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산불
미친바람이 의성 산소 소나무 둥치 시커멓게 그을린다. 죽음의
무도에 맞춰 산이 산끼리 담배 불붙인다. 불 붙은 솔방울 서로
주고받는다. 영덕 바닷가 나룻배까지 쫓아가 태워버린다.
진또빼기 구수한 리듬 흥얼거리며 고, 고 하던 아흔의 자인 댁
응급실 간지 며칠째 타다 남은 경로당 화투판 담요, 화근내 안고
반쯤 무너진 대문 바깥에 버려져 있다. 초여름 대낮 먹구름이
툭 투둑 삽살이 양은그릇에 귀한 빗방울 모은다.
고운사 종소리까지 태워버린 광란의 휘파람, 휘휘한 밤 이불삼아
덮는다. 감나무 이파리 하나 날아가다 진흙에 잡혀 버둥거린다.
질경이 헬리콥터 줄 놓아버리자 약 올리듯 늙은 토끼들 찾아 다시
불놀이다.
암 선고보다 더 죽고 싶은 절망의 소리, 산이 멱살 잡힌 채 핏물
흥건하다. 빈 깡통 굿판에 조상님 화풀이목줄 점점 조여 오는데
제발 하늘님, 소낙비 좀 때려주소서!
그 틈새 뽑아 버려도 죽지 않는 사이비 눈빨강이 풀들만 꺼지지
않는 힘 숨긴다. 무궁화들의 기도 따위 나 몰라라, 어릴 적 보름달
기다리며 까막새 긴 언덕 치맛자락 태우던 추억이나 불러온다.
방관자, 너! 너! 나? 우리! 태극기 무릎 꺾이거나 말거나 목울대
찢어지는 소리 불붙는데 내방가사 쓰다 뛰쳐나간 연분홍꽃잎들 타
는 불 꺼줄 소방사는 어디 있는가? 가설무대에서 와글와글 귓속
이명의 불놀이는 도대체 언제 끝나는가!
시인 [정 숙, ] (
jungsook48@hanmail.net)
1993년 계간지<시와시학>으로 신인상 수상. 제 1회 만해 ‘님’ 시인 작품상 수상, 대구시인 협회상 수상, 시산맥 감성기획공모전 당선 제7시집[연인, 있어요]대구예술문화인상 수상
<신처용가>외 제7시집<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제 8시집 <가설극장 커튼콜>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