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산집 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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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부 인생1 의자하나끌고가려다 의자에끌려다닌다 어린엉덩이조차제대로걸칠수없는 작은의자 평생마음편히앉아보지못한채 끌려가는 한생애 <대구시인협회상수상작(2015)> 90 벽난로 내가슴뜨겁다고아무리우겨도 네가불붙여주지않으면 성냥개비불꽃보다도못한내사랑 꽁꽁언속살, 식은재폴폴날리는철길연정틈사이 ‘나, 여기 있어’ 초승달눈빛공명마냥기다릴수밖에 91 연서(곒書) 네가허기진먹물이라면 나는목타는한지 우리서로만나하나로어우러져 샘물솟아내야만 붓꽃몇송이피어나리니 하늘열쇠간직한 꽃과열매를틔우고맺으리니 92 청매화그림자에밟히다 청매화다투어피는달밤 거울을보며머리카락비비꼬다가 젊은날그렸던그림을 다시물끄러미들여다본다 고작A4 용지두장크기한지에 이리도많은꿈을그려넣었었구나 흰물감으로연꽃과연밥들을지우다보면 그때그욕심들이양심에걸린다 새와나비들도먹물로지워버린다 흉한상처의얼룩들만남는세월, 그무게에짓눌린나의한지는 달빛도스러진봄밤을하얗게지새운다 그래도다못지워슬픈눈빛으로 입술달싹거리는나부상, 노랑나비와청승맞은달빛을 바라봐야만하는봄밤 93 수묵화한점 꾹꾸욱, 거칠게누르다가 살사알, 간질이듯힘을뺀다 붓은한지에짙게, 때로는옅게먹물을뱉어낸다 삶기고치대어진닥나무의한이 벼루에갈린먹물의꿈을 걸신들린듯이빨아들인다 한과꿈이한몸으로어우러진용트림, 숨결이뜨겁게끓어오른다 서로의아픔을포용하는 붓과한지의포옹, 그리고입맞춤 연기한점없이타오르는불꽃으로 환해지는세상, 마침내햇살듬뿍머금고 백련한송이피어오른다 간절한꿈은아픔을함께나눠야만 화엄향기품은연꽃으로거듭난다는걸 94 한지와붓은묵언으로보여주는지, 저담백하고우아한수묵화한점 95 봄, 설해목 무딘몸이뻣뻣해진다 마음저밑뿌리에서끓어오르는 이환장할원죄 그리움휘날리는벚나무아래서 승무를추는내그림 하얀고깔은꽃과향기옥죄는 신들의말씀 죄없는화선지찢기도록 욕망의그늘에채색을한다 연분홍색까지덧칠한다 창을흔들며울부짖는바람은 살빛꽃잎들흔들어날려보낸다 날리는꽃잎들의시린맨발 내그림에도때아닌사월눈발 이아득한눈의무게 마음가지하나툭, 부러진다 96 햇살사랑법 범어숲의새들에게 먹이한상잘차려놓은해, 종일더멀리살피려몸기웃거리다가 피로로벌겋게젖고만다 끝내밤바다로가라앉아버린다 삐딱한지구자전축, 그위에 나지막이몸기울여 낙엽덮고잠자는겨울씨앗들, 밟힌풀꽃들의상처에 온기불어넣어주려는저넉넉한길을 날마다바라보면서도홀린듯 나는꼿꼿이먼하늘만바라보다가 하루를마감한다 해는어둠에갇힌너와나를위해 온정성다기울이는데, 몸과마음깊이기울이는것이 진정햇살사랑법이라는데, 97 여름비 가뭄의소나기, 그빗줄기속엔 불이들어있는가 풀뿌리들이젖은흙덩이들과 애무하려허겁지겁이다 나뭇잎들이입술내밀며흐느적거린다 그래, 살다가 저렇게너나없이스며들어 절정에몸부르르떠는때가있어야지 그래야짧은삶도살맛이나지 거목들과돌탑쌓느라갈증에시달리는 키낮은나무들, 서로엉켜꽃대올려야 어두운뜨락을밝힐수있지 함께푸른하늘바라볼수도있지 물에서불찾아꽃피우는그이치를 풀뿌리들은이미알고있었는데 나무들도깨닫고있었는데 98 무궁화꽃송이들만스며들줄모른다 서로똑똑한척, 비가물이지 불이냐고싸움질이나하면서 99 줄장미 열사흘달밤, 입술새빨갛게바르고 오월담장넘어가는저처녀들을어쩌나! 들키면머리카락싹둑잘린채 집안에갇혀버리고말텐데 계남동그언니, 문고리잡고 가시일으키며울다가벼락을맞았다는데 저피어나는장미꽃새빨간송이들따라 봄날은속절없이가고있는데 100 다홍치마 어릴적에는명절날 다홍빛치마입는게소원이었다 ‘이왕이면다홍치마’, 그자락에순결한처녀의피가묻어있었다니! 혼으로돌아온고국의산야에숨어 꽃무릇으로피눈물피워내는걸까 꽃술끝머리에그리움싣고, 차마부끄러워 잎은꽃을보지못하고꽃은잎을보지못하고 101 외간에중독되다 저벅저벅발소리, 시간의방울달고 내뒤를따라온다 범어구민운동장의오월을손아귀에움켜쥐고싶은 장미들의짓인가, 얼른뒤돌아본다 돌담에기대선찔레들이제풀에놀라 창백한낯빛으로손사래친다 다시발소리! 한가하게운동하며웃고있어도되는지 네가웃으며놀고있는사이 바구미들이네쌀자루뚫거나 콩자루를터뜨리고있지나않은지 다그치며빨리뛰어가라재촉한다 장미꽃잎들이시든다 다급해진발소리! 장미가시는더억세게발톱을세운다 무작정쫓기며시의바짓가랑이에, 처용무그림옷깃에밤새매달린다 102 온라인으로부쳐준다고 어느시인이손전화로계좌번호를알려달란다 날마다끓어오르는제낡은그림자를 온라인으로부쳐준다고, 멀리있어도늘두리두리삼삼팔팔 가슴에는두근거림이발효되고있다고, 정향꽃향기퍼지는봄밤에는 그리움도방부제듬뿍삼킨샘물, 도무지썩지도마르지도않으며 언제어디서나마구달려든다고, 죽음저편에서도 이끝은어디쯤일지모른다는그는 무선으로은밀한떨림되어파고든다 103 화간 낮엔새침하더니요상하다 달빛끌어당기는꽃잎의눈빛, 오월담장에기대서서바깥을살피는 흔하디흔한장미꽃인데 어느품이라도마구파고드는색골 달의끝없는곁눈질에그만빨려드는지 따지고보면네것내것 그경계선이어디있으랴 달빛과꽃의은밀한통정, 그내연의 부적절한관계를엿본다 달빛은도톰한꽃입술을만져본다 몇겹의꽃잎헤집으며 자신을밀어넣는다 꽃은더진한향을내뿜으며 붉어진눈빛으로온몸을부르르떤다 밤의내통을은근히즐기는변태의관음증 달빛도꽃도나무도다나의외간들이니 어쩌랴, 거부할수없는이색정, 104 강간이아닌원죄를위한자연이니 내시의길이자천형인것을 105 그림자를위한파르마콘 먹물처럼속깊은저그림자 다소곳이따르는그늘인척 제색깔절대로드러내지않는다 안으로몰래주인빛깔다빨아들이면서 시시로산란하는시, 여름한낮연꽃이누드로일어서 는낯뜨거운늦바람그림들, 제주인의혼신을모두내 면으로 받아들이다가 어느 순간 세상을 향해 고자질도 한다 인생을 제 피로 정제해 꽃소금덩이로 살리려면 청산 가리 같은 외로움에 떠는 가슴 달래줄 시와그림찾아 흰소의눈물로그려야하리 들꽃은 폐차 안에서 별들의 빛 굴리는 소리 들으며, 그들의고단함을달래주어야하리 달빛과햇살머금은씨알들을다줘버리고 끝내그껍질이죽어버리지만 106 마지막까지동행하는내그림자 생의흔적인그림자의 빛그늘, 결코 꺼지지않는 불꽃으로살아남을것이므로 107 풍등 바람품어안는일이자유라고 교과서도, 여러말씀들도다버린다 마음껏속비운바람을머금는다 말이그렇지속비우는게쉬운일이던가 욕심을열정이라고미화하며 하늘오르는길만바라보는내노구, ‘다비우니까그리속편하더군요’ 싸구려웃음으로설레발치며 몸은무겁지만마음은둥둥떠돈다 푸른미소뿌리며하늘이내려온다 욕망의날개를단기도소리 점점더파닥거리고있다 108 얼음을연주하다 노랑나비한마리칼날로얼음긁다가종내춤을추면 서얼음을연주한다얼음벽이란주먹다짐으로무너뜨리 기보다 김연아처럼 사뿐사뿐 그림 그리면서 종달새 울 음소리로, 춘란의 향기로 미소 지으면서, 세상의 못 박 힌사람들가슴을녹여버리는수밖에없다는듯이, 109 신(新) 남해금산 남해금산돌속그여자, 내가잠들었다고투정이네 해돋이모르는그대미적지근한가슴속차라리살떨 리도록캄캄한바위였어라 금빛 물결후려치던짧은한생애‘나의죽음을적에 게 알리지말라’던 사나이중의사나이, 그의 타오르는 눈빛아니면 산이무너져도난기꺼이석녀가되어, 그분의포효 살아춤추는저관음포파도끌어안는꿈 미치도록사랑하겠네 110 소금밭에서 해뜨기도전늦잠자다불호령에벌떡일어나 아침이슬밟으며삶과죽음을사유하거나 철지난『사상계』읽다가들꽃들과얘기나누거나 여름방학동안낮잠자는것조차눈치보여 헌부채에여배우사진오려붙이거나 싱가미싱돌려옷감을박음질해야급한성이차던 네딸들의간잽이, 정우화 부지런짭짤간이잘절여져야세상빛이된다던 아버지, 생염전이다너무짜다투정만부렸으니 내나이늦가을되니이제철이드는가 그분의그때그런소금알갱이말씀들이 햇살을받아반짝반짝금빛을쏜다 이제내염전도잘가꾸어 멋진간잽이로다시태어나야할텐데 너무늦은깨달음같아마음조급해진다 111 봄바람과깔깔춤 뻐덩뻐덩한나무토막내몸을 카바레물찬제비는모란꽃봉오리쓰다듬는 봄바람처럼손가락눈짓으로 제숨결가까이당겼다가놓는다 가슴과가슴사이불꽃을태우다가 꺼질듯길을잃다가 하루살이한생을잊어버리기위해 지르박은더흐드러지게피려안간힘을쓴다 실은흐드러지면서져야하는남은시간 뽕짝리듬사타구니사이로숨긴다 그런다고숨소리들리지않으랴만 못들은척웃는다까르르, 깔, 깔 바람손길은웃음속공허를눈치챘는지 내몸을휘익연달아두바퀴돌린다 그공회전속에아흔여덟의한생이겹친다 수면제사모으는노모의어둠골짜기에갇힌다 “딸아, 하루가너무길구나 민들레차한모금마시는사이* 하루가 한생이간다고아까워마라” * 필자 시집『유배시편』에서 112 달, 늑대 깨우다 보름달뜨면그리움이깨어난다 은근한눈빛그득차오른달은 늑대를깨우고, 늑대는징을두드린다 어둠을잠재우는저은근한눈빛이 늑대의야성을왜깨우는가 우, 우, 우 거친 숨소리가 내몸속신전에횃불을밝힌다 그불빛따라오는발소리 세포안숨은파도들이갈기를세운다 이성의손끝이바람을태워 잠든마음거울을친다 유리조각들이흐트러진다 그파장따라모무(母舞)를그린다 고깔과옷으로몸을숨겼던 여자가벗는다책갈피를찢는다 점잖은말씀으로맞기만하던징, 징채가닥치는대로두드린다 징소리는소란스럽게벚꽃을피우다가 점점연꽃향으로스러진다 절규들이제가만든철창에갇힌다 113 처용아내치맛자락이-방천연가1 아파트 발코니의 천리향과 행운목 꽃향기 보내고 나 니 이제 또학쟈스민이 다닳아버린나의봄을미치게 흔들어댄다 견디다 못해 방천시장 김광석 거리를 거닌다 여전히 낡고좁은장터골목길, 이근처삼덕동, 대봉동에오래 도살았었다꼬꼬댁! 꼬! 꼬! 구원 청하던, 닭 잡던 그탈 모통은어디로사라졌을까? 단발머리 중학생, 머리카락 쫑쫑 땋은 여고생, 긴 머 리 출렁이던대학시절첫가든파티, 라일락 향기시절 에서, 넓고도 낡은 적산가옥에서, 시집살이 십오 년 뒤 범어동 아파트로 이사했지만, 처용아내의 햇살과 어둠 의 비빔밥, 그 찬란한 눈물 비비다가 부서진 조각사금 파리들이방천시장좁은길에버려져있다 114 그조각들주워맞춰보니, 잘다듬어진맏며느리의탑 하나세워보겠다던그오기, 몸빼바지나월남치마길게 끌며장바구니에끌려가는청춘, 존심세워처용가부르 며칠칠맞은손흔들어대고있다 115 푸른다리아래서-방천연가5 칠석날눈물머금고멀리흘러온미리내, 흐르다가애 달픈연인들의가슴속소용돌이풀지못해새내웅덩이 에서맴만돌았네땡그랑, 땡그랑, 물결 속 열사흘달빛 기둥위작은은종을간절하게치며기도하면서 그 종소리듣고자란피라미들뒤엉킨은하수전설을 풀어 무지갯빛천을짜고, 그 그리움을 내 청춘의검고 긴 머릿결에 둘러주던, 눈 시리도록 아린 그림자! 너는 뭇세월견디느라날금해진신천푸른다리아래서누굴 기다리는가 그여름날천둥비바람가려주던우리들의젊은시절, 그우산은멀리저멀리날아가고안보이지만 116 수선하다-방천연가11 플로체시화전둘러보고걷는시장골목길 김광석거리탓인지옛집들이사라진다 술집들지나재봉틀집장미들이 꽃송이들로낡은담장수선하고있다 삼십년전첫사랑과걷던시절로, 신혼여행길로되돌려주는 재봉틀소리가늦은봄을밀고간다 내가비친유리창에대고혼잣말을끼얹어본다 “봄날도, 여름도, 가을까지다그냥보내버리고 찬서리겨울늦바람에몸부림치는 여자의몸과골진마음, 그겨울을 다시화사한봄날로수선해줄수는없나요?” 117 바보다듬이질-방천연가9 시아버지 회사직원들의뽀쁘린이불보빨아풀먹이 고 다듬이질해 대느라 단순하면서도 친정 과수원 들장 미가시들을불러모으던그때그시절 백서른 평삼덕동적산가옥마당엔마중물먹은펌프 소리와키큰리키시다소나무가바람소리철퍼덕, 철퍼 덕, 우! 우! 양동이에 물 받아 마당 청소하는 소란을 모 아합창했다 그 어울리지않는화음한참즐기던참새들이마당에 내려앉아 마르다가 남은 물에 깃털 다듬는 한낮, 혼자 남은맏며느리는절간소리에귀기울이다가바다를꿈 꾸기도했다 118 밥한끼먹기어려웠던시절, 셋째넷째딸까지대학 공부시킨아버지어머니의자존심에어떻게풀먹여다 듬이질을할까그런골머리추호도없이빛깔고운산호 초가 분명 이허허집안에있을거라고막연한생각만 하고살았으니 119 연탄재를차다-방천연가12 시장연탄집이어디였는지살피다가 옛삼덕동집에갇힌다 대책없이가정부내보내고 하루스무장까지연탄갈아넣던아궁이 밀고당기며갈아넣다가 뜨거운연탄재가흰버선으로들어가 팔짝팔짝뛰기도했었지 제할일다한빈몸뚱이지만 연탄재를고무신발로차지않을수없었다 내할일다하려아둥바둥 새댁을비웃는그가가시였다 연탄에불붙여주는번개탄 연탄은온몸에구멍난불길통로지만 시집식구들사이에서위아래 불끼를나누는번개탄이되는것 그것이나의꿈이었기에 120 비무장지대 그와 내 방사이거실엔온갖잡초들이 꽃을피운다 근사십년결혼생활에도미처가꾸지못한것들일일이 찾아대차게서로가슴에못을박는다다시뽑으려용쓰 다가쓰다듬다가, 그한풀이들이꽃을피우지만, 아무도 봐주는이없어홀로지친다경계선제멋대로지우고날 아다니는콩새들의자유로운하늘, 멀거니바라보면서 121 풋울음잡다 딸아, 아무리 몸부림쳐도꽃이피지않는다 봄날이오지않는다투덜투덜 꽹과리장구깨지는소리따라다니지말아라 한생이자벌레키자가웃도못되는데 그렇게헤프게울거나웃어보내면쓰겠느냐 놋쇠는그런풋울음잡기위해 불속에서수없이담금질당하고 수천번두드려맞는단다 주변의쇠와가죽소리를감싸끌어안고 재넘어홀로핀가시연의그리움달래주는 징이되기위해서 그런 재울음은삶의고비몇고비넘기면서한을삭 히고 달래어 흐르는 물살처럼 부드러운 징채로 두드려 야, 목으로 내지르는 쇳소리 아닌 이승과 저승의 경계 허무는울림징하게터져나오느니 122 비로소 햇살이 그 소리 비집고 들어 네둥근항아리 속그늘진도화꽃몽우리를햇살로피워올릴수있는, 시의참다운징수로다시태어날수있으리 123 꽃구경 낙동강, 섬진강따라돌고돌아 봄맞이하고집에돌아오니 손녀민서가“예쁜할머니!”하며와락안긴다 물빛유치원복에다함박웃음꽃, 이꽃송이두고꽃을찾아해종일쏘다니다니 어디그뿐이랴, 우리집뜨락엔 장차큰그늘될동영, 민규, 곤태, 태하, 저나무들이넉넉하게자라고있는것을 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