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15    업데이트: 26-01-28 23:40

자유게시판

기행시
관리자 | 조회 40
고모역에서 매듭을고모역에서 매듭을
-기행시 3
 
경부선 기차가 잠시 쉬어가지 않으니
고모령 넘어가는 빗소리 울다 웃다가
더 구슬픈 건가
 
어머니의 목소리 쉬다 못해 꺽 꺽
숨통 막히던 역사의 매듭
간이역, 길 막는다고 사라지겠는가?
 
그때 이별한 두 아들 총알받이 된
어머니, 닿을 역도 사라진지 오래고
내 생이 문 닫을 시간도 멀지않았으니
 
우린 언젠가 모두 폐역이 되겠지만
시간이 멈춘 뒤에도 저리
능소화 수다스레 피워 기다릴 수 있다면
 
시비에, 시비를 걸지 말아야 하리
 
 
 
그런 사람
          ㅡ-기행시 2
 
오다가다 만난 이들 가슴에
꽃이 피어있지 않아도 품어 안으며
스스로 여러 빛깔의 수련 꽃피우고
잡초들, 온갖 벌레들의 넉넉한
품이 되기도 하며
굽이굽이 마다 쉬어갈수 있는 바위들과
달 밝은 밤 옥소대에서
소매 긴 채색 옷으로 아이 선녀들 춤추는
그림자, 못에 비추게 되길 기다리는
튼튼한 정자까지 마련하여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
오지랖이 큰 연못보다 더 넓어
한 아녀자가 감당하기 힘겹긴 하지만
보길도의 세연정 같은
그런 사람을 찾아 어기여차!
나의 한 생이 노를 젖고 있었다니
긴 시간 기다릴수록 물이 말라가니
이제 더 이상 배를 띄울 수 없어
달빛 그림자도 건질 수 없어라!
 
 
 
삽질하다
 
-기행시 1
 
필라멘트가 끊어진 소켓이 전구를 갈아 끼우려 최참판댁을 찾아 왔습니다 평사리 마을을 터전으로 일구고 경작하고. 세우신 토지라는 견고한 왕국에 이르려면 얼마나 어느 정도 삽질을 해야 하나요
 
하동에서 차가운 손 꼬옥 잡아봅니다
첫 만남은
원주 채소밭에서 풀 뽑고 계셨지요
그냥 시골 할머니의 모습 잊혀 지지 않습니다
처음엔 자식들에게 전기 공급이 되지 않을까
허리 끊어지는 줄 모르고 원고지 메웠지만 이젠
진주 목걸이를 한 돼지가 되기 싫어
충전도 없이 전압을 높이고 있다는
평생 허기진 삶이 쌓은 선생님의 왕국에
처용아내 정 숙은 오늘도 감전되고 싶어
사유의 삽질 멈출 수 없어 불을 켭니다
 
내 인생이 문학이고 지금 문학이 내 인생입니다 라는 선생님의 말씀 곱씹으니 찌르르 흐르는 전류, 지직 불꽃이 튀어도 콘센트 플러그를 뽑지 않습니다 캄캄한 암전이 더 두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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