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0    업데이트: 25-04-2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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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일보]노래가 목걸이라면/박지영
관리자 | 조회 23
한 노래가 있어 그 노래를 들으면 오래된 영혼도 젊어지네//노래를 따라 낯선 회랑을 돌아가면 한 시절이 또렷해지네 비를 맞고 더 선명해지듯 그 노래는 당신을 가장 빨리 떠올리게 하네 당신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노래가 내 영혼을 기다리듯 천천히 흘러나오네//외롭고 슬픈 노래에 기대 한 계절을 건너가네//기억이라는 학교에선 노래 한 소절이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되네//입보다 먼저 몸이 끄덕끄덕 따라 부르네 노래는 저절로 흥이 차올라 넘쳐흐르네 표정 없던 얼굴이 환해지네 노래 따라 기억 속으로 들어가네//노래가 목걸이라면 당신 목에 매달아 주고 싶네

「간절함은 늙지 않는다」(2022, 시인동네)

진종일 지내면서 입 밖으로 노래 한 소절 흘려보내지 않는 이라면 참 메마른 사람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겠다. 노래는 삶의 견인차, 추동력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때 노래와 더불어 춤을 생각할 수 있다. 노래를 부르면서 춤추는 일이 일상화 된 사람의 얼굴은 환할 것이다. 그 속에 기쁨이 그치지 않고 샘 솟을 터이니. 두 수의 사설시조 형태인 ‘노래가 목걸이라면’이 결론짓기를 당신 목에 매달아 주고 싶네, 이다. 노래와 춤은 원시시대부터 비롯됐다고 한다. 삶의 소중한 일부였던 것이다. 화자는 한 노래가 있어 그 노래를 들으면 오래된 영혼도 젊어지네, 라고 읊조린다. 노래를 따라 낯선 회랑을 돌아가면 한 시절이 또렷해지는 것을 체험한다. 비를 맞고 더 선명해지듯 그 노래는 당신을 가장 빨리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문득 당신, 이라는 존재가 부각된다. 노래와 당신은 그처럼 긴밀한 사이다. 당신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노래가 내 영혼을 기다리듯 천천히 흘러나오니 노래는 곧 당신이다. 당신이 곧 노래다. 그리하여 외롭고 슬픈 노래에 기대 한 계절을 건너가게 되는 것이다. 이어서 기억이라는 학교에선 노래 한 소절이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된다고 진술한다. 그것은 입보다 먼저 몸이 끄덕끄덕 따라 부르는 노래다. 노래는 저절로 흥이 차올라 넘쳐흐르고 표정 없던 얼굴이 곧 환해진다. 그래서 노래 따라 기억 속으로 들어간다. 결구는 노래가 목걸이라면 당신 목에 매달아 주고 싶네, 이다. 즉 노래와 목걸이와 당신은 일체를 이룬다. 외롭고 쓸쓸하고 때로는 막막한 인생길에 이처럼 노래는 심금을 울리고 영혼을 뒤흔들어댄다. 노래 없이 살아갈 수 없노라고 속으로 수없이 되뇌곤 하는 이들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당신은 오늘 아침에 일어나면서 무슨 노래를 흥얼거렸는지 묻고 싶다. 아무런 노래도 부르지 않았다면 박지영 시인의 신작 시집 ‘간절함은 늙지 않는다’를 찾아 70쪽을 펴서 ‘노래가 목걸이라면’을 소리 내어 읽어보기 바란다. 행복한 하루가 열릴 것이다.

이정환(시조 시인)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출처 : 대구일보(https://www.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