 '자서'와 맺는말 격인 '시인의 산문'이 전부다.

이번 시집은 사물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은유'와 '비유'를 많이 인용한 것이 특징이다. 책의 제목으로 사용된 작품 '검은 맛'은 그런 은유와 상징의 절정이다.

'오래 전 엄마 젖꼭지에 묻었던 금계랍/ 겁나게 검은 맛/ 어른이 되는 건/ 쓴맛의 깊이를 알게 되는 것/…영혼이 깃든 검은 맛/암 것도 모르고 그 때 이미/ 인생의 쓴맛 알아버렸다.'

'금계랍'은 옛날 어머니들이 젖을 떼도록 하기 위해 칠한 쓴 맛의 '키니네'다.

시인은 "쓴맛에 길들여졌다는 것은 고통에 길들여졌다는 거고, 쓴맛을 즐긴다는 것은 고통을 즐긴다는 말이다"라고 풀이했다.

이 시집에서는 어머니, 물, 달과 같은 소재들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이 단어들이 모성을 상징하는 것들인데, 어렸을 적 고인이 된 친정 엄마와 애증의 관계였다. 이제는 엄마를 인정하는 나이가 됐고 이 시집이 엄마와의 화해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인 박지영은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이화여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지난 2009년에는 부군인 김종명 대구가톨릭대 교수가 사진을 촬영하고, 박 시인이 글을 쓴 사진집 '눈빛'을 펴내 화제가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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