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98    업데이트: 25-09-09 11:56

자유게시판

25, 시월항쟁 낙동강 누그를 위해 종은 울리나
관리자 | 조회 22
낙동강
-유배시편 56
 
 
1
 
아흔 여섯 해, 근 한 세기를 순응하다 흔들리며 분노하며 용서하며
살아온 강물 오늘도 삐그덕 삐그덕 자신의 낡은 풍차를 돌리고 있다
 
'너거 아부지는 마실에 숨어있고 혼자 아아들 셋 데리고 고 외딴 과수원에서 자는 한 밤중 총칼 든 그들이 우루루 몰려와 총구 들이밀며 돈을 요구했지 그들은 아주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가까운 동네 아는 사람이었어 나중엔 총구 내리며 돈을 요구했지 얼마 전 홍수에 떠내려간 세간 살 돈인데 이것뿐이라며 그 당시 큰돈이었는데 오백 원 내 놓으니 모두 고맙다며 돌아가더군
 
2
 
그 이튿날 옆집에 그들이 나타났을 때 주인이 엉덩이 밑에 돈 깔고 앉아 주지 않았더니 불을 질러버렸지 하는 수 없이 과수원을 버리고 마실로 이사했는데 그 집지킴이 구렁이들이 따라 들어온 걸 삽으로 대가리 몽창 몽창 다 잘라 불에 태워버리더니 그 집이 폭삭 망해버리더라 난 나중 경찰한테 당당하게 말했어 돈을 주지 않으면 내가 내 자식이 죽는데 어쩔 수 없었다고 후유! 까딱 잘못하면 빨갱이 도왔다고 총살당할 수도 있었는데 그래도 운이 좋았지 좋았어'
 
한 깊은 강물의 피맺힌 한숨을 오지랖 넓은 오월 바람이 넝쿨장미 가지마다 붉게 핏빛으로 토해 놓는다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유배시편 57
 
경상도 출신 조선족
고향 생각나면 상을 제켜놓고 젓가락으로 두드리곤 하지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내 여덟에 고향 떠나 돈 번다고 일흔에 다시 한국 갔더니
데리고 간 내 의사아들이 공사장에서 죽고 말았지
고향땅에서 돈 좀 벌어보려다가
천금보다 더 소중한 걸 잃었지
같은 핏줄인데도 그 사람들 사람차별 어지간하더군
참 세상은 받기 어려운 공만 내던지더군
일제강점시절, 피죽이라도 먹고 살기 위해
이 낯선 중국 땅까지 흘러왔지만
도저히 되받아넘길 수 없는 빠른 직구만 던져대더군
이제 겨우 좀 살만해 가는데
직구인 듯 삐끗 이상한 곳으로 빠져버리는
변화구가 우릴 가두고 말았지
밥은 먹고 살지만
말이 조국이고 고향땅이지
그 조국이 우리한테 해준 게 뭔데?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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