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25    업데이트: 25-04-0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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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금싸라기들을 찾아서 -정 숙 [시인의 산문]
관리자 | 조회 28
[시인의 산문]
 
 
 
잃어버린 금싸라기들을 찾아서
-정 숙
 
사랑하는 처용님
여자가 하필 왜 시를 쓰느냐고요? 글쎄요. 저도 처음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비싼 밥 먹고 왜 하느냐고 빈정대기도 했었지요. 그 죄 값으로 짙푸른 파도 출렁이는 동해 물빛 같은 시간 다 보내고 늦깎이 시인이 되었지만요. 잃어버린 그 금싸라기들을 다시 되돌려 찾기 위해 두 눈 혈안이 되었다고 할까요? 고 작은 빛의 알갱이들이 보물찾기 하는 것처럼 뜻하지 않은 곳에 숨어 절 기다리고 있더군요. 옛날 하찮게 여겼던 것들이 이제 그 본 모습을 드러내며 조곤조곤 온갖 얘기 꾸러미들을 풀어놓으니 어쩌겠어요. 도리 없이 받아 적어야지요. 그것들은 누렇게 찌든 낙엽, 탱자나무 가시, 오동 꽃과 돌멩이 속에도 깊은 바다가 파도치고 있다며 저를 꼬집고 다그치기도 하면서 무조건 발가벗고 헤엄을 치라고 꼬드기더군요. 전 거름지고 장에 따라가듯이 그냥 따라갔을 뿐이지요.
그런데 산 넘어 산이고 강 건너 가시밭이고 같은 게들이 서로의 발 물고 늘어지듯이 잡아당기기도 하고 말씀으로 생살에 빗금을 긋기도 하면서 온갖 훼방을 놓긴 했지만 시는 제 밥이고 집이고 애인이었기에 또한 많은 위안을 주기도 했어요.
늦바람은 감당할 수 없는 힘으로 압력을 넣어 가슴 속 깊이 내재된 용암을 폭발시키고 말았어요. 전 그저 받아 적었을 뿐, 그런데 끝도 없이 밀고 나오더군요. 그것들을 새끼처럼 꼬아서 밧줄을 만들어 우물 속에 빠져 허우적이는 제 모습을 건져 올렸어요. 그것은 썩은 밧줄이 아니었던지 제 생명을 구했지요. 거듭 태어날 용기와 힘을 준 것이지요. 이젠 신기가 들었는지 눈도 귀도 말문도 열려 귀뚜라미들 웃는 소리도 들린다니까요.
사실 전 눈과 귀 모든 감각을 열어두고 잠자면서도 기다렸어요. 혹시 언제 찾아오실지 모르지만 그 님이 찾아오실 때 옷자락이라도 붙잡아 그 향기나 흔적 남기려고.
시에서 겸손을 찾다 보면 긴장이 흩어지거나 내숭을 떠는 것처럼 보인다는 핑계로[사실 시는 행간에 많은 보석을 감추며 내숭떠는 일인데] 너무 시건방을 떨지나 않았는지 걱정이군요. 전나무가 키만 뻣뻣이 키워 거드름 피우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몸 어느 곳 약간만 눌러도 곧 눈물을 쏟아낸다는 얘기 들으셨나요? 쓰러지지 않기 위해 더 긴장해야만 하는 뼈아픔도 우리 서로 다 아는 일 아닌가요?
처용님, 당신이 아무리 말려도 전 오월의 장미 꽃잎이 하르르 지는 이유와 쓰라림을 그림으로 그릴 겁니다. 그리고 눈을 뜨고자, 말문을 열고자 하는 이에게 도움을 줄 것입니다.
시는 쓰는 것이 아니라 보고 듣고 느끼고 깊이 생각하며 상상의 나래를 달고 훨훨 날아오르는 일이지요. 길에서 장미 가시에 찔린 바람이, 바람에 뺨맞은 가랑잎이 훌쩍이는 소리 들리는데 의리에 사는 토종 경상도 처용아내가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어요. 말도 안 되지예. 그나저나 곧 벚꽃이 바람기 화들짝 피워내는 봄밤일 텐데 우야지예. 예? 서방님!
 
 
 
75
 
 
 
 
*정 숙의 시어사전
[참고]
김재홍의 ‘시어사전’
이응백의 ‘아름다운 우리말을 찾아서’
삼국유사
두시언해
국어사전
이상규의 경북방언사전
 
1낮달
*어무이,-어머니의 경상도 방언
*영가-영혼
 
2월광소나타
*흐드러진 -썩 탐스런
*붑괴어----끓어 뒤섞이어
 
3한여름밤의 몽상
*쓰렁쓰렁-남모르게 비밀히 하는 모양
*발싸심- 몸을 비틀면서 비비적거리는 짓
 
4눈물이슬
*낮결-한낮에서 해가 저물 때까지
 
5토란잎이
*해껏-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6 두부
*나스르르해지다----부드러워지다
*숫접은----순박하고 진실한
 
7 시를 위한 광시곡 -76
*어러이--미치도록
 
8기둥을 찾아
*곁에서 도와줄 ---곁비할
*점점 심해지는 ---시난고난
*석양 --야지랑해
*몹시 지쳐 몸이 떨리는 현상 -----속바람
*옆에서 도와주다------------옆들다
 
9봄밤이라예
*봄밤입니다----봄밤이라예 [경상도 방언]
*고요하고 쓸쓸히 ----오롯이
*소용돌이 *깊이 잠든 --물뉘누리 귀잠든
*진초록빛 -갈매
*굽은 길-에움길
*생글생글 웃으며 재미있게 지껄이며------새살거리며
*자궁-아기집
 
10 폐타이어
*서북풍 -된하뉘
*먼바다 -난바다
*시드럽다. 고달프게 -시드러이
*늙고 병들어 쭈그러진 여자-버커리
*수고로이-이삐
*여러 사람을 사귀느라--閱人[열인]하다
 
11합궁하는 날
*몸의 모양, 태도 -몸맨두리
*작은 풀싹이 돋아나는 봄철 -잔풀나기
*순한 말로 구슬리다-궁글리다
76
12꽃에는 달무리가
*성질이 독살스러운 -사박스런
*마음이 순하고 곱게 -수련하게 -----77
*바쁜-바아치는
*열매-여름
 
13 꽃의 은유를 찾아
* 허겁지겁 -헝겁지겁
* 미친듯이-어러이
*맨몸-살몸
*환장하다-환심장하다의 다른 말
 
14깊은 상처가 때론 빛을 키우는가
*짝사랑-외쪽생각
*애틋한 사랑-다솜
 
15느티나무
*어머니 -어매
*짧은 -노루꼬리
*한 생애-한 뉘
 
16 낙화암
*어린나무-보드기
 
17 분갈이를 하며
*사랑-괴욤
 
18 시월봉숭아
*시월에 핀 봉숭아꽃 -늦깎이
* 뒤쫓아 -미조차
*구슬픈 뼈아픈-애왇븐
 
19 구멍론 2
*문득-믄드시
*몹시 지치다-맛문하다
*들꽃바람[조어]
 
20 갯바위 --------78
*밀물 썰물-미세기 *경전과 같은 파도
 
21어떤 차선 위반
*남성의 성기-연장
 
22 線에 관한 명상
*오줌-소마
 
23 밤벌레
*잘 익은 열매-아람
 
24직선은 피가 차갑다
*옭아 매이다-옭매여
 
25 초겨울
*넓은 들-펀드기
 
26 폐가
*집의 바깥 언저리-집터서리
*잠자리 -철개이 [경상도 방언]
*날개-날감지
 
27 어처구니 사랑
*어처구니; 맷돌의 손잡이
 
28 자목련
*우멍거지 수술; 포경수술
 
29 학처럼
* 대변 -매화꽃송이
*병중에 자꾸 잇대어 자는 잠-이승잠
 
30 우주에서 변쓰다 -79
*암호로 말하다 -변쓰다
*매우 슬프게 시끄럽 울어가며 -콜콜히 우닐며
*상처가 내부에 있는-은결든
 
 
31 초조[初潮]
*첫 달거리-----초경[初經], 첫 개짐
 
32산다화
*해를 넘기는 하늘-해넘이하늘
 
33 사리 익어가는 냄새
*서두르며 -바아치며
*많이 -해
*중도에 갑자기-다따가
 
34불의 눈빛
*달빛줄기-달빛살
 
35 네 바다 속을 난 알고 있지
*비릿한-비뉘한
*가끔 이따금-무리무리
36 안동 간고등어
*입맛에 바로 맞게-맞갖게
 
37 과녁을 찾아
*다시-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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