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처용가는 발표되기 전 10년간의 사회실정이었고 그런 것들을 소설처럼 연작으로 엮은 작품입니다.
내방가사에 더 가깝다고 볼까요? 순서대로 읽어보시면 결국 부부가 서로 화합해야한다는 그런 내용이지요.
무딘 칼도 다시 벼리고 툭수바리 된장찌게처럼 구수하게 그렇게 살자는 것입니다.
신처용가 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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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캉, 꽃뱀캉
-처용아내 65 [춤바람]
지가예, 서방님 찾으러 안갔십디꺼.
월궁캬바레예.
불빛이 뻔쩍뻔쩍카디 마카 도깨비춤 춥디더.
막 흔들어싸미 정신없는 기라예. 요상합디더.
안개가 끼디
비누방울이 지를 무지개 우에 태우디예.
그카디예, 아 그러시 금새 또 제비캉, 꽃뱀캉,
삥글삥글삥글 지 눈알이 막 돌아가디예.
뺄가이 실눈 뜬 빛살들이 흐느적 흐느적카데예.
벌씨로 호랑이가 돼뿌냐꼬예?
그기 다 서방님 하시기 나름 아입니꺼?
지를 유리꼬뿌거치 살살 다라보이소.
누가 그카겠능기예?
입에 세거치 잘한다 아입니꺼?
근거이 입에 풀칠도 몬하던 그 시절 생각해 보이소.
쌈할 여개 없었지예.
인제 퍼뜩카믄 서방님 눈이 도끼날 세워,
생트집 잡으이까예.
서방님 늙고 빙들믄 누가 살피겠심니꺼.
시든 꽃도 꽃이라예.
심 좋을 때 잘해 주이소. 예?
벌씨로:벌써
꼬뿌:컵의 일본식 발음
다라:다루어
세거치:혀같이
근거이:근근이
눈마찼다꼬예?
-처용아내 68 [미운정 고운정]
기집이 사나하고 눈만 마차도 서방질이라꼬?
우짜꼬! 아래 화전놀이에서 깔쌈해서
뚝 기생 오라바이겉은 장구쟁이하고 눈마차뿟는데.
가심이 두근반 시근반카데. 안쫏가내지예? 예?
그라믄 길가 나가서 지보고 돌삐 뗀지라 케보이소.
뗀질 사람 누가 있겠심니꺼?
차라리 봉사캉 사지.
그러찮심니꺼? 버버리랑 사믄 쥐영해 좋고.
서방님, 쌈 고마 하입시더.
그 칼 때가 아입니더.
미분 정 고분 정 다 들어씸더.
소문 몬들었어예?
인자 남정네들이 다부로 뚜디리맞고
눈티가
반티된다 카는 말 말이라예.
마차도:맞추어도
아래:그저께
쥐영해:조용해
그 칼:그렇게 할
팔짜대로
-처용아내 69 [효자이야기]
어마이들 젤 무서버 카는 기 먼지 아능기예?
아아들 시험치는 거 아인기예. 과거시험도 아이민서
이팔청춘 공부에 몽땅 썩하뿌는 기라예. 글 읽는
소리 얼매나 듣기 좋심니꺼. 그래도예, 서방님
배보다 배꿉이 더 크다꼬예. 버는 거보다 공부에
돈이 엄청 더 들어가이까 우짤줄 모리겠어예.
집이라도 팔아가 공부 시키고지버예. 그래가예
점 잘치고 눈치작전 잘하는 아아가 이기는 기라예.
찬바람이 지 망토자락 휙 들어올리믄 무서버예.
지 맴이 너무 추버 카지예.
가심이 씨리고 아푸다 카지예.
점 잘 칠 자신 없지예.
휘파람 휙휙 부는 동자점 보러갔디예
꼭 붙는다 케도 두려버예.
대학은 꼭 졸업해야 되는기예?
좋은 핵교 졸업하믄 미느리인테 뺏기고예
공부 몬하는 아아가 효자라 카데예.
어마이 탓 대지 마이소. 예?
다 지 팔짜대로 사는 기라예.
서방님 우고지버예
-처용아내 70 [애모]
서방님, 오늘은예
서방님 가심에 낯을 푹 묻고 우고지버예.
저 빗소리가 서방님 귀에 속삭이지예.
안들리예? 서방님 얼굴 뵌지 디기 오래됐거든예.
기대리다가 기대리다 지치가 잠드고 나믄 오시지예,
아침엔 일나자 쫓어나가기 바뿌지예.
우예 실컨 보겠심니꺼.
그러이 인내들 첩사이가 되고지버 하지예.
알미는 딴데주고 껍디기만 집에 돌아오믄 누가
좋다카겠심니꺼. 지는 때론 알라가 되고지버예.
그래야 서방님 가심에 푹 안길 수 있지 싶었어예.
가아는 서방님 눈앞에서 일부러 우는 칙 하지만도
지는 속으로 속으로 얼매나 우는 지 아심니꺼?
청승떠지 쫌 마라꼬예?
서방님. 그러키 심한 말씸을?
들어보시이소.
쏟아지는 이 장대비 소리! 예?
우고지머예:울고싶어요
알미:알멩이
가아는:그애는
팔푸이 만세!
-처용아내 71 [서방님 자랑]
팔푸이들 앤쌔비렀능게?
야? 마카 지 자랑 애이믄 아아들 자랑,
지집 자랑하이꺼네 팔푸이 애이고 멍게?
"지는 서방님 숭을 어시기 해샀는데 집안 우새한 기
애인지 몰때이"
시상도 사람도 마카 쬐매끔 돌안 기 애잉게?
"사민서 한짝 눈깜고 사는 기 앤 맞능게?
좋은 거만 보고 사문 되는 기라."
맞니더, 종일 지 옷깃이나 다듬다
지 멋대로 날아댕기는 제비 쫌 보소.
해 빠지믄 꼭 끈티는 집에 앤 돌아가능게.
지가 서방님 미버 구쿠능기 애인줄 잘 앤아능게.
애이라예, 기다릴라느메. 서방님, 지는 집 지킬라느메.
팔푸이 될라쿠믄
"온 시상 여핀네들이 불버하는 우리 서방님 만세!"
야시비 보실보실 내리네예. 모리실끼라예.
오늘 지 건디리지 마이세이.
건디리기만 하믄 빠이롱 시루는,
애간장 타는 소리가 날끼라예.
어느 비 오는 봄날,
빈 마음 가눌 길 없던 실버들이예
비루다 비루다가 수성못에 퐁당 빠짔디예.
억신 손아구가 떠억 껀지뿐거 있지예.
그카고 머라카능기 아이라
"아지매, 고러케 빠지 죽으믄,
홀랑 빗기놓고 온갖 사람들이 다 들다 보능기라"
애고, 죽기도 애러버예.
오렌지족은 머고, 낑깡족은 멍게?
진짜 맛있는 우리 제주도 귤은 울리고
와 카능게.
남정네들 삐삐에 핸드폰 카는 거까지
차고 댕기민서 해논 일
고작 고깅게?
너무 나라 참깨조차 다 사들라
우쨀라 카능게?
우리 몸엔 우리끼 좋은 기 안 맞능게.
새빠지게 농새짓는 사램 우예란 말인게.
꺼실었다꼬 깔보는 깅게 멍게?
자가용 타는 사램만 잘난 기 아이고
리아까 타는 사램도 어시기 잘난 기라예.
아능게? 모리능게?
촌구석 압구정에는 아이 고 못땐
한명회의 억씬 바람이 불고 있능게?
야?
고깅게:고것입니까
꺼실다:그을다
한명회:조선조 세조 때 사람
황혼이 아름다불라 카믄
-처용아내 74 [길끝에서]
늙는다 카믄 계급 오리는 기 아이고
유세할끼 하나또 없는 기라.
책임만 더 무거버지는 기지.
황혼빛이 아름다불라 카믄 옳고 그린 걸 잘
헤아리야 안되나. 그랄라 카믄 정신이 맑아야
되는 기라. 젊은이보다 더 참아야 되이 속을 더
끓이야 되지. 그케야 아름다분 노을이 되지
이래저래 골 아푸제. 참으세,
젊은 아아들 저거꺼리 잘 살믄 되지 욕심부리지 쯤
마세. 당신 맘 고럽기만 하지. 아무 씰데없는
기라. 늙으면 와 고집만 자꾸 피우는지 몰라.
그래가 우째 자식들보고 훈계하제. 간섭하지 마세.
짤낀하지만 우리는 우리 인생이 있고
저거는 또 저거 길이 있는 기라.
늙는다 카믄 더 참을 수 있다 카는 거 아이가?
"자네도 늙어바라, 안늙어 보믄 모린다."
고럽다:괴롭다
짤낀:짧기는
사랑쿠는 거
-처용아내 75 [마처족]
짤다쿠믄 짜린 인생, 와 그리 찡그리가 넘 잘못만
따지고 사니꺼. 답따버래이. 사랑쿠는 거 우옌니꺼.
사랑이 없는 사람은 디기 추접고 불쌍해 비니더.
우야문 그러쿰 지 맘대로 지껄이고, 노고지부믄 노고
우고지부믄 막 떼씨미 우고,
핑생 큰소리 치미 사니꺼?
지는 부러버니더. 시상이 참말 고리잖데이.
서방님, 마처족이라 쿤다는 그 억울함
와 모리겠니꺼?
구쿠더라도예 우린 우리 할 도리를 해야지예.
눈뜨고 보문예 참 아름다분 기 시상이시더.
사랑이 지 나레를 피믄 모두 향그러부니더.
눈 쪼매 크게크게 떠 보시이소.
마음의 눈, 말이시더.
추접고:추하고
노고지부믄:놀고 싶으면
고리잖데이:고르지 않다
마처족:어른 섬기는 마지막 세대, 자식한테 대접 못 받는
처음 세대
보고지버지네
-처용아내 76 [허깨비의 꿈]
가심이 아풉니더. 서방님,
가실 바램이 살랑살랑 꼬랑지 흔들어싸이
또 보거지네예. 그 귀공자 말입니더.
지가 서방님 사랑 안하는 기 아이고예
꿈꾸는데 먼 죄가 됩니꺼.
고것도 없는 사람은 허깨비 아이겠심니꺼.
꿈 묵고 사는 사람은예 눈이 별거치 빤짝거립니데이.
카고보이 하늘에 별도 참 많네예.
지 별이 어느 기까예?
꼬리 길게 끌민서 사라지는
저 별 아이까예?
꿈을 찾으러 가는 갑심더.
몬전디게 그리버 떠났는지 몰라예.
옴마야, 또 하나 서방님꺼지 떠납니꺼?
가실:가을
카고보이:말하고 보니
옴마야:감탄사
첩사이라꼬예1
-처용아내 77 [여성해방]
첩사이나 간첩이라꼬?
낮에 집 지키는 사람을?
우야다 그래됐는공?
재주라곤 살림하는거 뿌인데 밖에서 머하끼예?
그라고 보이 식당, 꼴푸장, 수영장, 노래방 모두
여자들이네. 여자들이 버글버글하네.
시상 천지예, 언제 시상이 이래됐는공?
서방님, 지보고 집 안지키믄 쫓가낼 듯 카시디
우예된 깁니꺼.
피바가지 모린다꼬 천대,
춤 몬춘다꼬 괄시, 지는 갈 데가 없어예
식당 거치 반찬 몬한다 괄시 마시고
한분 델꼬 가보이소.
가마 집 지키고 있으믄 빨리 노망든다꼬?
역신강 노닥거린다꼬? 천지가 노래지네.
퍼뜩 그케주지 이 빙시이를 인자 우야노?
몰따, 몰떼이
벌거이 타오리는 지옥불도 내 모리겠데이
눈에 삼삼
귀에 쟁쟁
님 그렁지 얄랑얄랑거리쌓네
죄없는 부지깽이 까
아궁이 내내 들쑤시미
자꾸 입짐만 불어쌓는데이
타뿌라, 불꽃아!
활활 타오리거래이
불나비되어 나
님 찾아 나설란다
비오리:오리의 일종, 탕아
몰따:모르겠다
그렁지:그림자
까:가지고
타뿌라:타오르거라
통시깐에서 웃는다꼬예?
-처용아내 84 [다시 사랑가]
보약이라꼬예?
자민서 지가 헛소리 자꾸한다꼬예?
서방님......
지 달구똥 겉은 눈물 딲아주시이까 디기 더
서러버지네예.
산다카는 기 한바탕 꿈이라꼬예?
빈 하늘이라꼬예?
떫은 감이라꼬예?
꽃이라 카는 거는 마카 꺾어봐도
지 낭게꽃이 젤 좋다꼬예?
툭수바리 딘장 끓는 냄새가 오늘따라
더 구시하다꼬예?
아이 서방님, 와 이카십니꺼. 누가 보믄 우얄라꼬 예.
여핀네 골로가믄 통시깐에서 웃는다 케도
순 거짓말이지예? 맞지예? 맞지예?
"아따, 어징가이 지꺼리라! 짐 마카 샌다고마."
"암딱이 우믄 집구석 망군다 카는 거 니 모리나?"
달구똥:닭똥
낭게꽃:호박꽃
거물 뗀지놓고 있으믄
-처용아내 85 [행복찾기]
태어나면서 받은 지
백지에
부모님, 선상님
서방님 기리라시는 대로
기리려했심더
화분에 심은 소나무거치
가시게로 짜리믄 짜리는대로
가마 있으믄,
강물에 그물만 뗀지놓고 가마 있으믄,
행복이 걸리드는 줄 알았심더
얼매 남지 않은 백지 우째 다
채우지예?
호작질하기엔 너무 소중한 백지라예.
인자 지 손으로
지 마음 대로 한분 기리볼끼라예.
바우틈에 핀
난초 고 해맑게 웃는 눈빛을 꼬옥
기리보고 싶어예.
호작질:아무렇게나 하는 장난질
치맛바람
-처용아내 86 [암딱소리]
와 이래 씨끄러부냐꼬예?
집집마다 암딱 우는 소리 아인기예.
인자는 암딱 소리가 젤로 큰 집이 잘 사데예
칼 빼내삐린 남정네들이 가마 구경하다가
떡만 자시믄 되는 기라예.
소리 큰 암딱은 손 크지예, 또 치맛바람은 얼매나
씨다꼬예? 아씨예?
고 치맛자락 펄럭일 때마다
아파아트 한 채가 왔다리 갔다리 안합니꺼.
장딱만 믿고 잠자던 암딱들이
칼 때신에 손톱 끝 기게, 날카롭게 갈민서
마카 꼬꼬댁! 꼬!꼬!거리야 잘 사는
시상이, 시상이 진짜 왔단 말이라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