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층 발코니 꽃밭에서
초여름 세력을 뻗치고 있는 학쟈스민 줄기들
서로 얼키고 설키며 길 찾느라 아수라장이다
길고 가녀린 손가락들이 서로 든든한 기둥이 될 옆 꽃나무들에 애원의 눈길 보내고 있다
한 때 남녀시인들의 선 긋기가 공개된 적 있었다
굵고 튼튼한 나무에 기댄 꽃의 시인은 자랑스레
얼굴들고 다녔다
어디 소풍이나 가면 거의 발이 삐거나 넘어져 울며
어리석은 나무들의 관심을 끌거나
스승이라며 굵은 끈 바꿔가며 잡고
이름 하나 얻어보려
실제로 성공한 꽃시인도 더러 있다
왜 그런 꽃소문으로 세상에 불그스럼한 향기 퍼뜨리지 못하느냐 질책 들으며
어둠을 씹은 적 있었다
어딘가 기대고 싶어 가슴 쓰라린 적 있었다
그러나 그런 고독이, 쓰라림이
내 시에 은은히 스며들기를 기다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