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힘든 일 얼마나 많았는지 시시로 뒤란에서 칼 갈던 아버지
녹슨 칼 쓱싹쓱싹 갈다가 물 뿜어 칼날 세우면 햇살이 무지개를 피워
올렸다 푸른 하늘까지 베어버리는 빛살이 눈부셔서 아버지 몰래 눈치껏
칼을 갈았다 결국 검지가 피를 보고 말았다
울음이 허공을 찌르자 다급해진 아버지 내 등을 토닥이며
딸아, 살아가면서 수많은 칼날에 등을 내어줘야 할 때도 있고,
무지개 꿈 이루려면 무뎌진 칼날 야멸차게 갈아야 할 때가
있지 그 땐 꽃향기에 취해 비틀거려도 안 되니 지금 비록
중 일 년이지만 칼 가는 법에 눈썰미의 날 세워야 거친 파도
속 맘껏 헤엄칠 수 있단다
정작 아버진 남의 칼 벼리느라 한평생 넓은 등만 내어주셨다
그래서 숨어서 칼 가는 척 했는지도 모른다 난 예순이 넘어서
야 나만의 예리한 칼날을 위해 더 세심하게 벼리기 시작했다
흑장미의 빛깔과 향기, 가시 등에 닥치는 대로 날을 갈았다
시의 요부가 되는 꿈이 날개를 활짝 펼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