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정숙
모란 꽃봉오리
분홍빛입술, 열까말까
수줍은 미소 뒤 숨어 피려는
꽃 한 송이, 그 여린 가슴 속
불꽃놀이
소녀의 옷깃 여미느라
말 한 마디 못했으니
그리움이 열쇠만
꼬옥 꼭 쥐고 있었는가
일흔이 지난 손바닥 이제 펴보니
녹슨 가루만 한숨 쉬고 있었네
동백/정 숙
수성못 가는 길
삶의 미련 다 버린 듯 모가지 째
툭, 떨어진 동백 한 송이
유리병에 띄운다
꽃이었던 기억 지우고 싶지 않은지
다시 새물새물 기운 차린다
동백기름 바르고 쪽진
이봉화 여사 화안한 웃음 피워낸다
제 몸 이미 병든 줄 모르고 까불거리는
딸 꿈에 나타난
소복의 근심도 되살리고 있다
허리 질끈 맨 황금빛 양단 치마저고리와
악어 백 옆구리에 낀
어무이, 어무이예!
1993년 계간지<시와시학>으로 신인상 수상.
<신처용가><위기의 꽃><불의 눈빛><바람다비제><유배시편>시집<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 <연인, 있어요><한국 서정시 100인 선>
만해 ‘님’ 시인 작품상 수상
대구시인 협회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