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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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부 소나무-유배시편1 삶의전쟁터에서뒤처져버렸다 디지털속도따라잡지못한 늙은소나무하나 겨우세평짜리안방에서 허옇게이파리떨어뜨린다 한때바람따라 노란송홧가루뿌려대던시절말아 찢어져간간이펄럭이는무명돛에남은 생의잎을천천히갉아먹고있다 낡은햇볕과바람에게감사편지쓰면서 늦가을세한도완성해가고있다 64 꽁치-유배지시편14 통조림깡통에그려진짧은 한생 제지느러미가시칼날처럼 곧추세운다 쉽사리잡히지않으려하늘그림자에 피말리며매달린다 간절한풍경이다 하늘을깨우다가 유리잔을깬다 저한편의시 맨가슴으로읽으면될것이다 65 지구의어깨-유배시편67 1 저가녀린어깨에얼마나큰무게실려있었던가 초가을별빛줍느라잠은밤새돌아오지않는다 흰바람벽에멱살잡힌옷걸이하나 싸늘하게눈동자깜박이는 열아흐레달빛을입어더핼쓱하다 한쪽벽으로비스듬히기울어지는지구의어깨 낮엔왜보지못했던것일까 너덜너덜껍질마저벗겨진채깡통으로찌그러져있다 날마다 허영의 공깃돌 한 주먹씩 쥐었다가 흩어버리 는나의낚시바늘들 그 바늘이물고있는그의시간이, 돈다발이 그 살의 뼈벗기며끌고다녔었지 한때내배꼽열쇠가그의비밀금고빗장을열고들어 가거나압력솥의추 끓어오르다가, 뾰족 손톱이그의어깨피흐르도록할 퀴어대기도했었지 66 2 그 소리 요란하기 만한 난바다 산 같은파도헤치며 몇사람의밥통지키느라짓눌렸을저가장의무너져내 리는 어깨, 소설 몇 권치 삶을 짊어지고 불면으로깊어 가는밤을헤아리며벽못에물려있다 뿌리 없는내허망의귀틀집에감금당한저, 뼈 속까 지구멍난남자이제살집두툼한내어깨에찢어진그 의 날갯죽지 뼈대가 기대어야 할 때인가 저, 열아흐레 달빛옷걸이는은근히그것을내게강요하고있는데 67 바람, 실 꿰지못한-유배시편 살얼음이칼바람을물고달려드는밤 서울역지하도에웅크린사람들 세상사뭐든지꿰매고깁던버릇버리지못해 긴장된순간들을모아시간조각보박음질하네 가슴속미싱바퀴를돌리고있지만 끝내바늘귀를찾지못하고 헛바퀴만몇바퀴드르륵돌리다가 무연히드러눕는사람들 허공으로둥둥지상의가족을내려다보네 미안하다, 사랑한다, 틀바늘은 간간이제주인의꿈깨우지만 실꿰지못한미싱박는소리만 지하도의밤울리며지나가네 속절없이무너진가슴속세상을돌리며 길을묻는재봉틀헛바퀴소리 그신음속밤의폐부를가르는바람소리 68 달맞이꽃-유배시편10 1 가출한뒤 역전뒷골목에서밤마다불밝히며 제병든꽃가루한숨파느라 사람들의한숨끌어들이던길거리 숨은꽃 그헐벗은여자 저녁이면온몸작은전구휘감는다 제몸한구석검게타는줄모르고 불의눈동자더크게부릅뜬다 2 몸 속타오르는불끄지못하는이들호객하며손을 잡아끌어들이는저병든꽃송이, 해맑고노란달빛빛 깔을 발하는것은그들또한진흙밭의연꽃이기때문 인가 69 안개꽃, 흰 그늘-유배시편46 조용히악보만넘기고있는 그림자 연주자에게 조명과찬사를돌려주기위해 있는듯없는듯 너는누구를위한페이지터너인가 저빛나는주인공들을위해 스스로흰그늘이되어떨고있는너 제가슴쓰다듬으며 영혼깊은데서두드리는통증 그페이지를 밤마다남몰래몰래넘긴다 70 별들에게-유배시편16 그누군가의등대가될수있기에별아, 너는칠흑어 둠 속을헤매느냐세상의작은빛이되고싶어해뜨면 죽었다가 달뜨는 저녁이면 거듭 깨어나고 깨어났다가 다시죽기를되풀이하는너 부싯돌처럼 순간과 순간 사이 삶과 죽음이 부딪히면 서발하는그발광의연속, 별의진실을간구한다그눈 부처엔캄캄한어둠을살라먹는별아, 새벽하늘의별아 71 아버지-유배시편44 그누구신가요? 끝모를그리움을찾아나서거나 한끼가족의풀칠을위해 가파른팔조령호랑고갯길무작정달려야하는 눈에불을켠저배고픈 치타들에게 막힌생몸뚱어리뚫어지름길내어주는 당신은 지상의청정법신이신가요 바삐가던길멈추고그어둠그늘에서 생의뒤안길되돌며머뭇거리는내게 밥한공기땀방울눈물방울소리없이씹고있던 지난시절어린감꽃꿰어 목덜미에걸어주던 72 아버지 그분이바로당신이신가요 73 연꽃들 1 제 씨알들 다 여물어도 한 여름뙤약볕 이고밭고랑 매는굽은등허리, 흙발, 흙소평생죄수내어머니의연 못, 콩밭에서 연꽃은핀다 2 시난고난그허기와씨받이압박, 그리고전쟁중에도 은장도칼날서슬하나로배달의씨앗지키고이어온이 땅의어머니들 3 이악물면서 당신곪아터진상처돌아볼겨를없던 아흔다섯고사목내어머니 마지막더캄캄한길도당당히걸어가겠다는 이땅의아줌마이길고집하는 저산같은여자 74 콘트라베이스-유배시편69 저몸집큰사내 별의은종소리내지않고도 몸속어딘가에숨겨놓은내깊은뿌리뒤흔든다 생의줄타기에이미무뎌진 제몸뚱어리어디서그떨림을찾아내고있는지 부푼비눗방울속에든눈알들 문득지구를깨뜨리는 일순의정적 그소리행간에못하나박으려 발등의실핏줄터지도록떨고서있는가 75 깨진접시-유배시편52 냉엄한사랑이다 구부러진등뼈바로잡으려는 회초리 그래서갓구운질그릇들을 망치는거침없이깨어버리는가 받드는것은한번은가루가된다던가 서로의믿음싸늘히부서지면서 미소뒤숨겨진 아버지의칼바람 때론피투성이되기도하지만 황토흙야무지게치대어 청자, 한 점 새로빚는일 그걸누가사랑이라하던가 76 숟가락섬-유배시편53 사람의 섬과섬사이 숟가락엔어느노가다의탄식이남아있는가 메마른영혼의물기마르지않게 기꺼이메아리가되어주는 범종의파문처럼 숟가락달그락거리는소리들으면 삶과죽음 몸과몸사이의생존을위해 평생밥을실어나르는 하늘님의고단한노동이보인다 새삼밥한알의무게달아본다 77 쪽지와구멍-유배시편6 ‘칠레광부33인이700미터지하광산에갇혔다매몰 된지한달이지났는데그들은애국가를부르며두려움 을견디고있다그사이딸아이에스페란다가탄생하고 그가족들은광산위에서힘내세요! 노래부르고광부들 은 어둠속에서조국칠레! 를 외치며 기적의 꽃이피기 를기다리고’ 예상하고있었다밥줄이 저밥줄, 언젠가는순간적으로자신의몸가두어 끝내제목숨거두어갈것이라는사실을 아슬아슬외줄타기를해야했던아득한나날들 무너진갱속에서 오직희망은구겨진쪽지한장뿐 ‘살아있다’그글귀하나 애간장다태우며기다리던이들에게 살아있다! 기쁨을안겨준신의목소리 단몇개의낱말로이루어진 그것은바로시! 시였다 세상사람들울리고가슴설레게한 명시한편 78 그런명시를쓸수있었던것은 삶과죽음의갈림길에선낭떠러지 언제떨어질지모르는 그유배의공간에서 우정과조국애가꽃피어날수있었던건 실오라기구멍하나트여있었던까닭 글귀한줄 고작은숨구멍이 하늘이었다, 시그것 79 꼽추난장이-유배시편62 1 이젠사하라사막도그어떤사막도두렵지않다 어차피꼽추난장이라는황량한모래벌판에서 나는태어났으니 날마다휘몰아치는모래폭풍도견뎌낼만하다 미역국한숟갈먹기도송구스런 어미의가슴, 캄캄한지하갱도에비하면 전갈들이비웃으며득실대는인간사막 기껏일미터단신의발뒤꿈치깨물어도 까잇거! 하하 웃으리 2 물어뜯어라 네서슬푸른독기단봉에모아 모아서인생처럼짊어지고 오늘도살아가야할이유를찾아나선다 터덜터덜땡비사막을걸어가는동안 사람전갈의독은 80 빗장걸어버린벽안에서 나스스로나를만들고 있다는걸 삼초마다한아이가굶주려죽어간다는 말의뼈다귀씹다보면 풀한포기버틸수없는모래벌판이오아시스로 가끔은신기루로보이기도한다 81 밤바다가날개펼치면-유배시편63 동성로밤거리를잠재울줄모르는 밤파도아저씨 싸구려옷자락펄펄펼치며날아오르기직전 ‘자단돈만원, 마-----ㄴ원, 배추한잎이면 당신이바로꽃보살!’ 제몸어딘가숨겨져있다고믿는 날개찾느라 몸부림치며소리지르다가 밥알한숟갈 그아득절망이살아야할질긴이유이므로 다시날개퍼덕거려본다 그순간만은밤하늘낮게아주낮게 별들도같이내려앉고있다 82 달팽이우화-유배시편64 운문댐수몰지구장씨아저씨 누덕누덕기운꿈보따리짊어지고상경하더니 온몸의뼈와살다짜내어10여년 달동네벌집한칸마련하였더니 이제육신의힘허물어지고있는 등뼈위에그벌집짊어지고 노을지는삶의비탈길 허덕허덕오르는모습뒤엔 무슨하늘의운세인지 서울에서 집한채등에지고태어난 달팽이한마리 제라늄이파리에서보란듯이기어가고 83 갯바위-유배시편65 바다는 산을갉아먹으려쉼없이몸부림이고 산은그바다밀어내느라잠한숨못들고 그틈새작은 돌부처하나가부좌틀고앉아 산은산으로서 바다는바다로서 서로의경계선, 지켜야한다며 미세기*의시달림으로 제온몸찢기고부서지는줄모르고 세월없이목탁두드리며 경전파도뒤적인다 * 밀물 썰물 84 지하철-유배시편20 날마다헛바람등에지고살아가는 저근육질사내 누구의묵은그리움이어주려저리 청석산을뚫고달려야하는가 한주먹꺼리도안되는 내마음 그허술한세상벽조차관통해볼 엄두도못내면서 85 낙동강-유배시편56 1 아흔 여섯해, 근 한 세기를 순응하다 흔들리며 분노 하며용서하며 살아온 강물오늘도삐그덕삐그덕자신의낡은풍차 를돌리고있다 ‘너거아부지는마실에숨어있고혼자아아들셋데리 고 고외딴과수원에서자는한밤중총칼든빨갱이들 이우루루몰려와총구들이밀며돈을요구했지빨갱이 는 아주 무서운 사람인 줄알았는데가까운동네아는 사람이었어나중엔총구내리며돈을요구했지얼마전 홍수에떠내려간세간살돈인데이것뿐이라며그당시 큰돈이었는데오백원내놓으니모두고맙다며돌아가 더군 86 2 그 이튿날옆집에그들이나타났을때주인이엉덩이 밑에돈깔고앉아주지않았더니불을질러버렸지하는 수없이과수원을버리고마실로이사했는데그집지킴 이구렁이들이따라들어온걸삽으로대가리몽창몽창 다 잘라불에태워버리더니그집이폭삭망해버리더 라난나중경찰한테당당하게말했어돈을주지않으면 내가내자식이죽는데어쩔수없었다고후유! 까딱잘 못하면 인민군 도왔다고 총살당할 수도 있었는데 그래 도운이좋았지좋았어’ 한깊은강물의피맺힌한숨을오지랖넓은오월바람 이넝쿨장미가지마다붉게핏빛으로토해놓는다 87 당신의추가무거울때면-유배시편69 허구한날되풀이하는일뿐이라고 가장의추가무겁다고떼버리지마세요 그무게가당신의안방을지키고 하늘과땅을받쳐주고 당신을견디게하는힘의원천이지요 그연장이 시간의맥박재촉해서 내자궁속썩히고낡아가게한다지만 그떨림이새싹을, 이파리를, 꽃을 화르르피어나게하는힘대가리지요 시계추는당신몸지구의중심이지요 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