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처용가는 발표되기 전 10년간의 사회실정이었고 그런 것들을 소설처럼 연작으로 엮은 작품입니다.
내방가사에 더 가깝다고 볼까요? 순서대로 읽어보시면 결국 부부가 서로 화합해야한다는 그런 내용이지요.
무딘 칼도 다시 벼리고 툭수바리 된장찌게처럼 구수하게 그렇게 살자는 것입니다.
신처용가 3부
관리자 |
조회 16
가뭄 [강쇠 쫌 머러카이소]
-처용아내 45 [변강쇠가]
너무하니데이, 해도해도 너무하니데이.
불빝 땡빝에 참말로 너무 놀아나는 기라.
숨이 콱콱 맥히고 샛바닥이 턱턱 갈라져
미치겠심데이. 보이소 서방님예,
하늘 아입니꺼. 쏘내기 한줄기만 내라주이소.
목이 타 죽겠심데이. 정이 너무 많은 기
탈인기라. 요렇게 서로 달아오리기만 하믄
참말로 산불나뿌믄, 나뿌믄 우짤랍니꺼. 예?
모리겠심데이, 우야이까네 입김이 뜨거버질수록
이파리가 마리고 빨리 떨어져뿌는 지를.
저리 몬전디게 안절부절해샀는지
지는 진짜로 몰랐심데이.
인생길에는 땡빝도 필요하지만,
비바람, 쏘내기도 다 필요한기라.
그라이까네 그렇지 안그라믄 그러켔심니꺼.
서방님.
문디 깡철이 겉은 강쇠
저 이글이글 타는 몸뚱이 쫌 머러카이소. 예?
강철이:용되려다 만 짐승. 가뭄의 원인으로 생각했음.
순 거짓말
-처용아내 46 [신흥보가]
지는 간첩이 분명 아인데 와 내 심장이
콩콩 뛰사코 무섭심니꺼. 무신 죄 그리
많아 잘몬했다고 빌고 또 빌어야 됩니꺼.
가마 생각해 보이꺼내 우짜던동 양심 올바린
사람 얕잡아보고 자꾸 욱박 지립디더.
짓밟십디더.
착하게 살란 말도 순 거짓말,
아아들한테 우예 가치야 되겠십디껴. 착하기만
하믄 제비가 박씨 물어와 땐지주는 줄 알았심더.
콩쥐처럼 멋진 왕자님 만나는 줄 아았심더.
그기 아입디더. 두 눈 뿔시가지고 지가 지를
지키야 됩디더. 안그라믄 누가 지 찾아줍디꺼.
눈 뿔시는 것도 연습해 보이꺼네 와 그러쿰
애럽십디꺼. 아무나 하능기 아인갑십디더.
우예:어떻게
갈치야:가르쳐야
뿔시가지고:부릅떠서
돌리라 카지 마이소
-처용아내 47 [맷돌우화]
지는예. 마 맨날맨날 지를 맷돌에 갈고 있었심더.
가루가 돼 두부 될끼라고 말입니더. 바보라
카기나 말기나 네모난 틀에 꼭 맞는
두부가 될끼라고 말입니더.
우야다가 콩도 아이고 두부도 몬되고
와 이래 됐는지 모리겠심더. 맷돌을 돌리다 돌리다가
고마 딴 맘을 묵었는 가베예.
서방님예, 지는 우야믄 좋겠심니꺼.
맷돌만 자꾸 돌리라 카지 마이소. 지를
몬찾아 케샀는 인생 안 불쌍합니꺼. 모리겠심더.
지 좀 찾아주이소. 예? 그라고예 지 날개옷 좀
안돌리 줄랍니꺼? 인자 우짜겠심니꺼.
날개옷 있다고
다 내삐리고 날아가겠심니꺼? 언지예, 몬갑니더.
어데예, 안갑니더. 그라이 지 날개옷
한분만,
딱 한분만 입어보믄 안되겠심니꺼. 예?
우야꼬, 우야기나!
-처용아내 48 [날개옷]
우야꼬, 우야믄 좋심니꺼?
날개옷이 짝아졌어예.
지 몸띠가 굵어졌다꼬예?
지는 아이예 지가 물찬 제빈줄 알았는데예.
착각은 자유라꼬예?
암만 날라케도 발이 안떨어지네예.
꼴프를 치던 동 똥배를 없애야 된다꼬예?
참말로 한심하네예.
우야꼬! 그동안 니 머했노?
머리는 텅 비우고
뱃속만 한거 채우고 있었는 기라예.
디기 무살 때 알아봤다꼬예?
돼지인테는 진주도 땐지주지 마라 칸다꼬예?
참말 돼지가 웃을 일이네.
우야끼나! 우야끼네이!
아이예:아직도
한거:가득
디기:많이
무살 때:먹어댈 때
마라 칸다꼬:말아라고 한다고
막 묵어제낀 거 아잉교?
-처용아내 49 [미궁 이야기]
고 쬐맨한기 무신 죄 있겠능교?
이빨 악물고 때리샀쿠로.
넘 원망할거 하나 언없능교. 다 지 탓 아잉교.
지가 지 골빈당 주 패기로 안했능교.
저 높은 만디를 전자 때리띠요
잘 날라카디 지 코앞에 픽 안주저앉아 뿌능교.
꼴프공을 맺분맺분 패고나이까 골이 탁 안틔능교.
서방님요, 지가 마 미궁에 갇힜던거 아잉교.
딱 뿌라지게 말하믄 지가 나오기 싫었던기지요.
얼라나 놓고 살이아 푹푹찌문
富티난다 카이 막 묵어제낀거 아잉교. 벱이 있는데요
울타리 밖에 쫓가낼 사람 누가 있겠능교. 안그런교?
고기 바로 미궁이라 카능 거 몰랐다 아잉교.
길 찾아나설 생각 꿈도 몬꿋다 아잉교.
만개 안 핀턴교? 안 그러턴교?
만디를 전자:꼭대기를 견주어
만개 안 핀턴교:만고에 편하지 않던가요
참말로 미안시럽구메
-처용아내 50 [요령소리]
보소보소, 와뻥그리 웃능게? 야?
지가 날개옷 몬 입어이 그리 좋은게?
날개옷 찾는다 케살 때 속이 마이 안씨맀능게?
두고보소 야? 간들간들 능수버들 될라 카능구메.
있잖능게, 지도 마 속이 쬐매 시린기 아이구메.
서방님 애자시고 번 돈
묵어 조지고,
살 뺀다고 조지고,
쬐매한 고 구명에 꼴프공 넣을라고 새빠지고,
새벽부터 왼쟁일 들판 헤매니라 새빠지고,
쌀 한 가마떼기 후딱 안날러 가뿌등게. 땡빝에 앉아
풀뽑는 아지매들한테 얼매나 안 미안능게.
야? 서방님, 지발 너무 좋아하지 마소.
금달래맨쿠로 풀쩍풀쩍 뛰미 에어로빅해야제,
빨가벗고 수영해야제.
동양화 그림 공부도 해야지럴,
피바가지가 사람 안잡능게
가마 누버 있시믄 살 빼주는 기계도 안 있능게.
서방님, 돈 벌라카이 머시기 거시기에서
요롱소리 안나시능게. 참말로 미안시럽구메.
티 케이 아잉게?
-처용아내 51 [대왕암]
때뿐다! 뿌사뿐다!
막 밀고 들어올 때는 간띠가 써늘하구마.
그카디 또 얼매나 부드럽게 쓰다듬는 동!
감포 대왕암 파도는요 아무도 몬 말리구마.
저 박력! 바로 화랑도 정신이구마.
속이 깊으민서 맑게, 차거부민서 따따무리하게
경상도 문디 티 케이 기질 아잉게. 거시게 밀고
나가는 심, 폭발해뿌다가 감싸는 저 너그러붐.
서방님, 지가 얼매나, 얼매나 사랑하는 동 아능게?
누는 무시 묵고 누구는 인삼 뿌리 묵니꺼? 야?
지도 방맹이 한분 뚜디리불라꼬 증권회사에
안갔디꺼? 이기 오릴라 카디 내리가고, 내리갔다꼬
사뿌믄 또 내리가고. 누구는 돈벌었다고 춤추고
야단인데 지는 꼴아박은 돈 어디 가 찾니꺼?
큰 손이 큰 돈 버는 기 맞디더. 피래미는 그저
밥 애이니꺼. 서방님, 지도 큰 소리 좀
쳐볼라 켔디 헛기시더. 에고, 속 씨리니더!
전광판 낯짝이 붉으락 푸르락 하루 열두분도
더 빈하이 까네 참 빈덕쟁이 아이니꺼?
지 간이 새까마이 오그라붙다가 커졌다가
우얄줄 모리니더.
예? 질투가 사랑하는 기 아이라꼬예?
샘낸다고 지를 쫒가낸다꼬예?
여자는 질투 빼뿌믄 푹 꺼꾸러지는 거 아이라예?
서밤님, 지는 부처가 아이라예. 인간이라예.
기집이라예. 쌤이 뻘떡 쏫구치는데,
눈알이 막 불꽃에 뛰드가는데 우야란 말이라예.
샘내는 거는 남정네가 더 하데예. 지가 딴 사나한테
말만 걸어도예 벌겋게 달아오리믄서 그카시예.
고랄 때 지는 얼매나 기분 좋다꼬예. 서방님이
암만케사도 지 사랑하이까 카는 거 아이라예?
그기 아이라꼬예? 챙피시러버서 그 칸다꼬예?
예???
우야란:어떻게 하란
그카시예:그렇게 말씀하십니까
고랄 때: 그렇게 할 때
암만케사도: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아이라예?:아닙니까?
하늘을 봐야
-처용아내 55 [아들타령]
와 쫓가낼라 캅니꺼. 와예.
칠공주 놓기 그리 숩십니꺼.
지 혼차 낳았십니꺼? 하늘을 봐야 별 딴다미예.
지가 뭔 심 있겠심니꺼.
그저 하늘이 자태 있으이 별을 딴 거 뿐이지.
딸이 뱅기 태워준단 말 몬 들었십니꺼.
몬난 아들보다 백배 낫지예. 두고 보이소.
서방님예. 우야든동 지가 아들을 놓을 끼까네
걱정 꼭 붙들어 매시이소.
우쨌기나예 하늘만 자주 비이주이소.
자주자주 봐야 별 딸거 아입니꺼?
예? 언지예, 아이라예. 대드는 기 아이고예
사실이 그렇다 카는 기지예.
말이야 바린 말 아입니껴?
에고 답다버라, 흔들리지 좀 마이소.
--갈대여! 갈대예이!
자태:곁에
뱅기:비행기
은장도 내삐리까예?
-처용아내 56 [속곳 밑에서]
삼층장 정리했심더. 삼베 속곳 밑에서
은장도가 숨어 있데예.
아직도 눈 시퍼렇게 세리꼬라보데예.
간띠 서늘해지데예.
뒷방 늙은이 신세 서러분갑데예.
독기 서릿데예.
서방님 칼 내삐린지가 언젠데.
지가 무신 소용있겠어예.
은장도 내삐리뿌는 기 안 낫겠어예?
안된다꼬예? 와 여핀네는 칼 몬내삐리예?
참, 그카이까 시집 오던 날 어무이
얼굴이 떠오리네예. 어데예, 안 내삐릴끼라예.
언지예, 내삐릴끼라예. 휴, 괴로분 이 심사!
저 달님이 아실란가 몰따. 서방님예, 예?
세리꼬라보다:째려보다
그카이까: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몰따:모르겠다
달님이 체조하능기예
-처용아내 57 [신 처용단장]
자다가 봉창이 물구나무서는기예?
달님이 체조하능기예?
서방님예. 보이소 정신 좀 차리이소. 예?
멕시코는 뭐고, 사바타는 또 뭔기예?
무신 암혼기예?
헛소린기예?
간밤에 디기 덥디만 더부 자신거 아인기예?
없는 누부는 와 찾는 기예?
말라꼬예?
처용단장:김춘수 시인님의 작품
더부:더위
자신 거:잡수신 것
누부:누이
말라꼬예:뭐 할려고
하마 떨어지네예
-처용아내 58 [기다림]
떨어지네예.
비 맞은 장미 꽃잎이 파르르파르르 떨어지네예.
아시능게. 서방님, 시들ㅇ가는 꽃의 서러붐을예.
떨어지는 꽃잎의 그 처절함을예.
콧대 센 꽃봉오리만 보지 마이세이.
지 슬픈 눈빛 좀 보이세이.
하마,하마 저물어가는 저 햇살!
서방님 귀밑에 내린 서리가 멋있어 비네예.
근데예, 근데예 지는 지게 핀 갈대꽃이 와
부끄러부까예? 그래도예,
지는예, 기다릴끼라예. 있잖아예,
찔레꽃 꺾어 든 귀공자 말이라예.
수무살이 되던 날 지가 철없이 늙었다 한탄했어예.
오늘보다 내일 또 더 늙어뿌릴 줄 모리고예.
기다릴끼라예.
봄 기다리는 겨울 목련꽃 봉오리거치예.
기다림을
기다리는 기 바로 사는 거 아인기예. 안그런기예?
진짜 부끄럽니더
-처용아내 59 [산성비]
비 내립니더. 가뭄끝에 단비 내립니더.
생각나시니껴. 그 옛날 우산없이 비 맞이미
돌아댕깄던 그 시절이.
빗물을 받아먹기도 했잖니껴?
우리 아아들이 불쌍찮니껴?
비도, 눈도 살인魔라 카이.
인간이 천사 겉은 악마, 괴물 겉은 괴물 아이니껴?
새것 맹근다 카민서 자꾸 뿌수고
또 때리뿌수이 말입니더.
연그러버 시커먼 연기가 사람잡심더.
걱정됩니더. 자식들 보기 부끄럽심더.
머했니껴? 도대체 머했니껴?
따지고 보믄 우린 맨날 뿌사뿌는 일만 한기이
아이니껴? 목구멍이 다 새키매졌심더.
넘 탓할 일이 아이고 지 잘못도 많지예.
죄송시럽심더. 정말 죄송시럽심더.
연그랍다:연기가 맵다
뿌사뿌는:부수어버리는
호래이 담바 이바구 [배꼽티]
-처용아내 60 [옥비녀]
보싰능게? 돌아댕기는 배꿈 말이라예.
춤 안흘리능기 좋지싶어예.
서방님예, 지가 오비네 빼고,
삼단 겉은 머리 짤라뿌던 날 기억 하시능게?
뻘겋다가 퍼렇다가, 아구 무서버라!
뒷집 정낭에 안숨었능게.
후회시러버예.
지가 은장도, 옥비네 빼내삐린 탓이지 싶어예.
언젠가 뺄가벗고 다닐 날 머잖았지 싶어예. 예?
다부로 옥비네 찌린다고 될 일이 아잊 싶어예.
시상이 암만 바뀐다케도 쬐매 숨카야 되지 싶어예.
정말 우야꼬 싶어예. 예?
호래이 담바 푸우던 시절 이바구라꼬예?
배꿈:배꼽
춤:침
옥비네:옥비녀
정낭:변소
호래이:호랑이
담바:담배
답다분 사람이 새미 판다고예
-처용아내 61 [돌할매]
그지예, 답다분 사람 새미 판다꼬. 있지예,
서방님. 영천 돌할매를 안찾아갔십디꺼. 똥그랗게
십키로그램짜리 돌띠 모시놓고 절 합디데이.
한가지 소원 꼭 들어준다 캅디데이.
지도 싹싹 빌민서 절 안했십디꺼.
웃지 마이세이, 진짜 말 잘합디데이.
소원 말하고 돌 들잖아예?
오냐! 카믄 돌이 꿈쩍도 안하고.
안돼! 카믄 돌이 번쩍 들린다 아입니꺼.
자꾸 비이꺼네 차츰 또 돌이 안들리는 거 있지예.
데기 이상한 거 있지예.
지가예, 자꾸 빌민서 빌민서 들고 또 들고 했어예.
야무락지게 다짐받을라꼬예.
그지예, 사백살 묵었다 캅디데이.
돌할배도 기십니데이.
답다분:답답한
새미:샘
데기:아주
야무락지게:여물게
구신 달래가 쫌 물어보이소
-처용아내 62 [개구리 소년]
캄캄한 밤입니더.
막막한 밤입니더.
안들리능기예?
피 토하미 울어쌌는 저 깨구리 소리!
집 나간 깨구리 머심아들,
어무이들 울음 소리 것잖능기예?
생각 안나는기예?
하마 및년인기예?
아이 소식없다 카지예?
뚝! 울음 끄치네예.
헤나 발자죽 소리 들을라꼬
귀 기울이능가베예.
저 일을 우야능기예?
또 울어샀네예.
서방님예, 우째 쫌 해보이소.
구신 살살 달래가 쫌 물어보이소, 예?
어무이:어머니
헤나:행여나
우얀 일입니꺼, 무서버예
-처용아내 63 [휴거소동]
와 풀리 푹 죽었십니꺼?
우얀 일입니꺼, 예?
구신 쫓가내기보다 부리는 사람이 더 인기
있다꼬예? 맞심더. 지도 자주 찾아갔심더.
죽은 얼라귀신 부리는 동자 보살, 무당,
자라 등띠에 글씨 씨는 도사님,
철학 박사님 등 얼매나 많십디꺼.
그래도예, 지는예, 서방님이 젤 멋있어 비예.
걱정 마이소, 예?
시상이 좋아질수록 불안코 무서버이
구신 쫓아달라는 사람이 자꾸 늘어날 끼라예.
두고 보이소예.
휴거 카민서 하늘에 올라갈라꼬
기다리는 사람들 봤지예.
어리석어 자빠진 얼매나 약한 인간들입니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