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고 있었다
칸델라의 따스한 불빛 아래서
자존심과 부끄러움을 붕어빵 뱃속에 꼭 꼭 숨기면서
지난날 숨 가빴던 겉치레의 무거운 옷 벗고 있었다
은행돈이 제 꿈의 영역 넓히기에 바빴던
거짓과 화려했던 옷 벗어서 이미 허물어진
모래성과 반죽해 붕어의 뱃속 채우고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없이 다 벗었을 때 비로소
자존심, 부끄러움이 사라졌다
겨울밤 집 없는 사람과 배고픈 사람에게
따스한 붕어 한 마리 선물할 수 있는 여유가
빚덩이 재벌보다 훨씬 떳떳한 부자라는 걸
부부는 생전 처음으로 느꼈다
풍족했던 삶이 늘 짜증스러웠던 그 때보다
붕어의 체온만큼 서로 따스해지면서 부풀어 오른
사랑 소복이 들어있어 넉넉해지는 것인가
행복이 동그라미 많이 그려진 수표가 아닌
쨍그랑 백 원짜리 동전에 있었던가
노숙의 시름 놓은 밤길의 파수꾼, 가로등이
포장마차 위에서 깜빡 깜빡 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