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64    업데이트: 24-11-07 08:14

자유게시판

24년 11, 28, 30 봄날은 간다 대구 문화예술회관 8전시실에서 공연, 대구예술인연합회 주관
관리자 | 조회 125

안녕하십니까, 훌륭하신 선생님 여러분
현대 특히 구십년 대 여성들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시극으로 극화한 시인 정 숙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정숙 선생님은 현재 용학도서관에서, 범어커뮤니티 센터에서 현대시 이론과 창작, 낭독을 위한 재능기부를 하고 계십니다.
 
처용아내 정 숙 선생님은 이상화 선생님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봄날은 간다 2]로 극화하여 상화네거리에서 시극공연도 하셨는데 오늘은 그 시극 중 이십년 전부터 공연을 여러번 하신 [봄날은 간다 1]을 공연하려합니다.
 
시극 극본은 정 숙 선생님이 신라 향가 중 처용가를 패러디하여 풍자와 해학의 연작시 첫 시집 [신처용가]를 토대로 처용아내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불안하고 방황하는 상태를 극화하였고, 20세기 후반부에는 IMF와 천 포인트로 오르던 주식이 500포인트로 떨어지면서
남성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던 그 당시 가정에서의 여러 고민과 갈등을 시로 승화시키면서 극복하여 마침내 시인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여기 출연하신 분들은 정 숙 문학반과 야시골 낭독회 회원입니다. 특별출연은 이십년 전부터 시극을 함께하신 영남문학 문장작가회 회장님이신 박치명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신 처 용 가
 
연작시: 정    숙
극본: 정 숙
연출 : 정 숙
등장인물: 처용아내 9 , 처용, 역신, 장구쟁이, 춤꾼, 화투판
 
 -시극-   
   「신처용가」
 <정 숙의 시집 신처용가를 극본으로> 봄날은 간다 1
 
M : 경음악(봄날은 간다)
시간: 자정을 알리는 큰 시계추 소리
해설(녹음):자정이 지난 시간. 봄비 추적추적 내리는 밤 
       벚꽃 꽃잎이 나풀나풀 떨어진다
처용아내들 자갈마당으로 캬바레로 처용씨들, 남편을 찾아나선다.
 
 처용아내 -1
자갈마당이 어덴공?
-처용아내 80 [태산이 높다하되] 1
 
서방님이 등산 간다 카고,
뒷잡이 꽃밭에 물주러간다 카고,
앞집이 경마장 간다카미 나갔다 카는데
자갈마당이 어데 있는공?
 
집안에도 두리뭉실한 산이 있고
빌로 볼품없어도 꽃밭과 튼튼한 말 안있나?
동네 싸나아들 와, 해필 와, 자갈마당에 가노?
집에서 냄비따고, 굴뚝 소지하믄
덧나능가 머?
 
눈물로 핀 들국화가 더 애처럽고 더 이뿌다꼬?
길섶에 채송화가 더 근지러분데 잘 긁어준다꼬?
 
싸나아들이 철드자 망령든다 카디
갈수록 태산 아이가.
지 암만 노푸다 케싸도 다 내 손 안에 안있나.
부처님 손바닥 아잉가베.
 
(연출):처용이 술상에 기생들과 흥청망청 놀고 있다.[관객참여 유도, 웃음소리]
     장구와 기생과 한량춤 등. 가야금 거문고 대금소리 등
 
2차 3차 장소를 옮겨 카바레로 갑니다.(섹스폰연주:댄서의 순정)스포츠댄스 아니면 사교춤판
 
처용아내2 :
       지가예, 서방님 찾으러 안갔십디꺼.
       월궁캬바레예.
       불빛이 뻔쩍뻔쩍카디 마카 도깨비춤 춥디더.
       막 흔들어싸미 정신없는 기라예. 요상합디더.
       안개가 끼디
       비누방울이 지를 무지개 우에 태우디예.
       그카디예, 아 그러시 금새 또 제비캉, 꽃뱀캉,
       삥글삥글삥글 지 눈알이 막 돌아가디예.
       뺄가이 실눈 뜬 빛살들이 흐느적 흐느적카데예.
 
 
       설마 서방님이 제비 아이겠지예?
       도깨비들 꼬시가 방망이 얻어볼라꼬 그캅니꺼?
       꽃뱀 비늘이 데기 이뿝디더. 2
  물리머, 무리머 우얍니꺼, 예?
우야꼬, 지도 도깨비 아입니꺼?
우야믄 꽃뱀이 되겠심니꺼?
아무나 몬하는 기라꼬예? 알았심더만도
지발 꽃뱀인테 물리지 마이세이.
 
M: 봄날은 간다(노래)- 男,女
-암전-
 
 소리(녹음]----[아줌마 3]
 
해설(녹음):자정을 알리는 시계 추 소리 들려온다
       처용아내 수틀을 들고 수를 놓거나 바느질을 하다가
       창가를 서성인다. 걸레질을 하다가
       한숨을 쉬다가
처용아내 3:
       보이소예
       지는예, 서답도 가심도 다 죽은
       사화산인 줄 아시지예?
       이 가심 속엔예 안죽도 용암이
       펄펄 끓고 있어예
       언제 폭발할지 지도 몰라예
       울타리 밖의 꽃만 꽃인가예?
       시들긴했지만 지도 철따라 피었다 지는 꽃이라예
       시상에
       비랑끝의 꽃이 이뻐 보인다고
       지를 꺾을라카는 눈빠진 싸나아 있다카믄
       꽃은 꽃인가봐예?
봄비는 추적추적 임발자국 소리 겉지예
벚꽃 꽃잎은 나풀나풀
한숨지미 떨어지고 있지예
혼차 지샐라카이 너무 적막강산이라예
봄밤이라예
안그래예?
 
해설(녹음):잠시 뒤 천둥번개 소리 나며 역신*[열병을 의미]이
       나타난다.[탈춤을 추며]          
       꽃 한 송이 입에 물고 처용아내와 눈을 맞추려고 갖은         교태를 부린다. “아이라예, 언지예, 와이카심니꺼”

연출: 처용아내 어쩔 수 없이 역신*[병을 옮기는 신]과 춤을 추다가잠자리에 든다. 3
 다리 넷과 신발을 크게 부각 시킨다.[천으로 표현]
 이 때 처용이 취해서 기분 좋게 나타난다.
  방문을 연다. 깜짝 놀라면서 손가락으로 다리를[신발을] 세는
    시늉을 한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처용이 춤을 추면서 처용가를 부른다.
 깜짝 놀란 두 사람 벌떡 일어난다.

M : 배경음악
 
처용 1(낭송):
      셔블 밝은 달에 밤드리 노니다가
      들어와 자리 보니 가라이 네히어라
       둘은 내헤다 마는 둘은 뉘헤런고
      본디 내헤다 마는 빼앗으니 어쩌리꼬
 
해설(녹음):역신 처용에게 용서를 빈다.
     처용아내 열이 펄펄 끓는 머리에 띠를 두르고 일어나
 
(웬생트집)
M : 배경음악(녹음)
 
처용아내 4:
       가라히 네히라고예?
     생사람 잡지 마이소예
    달이 휘영청 청승떨고 있지예
     밤이 어서어서 다구치미 깊어가지예
     임카 마시려던 동동주 홀짝홀짝
     술삥 지혼차 다 비았지예
     용광로 부글부글 끓는데
     임이 안 오시지예
     긴 밤 지쳐 살풋든 잠 찔레꽃 꺾어든
     귀공자를 잠시 반긴 거 뿌인데예
     웬생트집예?
     셔블 밝은 달아래서
     밤 깊도록 기집끼고 노닥거린 취기
     의처증 된기라예?
     아, 사철 봄바람인 사나아는 간음 아이고 4
     외로붐에 속 골빙든 예편네
     꿈 한분 살짝 꾼 기
     죈가예. 예?
 
 
해설(녹음):사실 역신한테 병을 옮겨 받아 열이 펄펄 끓었지요.
      그런데 웬 사내와 자고 있느냐 하니 열이 날 수 밖에요.        처용아내 너무 억울해서 보따리 싸서 집을 뛰쳐나옵니다.
      처용이 후회한다.
처용이 아내를 붙잡는다 ;노소예! 혼차 잘 살아보소!
 
M : 배경음악(녹음)
처용 2(낭송):
 
해설(녹음):한편 처용아내는 집을 뛰쳐나와 화투판에서 놀거나
      장구장이를 찾아가 춤을 추기도 합니다.
 
(희안한 제비라 카이예)
처용아내5 :
       서방님, 서방님예
       외로움이 속 골빙 다 들었어예.
       삐속 씨리게 샛바람이 다 들었어예.
       여편네들 허전해서예,
       고 가슴에 날렵하게 한 마리 제비 키워서예,
       그 제비캉 노닥거린다고
       또 칼을 빼시겠어예? 우짤랍니꺼예?
처용아내6 

       퍼뜩이지만예, 볼품없는 우리 여편네들
       여왕거치 귀케 모시데예.
       고 짜릿한 맛
       우째 잊을 수 있을까예?
       화투장 공산 달 밝은 밤 즐기다 보이
       날 새는 줄 모리겠데예.
       희안한,
       참 희안한 제비라 카이예.
 
        처용아내 드디어 스스로 일어서는 힘을 찾아 신나게 장구치며한판 놀아봅니다 [관객들 같이 춤을 추고 노래 부르도록 유도]

처용아내 7
절시구! 좋다!
-처용아내 81 [장구춤] 5
 
서방님,
자갈마당에서 등산하니라 줄줄 땀 흘리실 때
지는 장구쟁이인테 갔디더.
첨엔 간지리 듯 뚜디리디예
점점 중중모리에서 휘몰이로
소리하미
장단 마추미
몰아치미, 하도 기막히서예
지 궁디이가 지절로 춤을 덩실덩실 추디더.
절씨구! 좋다!
소리가 절로 나디더.
지화자 좋다!
서방님예,
지캉 장구춤을 추시는 기 더 안낫겠능게?
 
 처용아내 8
반발심으로 화투판 노래방 캬바레 찾아다니며 노는 것도 지친 처용아내들 드디어 불안의 늪에 빠진 자신을 되찾으려 머리띠 질끈 묶고 공부하며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미루나무와 담쟁이
정 숙
도난당하고 있었다
미루나무는
제 삶을
야금야금 훔쳐 먹는 담쟁이를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방관자가 되었다
솔직히 처음 그들이 슬쩍 발을 걸쳤을 때는
반가웠고, 외롭던 참에 당연히 손 내밀었다
얄궂게도 차츰 밟고 오르면서
그의 삶을 조금씩 훔쳐가기 시작한 것이다
무리를 지어, 수만 개의 손으로
그의 얼굴을 지우면서 머리끝까지 올라가
생긋이 미소 지으며 담쟁이는
더 밟고 올라갈 곳을 찾느라
두리번두리번 세상을 향해 손 흔들고 있었다
여름 이파리들이 하마 노랗게 떨어지는데
한 발 양보가 백 발 양보라는 것을 미루나무는
진작 몰랐던 것이다
아매도 늦은 밤 불면의 파도에 시달리며
지금쯤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겠지
소사스레 담쟁이는 인제 옆 나뭇가지를 향해
애처로이 손 내밀고 있었다
살기 위해서 애써 6
누군가를 저리도 막 짓밟고 올라가야 하는가?
어린 왕벚나무와 하늘이 대책 없이
방관자인 것이다, 다만
바람이
가끔 부르르 떨며 나무를 흔들다가 갈 뿐,
그래도 나무는 덩굴이 떨어질까
지 발등에 힘줄 세우며 떠억 버티고 서 있었다
흰 소의 울음징채를 찾아
 
처용아내 9

 딸아, 네 몸도 마음도 다 징이니라
 
  한 번 울 때마다 둔탁한 쉰 소리지만 그 날갯죽지엔 잠든 귀신도 깨울 수 있는 울림의 흰 그늘이 서려 있단다
 
  살다보면 수많은 징채들이 네 가슴 두드릴 것이니 봄눈 이기려는 매화 매운 향이 낙엽까지 휩쓸어 가려는 높새바람의 춤이 한파를 못 견디는 설해목의 목 꺾는 울음소리가
 
  이 모든 바람의 징채들이 너를 칠 것이나
  그렇다고 자주 울어서는 안 되느니라
  참고 웃다가 정말로 가슴이 미어질 때
  그럴 때만 울어라, 울고 울어
  네 흐느낌 슬픔의 밑뿌리까지 적시도록
  징채의 무게 탓하지 말고
  네 떨림의 소리그늘이 은은히 퍼져나가도록
 
  눈 내리는 이 밤, 아버지
그 말씀의 거북징채가 새삼 저를 울리고 있습니다
 
처용아내 10

풋울음 잡다
 
 딸아, 아무리 몸부림쳐도 꽃이 피어나지 않는다
  봄날이 오지 않는다 투덜투덜
  꽹과리 장구 깨지는 소리 따라다니지 말아라
  한 생이 자벌레 키 자가웃도 못되는데
  그렇게 헤프게 울거나 웃어 보내면 쓰겠느냐
 
  놋쇠는 그런 풋울음 잡기 위해                              7
  불 속에서 수없이 담금질당하고
  수천 번 두드려 맞는 단다
  주변의 쇠와 가죽 소리를 감사 끌어안고
  재 넘어 홀로 핀 가시연의 그리움 달래주는
  징이 되기 위해서
 
  그런 재울음은 삶의 고비 몇 고비 넘기면서 한을 삭히고 달래어 흐르는 물살처럼 부드러운 징채로 두드려야, 목으로 내지르는 쇳로리 아닌 이승과 저승의 경계 허무는 울림 징하게 터져 나오느니
 
  비로소 햇살이 그 소리 비집고 들어 네 둥근 항아리 속 그늘진 도화꽃 몽우리를 햇살로 피워 올릴 수 있는, 시의 참다운 징수로 다시 태어날 수 있으리
처용아내 11

우포늪에서 [정 숙]
 
 
어느 날 문득 깨달았던 것이다. 생각 없이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흐르는 물은
꽃을 피울 수 없다는 것을,
푸우욱 썩어 늪이 되어 깊이 깨달아야 겨우
작은 꽃 한 송이 피울 수 있으리라
퍼뜩 생각났던 것이다
일억 사오천 만 년 전 낙동강 한 줄기가 무릎을
탁, 쳤을 것이다. 분명히
달면 삼키고 쓰면 버릴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
제 속에 썩혀서 어느 세월엔가
연꽃 한 송이 꽃피울 꿈을 꾸었던 것이다
조상의, 제 조상의 뿌리를 간직하려고
원시의 빗방울은 물이 되고
그 물 다시 빗방울 되어 떨어져
물결 따라 흘러가기를 거부한 늪은, 말없이
흘러가기를 재촉하는 쌀쌀맞은 세월에
한 번 오지게 맞서 볼 작정을 했던 것이다
때론 갈마바람 따라 훨훨 세상과 어울리고저
깊이 가라앉아 안슬픈 긴 긴 밤이었지만
세월을 가두고
마음을 오직 한 곳으로 모아
끈질긴 가시들을 뿌리치고, 기어이 뚫어
오바사바 세월들이 썩은 진흙 구덩이에서  8
사랑홉는 가시연꽃 한 송이 피워내고 만 것이다
처용아내 12
 
 연서 -정 숙
 
 
네가 허기진 먹물이라면
나는 목 타는 한지
 
우리 서로 만나 하나로 어우러져
샘물 솟아 내야만
붓꽃 몇 송이 피어나리니
 
하늘 열쇠 간직한
꽃과 열매를 틔우고 맺으리니

처용아내 13
 
인생 –정 숙
 
의자 하나 끌고 가려다
의자에 끌려다닌다
어린 엉덩이조차 걸칠 수 없는
작은 의자
평생 마음 편히 앉아보지 못한 채
끌려가는
나의 한 생애

 처용아내 14

갈대를 위하여 –정 숙
 
질기고도 약한 심줄 고르느라
지친 날개의 뼛조각들
얼마나 더 잘 말려야
비워버린 그 몸속 길이
바람이 된 영가의 흐느낌이
숨결 깊은 피리소리로 거듭 9
태어날 수 있을까
 

처용아내 15


숟가락 섬[정 숙]
 
사람의
섬과 섬 사이
숟가락엔 어느 노가다의 탄식이 남아있는가
 
메마른 영혼의 물기 마르지 않게
기꺼이 메아리가 되어주는
범종의 파문처럼
 
숟가락 달그락거리는 소리 들으면
삶과 죽음
몸과 몸 사이의 생존을 위해
 
평생 밥을 실어 나르는
하늘님의 고단한 노동이 보인다
 
새삼 밥 한 알의 무게 달아본다
 
단골/정숙
         ㅡ기후환경2
오늘이 해를 업고 산 넘어 가고 있다
수성못은 해 그림자 끌어안으며
내 시든 꽃잎 흔적 지우려다 속삭인다
아직 사랑할 것들이 저 어둠에 남아있을 거라며
그동안 내가 버린 나무젓가락과 종이컵이
내 립스틱 빛깔 기억한다며
사랑을 증명하려 수다를 떨고 있다고
 
믿기지 않지만 나 하나 때문에
숲이 사라지고, 서로 경계선 지켜야하는
빙하가 녹아내린다는 말 믿어야 하나
내 아들의 손자들이 누려야할 땅. 넘겨주려면
맹목적인 내 식당 단골들 이제
사랑니 뽑듯 뽑아버려야 하리
흔하디흔한 사랑이란 이름 지워야 하리
 
퍼뜩 정신 차리고 보니 휘황한 불빛 쇼가 오로라로 보인다
나무도 숲도 바다도 제 자리 지킬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한다
 
10
빨래판을 깨우다 -가설무대 1
 
한겨울 오목천 냇물 얼음을 깨어

양잿물에 삶은 무명 적삼을 치대고 또 치대면서

엄마는

봉화라는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여자의 한 시절을 방망이로 두드려 흘려보내고

친정 기억의 환한 끄트머리를

뿌리째 뽑아 싹싹 비벼대셨는데


난 지금 무명을 치대어 훌렁훌렁 흔들고 있다

날카롭게 굴곡진 골마다 박힌

내 어둠의 정체를 잡아 깨워야 한다며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며

아직도 그 물때를 알아차리지 못하니

내 생의 빨래판은 소리만 요란하다
 
드디어 시인이 된 처용아내들께 박수 보내주세요.
[봄날은 간다] 음악
여러분 모두 무대로 나오셔서 춤 한판 추고 안녕히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11







현대 특히 구십년 대 여성들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시극으로 극화한
「시극」[봄날은 간다]를 공연하려합니다.

시극 극본은 정 숙 선생님의 첫 시집 [신처용가]를 토대로 처용아내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불안하고 방황하는 상태를 극화하였고후반부에는 가정에서의 여러 고민과 갈등을 시로 승화시키고 극복하여 마침내 시인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여기 출연하신 분들은 정 숙 문학반과 야시골 낭독회 회원입니다


 
 
신 처 용 가
 
연작시: 정    숙
극본정 숙
연출 정 숙
등장인물처용아내 9 , 처용역신장구쟁이춤꾼
 
 
-시극-   
   「신처용가」
 
 
<정 숙의 시집 신처용가를 극본으로> 봄날은 간다 1
 
M : 경음악(봄날은 간다)
시간: 자정을 알리는 큰 시계추 소리
해설(녹음):자정이 지난 시간봄비 추적추적 내리는 밤 
       벚꽃 꽃잎이 나풀나풀 떨어진다

처용아내들 자갈마당으로 캬바레로 처용씨들남편을 찾아나선다.
 
 
 처용아내 -
자갈마당이 어덴공?
-처용아내 80 [태산이 높다하되]
 
서방님이 등산 간다 카고,
뒷잡이 꽃밭에 물주러간다 카고,
앞집이 경마장 간다카미 나갔다 카는데
자갈마당이 어데 있는공?
 
집안에도 두리뭉실한 산이 있고  1
빌로 볼품없어도 꽃밭과 튼튼한 말 안있나?
동네 싸나아들 와해필 와자갈마당에 가노?
집에서 냄비따고굴뚝 소지하믄
덧나능가 머?
 
눈물로 핀 들국화가 더 애처럽고 더 이뿌다꼬?
길섶에 채송화가 더 근지러분데 잘 긁어준다꼬?
 
싸나아들이 철드자 망령든다 카디
갈수록 태산 아이가.
지 암만 노푸다 케싸도 다 내 손 안에 안있나.
부처님 손바닥 아잉가베.
 
(연출):처용이 술상에 기생들과 흥청망청 놀고 있다.[관객참여 유도웃음소리]
     장구와 기생과 한량춤 등가야금 거문고 대금소리 등
 
2차 3차 장소를 옮겨 카바레로 갑니다.(섹스폰연주:댄서의 순정)스포츠댄스 아니면 사교춤판
 
처용아내 :
       지가예서방님 찾으러 안갔십디꺼.
       월궁캬바레예.
       불빛이 뻔쩍뻔쩍카디 마카 도깨비춤 춥디더.
       막 흔들어싸미 정신없는 기라예요상합디더.
       안개가 끼디
       비누방울이 지를 무지개 우에 태우디예.
       그카디예아 그러시 금새 또 제비캉꽃뱀캉,
       삥글삥글삥글 지 눈알이 막 돌아가디예.
       뺄가이 실눈 뜬 빛살들이 흐느적 흐느적카데예.
 
 
       설마 서방님이 제비 아이겠지예?
       도깨비들 꼬시가 방망이 얻어볼라꼬 그캅니꺼?
       꽃뱀 비늘이 데기 이뿝디더.
  물리머무리머 우얍니꺼?
우야꼬지도 도깨비 아입니꺼?
우야믄 꽃뱀이 되겠심니꺼?
아무나 몬하는 기라꼬예알았심더만도
지발 꽃뱀인테 물리지 마이세이.
   2

 

 

 

M: 봄날은 간다(노래)- 
-암전-                            
 
 
소리(녹음]----[아줌마 3]
 
해설(녹음):자정을 알리는 시계 추 소리 들려온다
       처용아내 수틀을 들고 수를 놓거나 바느질을 하다가
       창가를 서성인다걸레질을 하다가
       한숨을 쉬다가
처용아내 3
       보이소예
       지는예서답도 가심도 다 죽은
       사화산인 줄 아시지예?
       이 가심 속엔예 안죽도 용암이
       펄펄 끓고 있어예
       언제 폭발할지 지도 몰라예
       울타리 밖의 꽃만 꽃인가예?
       시들긴했지만 지도 철따라 피었다 지는 꽃이라예
       시상에
       비랑끝의 꽃이 이뻐 보인다고
       지를 꺾을라카는 눈빠진 싸나아 있다카믄
       꽃은 꽃인가봐예?
봄비는 추적추적 임발자국 소리 겉지예
벚꽃 꽃잎은 나풀나풀
한숨지미 떨어지고 있지예
혼차 지샐라카이 너무 적막강산이라예
봄밤이라예
안그래예?
 
해설(녹음):잠시 뒤 천둥번개 소리 나며 역신*[열병을 의미]이
       나타난다.[탈춤을 추며]          
       꽃 한 송이 입에 물고 처용아내와 눈을 맞추려고 갖은         교태를 부린다드디어


연출: 처용아내 어쩔 수 없이 역신*[병을 옮기는 신]과 춤을 추다가잠자리에 든다.
 다리 넷과 신발을 크게 부각 시킨다.[천으로 표현]
 이 때 처용이 취해서 기분 좋게 나타난다.
  방문을 연다깜짝 놀라면서 손가락으로 다리를[신발을세는
    시늉을 한다.  3
 고개를 갸웃거린다.
처용이 춤을 추면서 처용가를 부른다.    
 깜짝 놀란 두 사람 벌떡 일어난다.

M : 배경음악
 
처용 1(낭송):
      셔블 밝은 달에 밤드리 노니다가
      들어와 자리 보니 가라이 네히어라
       둘은 내헤다 마는 둘은 뉘헤런고
      본디 내헤다 마는 빼앗으니 어쩌리꼬
 
해설(녹음):역신 처용에게 용서를 빈다.
     처용아내 열이 펄펄 끓는 머리에 띠를 두르고 일어나
 
(웬생트집)
M : 배경음악(녹음)
 
처용아내 5
       가라히 네히라고예?
     생사람 잡지 마이소예
    달이 휘영청 청승떨고 있지예
     밤이 어서어서 다구치미 깊어가지예
     임카 마시려던 동동주 홀짝홀짝
     술삥 지혼차 다 비았지예
     용광로 부글부글 끓는데
     임이 안 오시지예
     긴 밤 지쳐 살풋든 잠 찔레꽃 꺾어든
     귀공자를 잠시 반긴 거 뿌인데예
     웬생트집예?
     셔블 밝은 달아래서
     밤 깊도록 기집끼고 노닥거린 취기
     의처증 된기라예?
     아사철 봄바람인 사나아는 간음 아이고
     외로붐에 속 골빙든 예편네
     꿈 한분 살짝 꾼 기
     죈가예?
 
 
해설(녹음):사실 역신한테 병을 옮겨 받아 열이 펄펄 끓었지요.
      그런데 웬 사내와 자고 있느냐 하니 열이 날 수 밖에요       처용아내 너무 억울해서 보따리 싸서 집을 뛰쳐나옵니다.  4
      처용이 후회한다.

처용이 아내를 붙잡는다  ;놓의소예혼차 잘 살아보소!  
 
M : 배경음악(녹음)
처용 2(낭송):
 
해설(녹음):한편 처용아내는 집을 뛰쳐나와 화투판에서 놀거나
      장구장이를 찾아가 춤을 추기도 합니다.
 
(희안한 제비라 카이예)
처용아내6 :
       서방님서방님예
       외로움이 속 골빙 다 들었어예.
       삐속 씨리게 샛바람이 다 들었어예.
       여편네들 허전해서예,
       고 가슴에 날렵하게 한 마리 제비 키워서예,
       그 제비캉 노닥거린다고
       또 칼을 빼시겠어예우짤랍니꺼예?
       퍼뜩이지만예볼품없는 우리 여편네들
       여왕거치 귀케 모시데예.
       고 짜릿한 맛
       우째 잊을 수 있을까예?
       화투장 공산 달 밝은 밤 즐기다 보이
       날 새는 줄 모리겠데예.
       희안한,
       참 희안한 제비라 카이예.
 
        처용아내 드디어 스스로 일어서는 힘을 찾아 신나게 장구치며한판 놀아봅니다 [관객들 같이 춤을 추고 노래 부르도록 유도]

처용아내 7
절시구좋다!
-처용아내 81 [장구춤]
 
서방님,
자갈마당에서 등산하니라 줄줄 땀 흘리실 때
지는 장구쟁이인테 갔디더.
첨엔 간지리 듯 뚜디리디예
점점 중중모리에서 휘몰이로
소리하미
장단 마추미
몰아치미하도 기막히서예    5
지 궁디이가 지절로 춤을 덩실덩실 추디더.
절씨구좋다!
소리가 절로 나디더.  
지화자 좋다!
서방님예,
지캉 장구춤을 추시는 기 더 안낫겠능게?
 
 처용아내 8
반발심으로 화투판 노래방 캬바레 찾아다니며 노는 것도 지친 처용아내들 드디어 불안의 늪에 빠진 자신을 되찾으려 공부하며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오늘 읽는 시는 모두 정 숙 선생님의 작품입니다

미루나무와 담쟁이
정 숙
도난당하고 있었다
미루나무는
제 삶을
야금야금 훔쳐 먹는 담쟁이를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방관자가 되었다
솔직히 처음 그들이 슬쩍 발을 걸쳤을 때는
반가웠고외롭던 참에 당연히 손 내밀었다
얄궂게도 차츰 밟고 오르면서
그의 삶을 조금씩 훔쳐가기 시작한 것이다
무리를 지어수만 개의 손으로
그의 얼굴을 지우면서 머리끝까지 올라가
생긋이 미소 지으며 담쟁이는
더 밟고 올라갈 곳을 찾느라
두리번두리번 세상을 향해 손 흔들고 있었다
여름 이파리들이 하마 노랗게 떨어지는데
한 발 양보가 백 발 양보라는 것을 미루나무는
진작 몰랐던 것이다
아매도 늦은 밤 불면의 파도에 시달리며
지금쯤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겠지
소사스레 담쟁이는 인제 옆 나뭇가지를 향해
애처로이 손 내밀고 있었다
살기 위해서 애써
누군가를 저리도 막 짓밟고 올라가야 하는가?
어린 왕벚나무와 하늘이 대책 없이
방관자인 것이다다만
바람이
가끔 부르르 떨며 나무를 흔들다가 갈 뿐,
그래도 나무는 덩굴이 떨어질까                 6
지 발등에 힘줄 세우며 떠억 버티고 서 있었다
흰 소의 울음징채를 찾아
 
처용아내 9      

 딸아네 몸도 마음도 다 징이니라
 
  한 번 울 때마다 둔탁한 쉰 소리지만 그 날갯죽지엔 잠든 귀신도 깨울 수 있는 울림의 흰 그늘이 서려 있단다
 
  살다보면 수많은 징채들이 네 가슴 두드릴 것이니 봄눈 이기려는 매화 매운 향이 낙엽까지 휩쓸어 가려는 높새바람의 춤이 한파를 못 견디는 설해목의 목 꺾는 울음소리가
 
  이 모든 바람의 징채들이 너를 칠 것이나
  그렇다고 자주 울어서는 안 되느니라
  참고 웃다가 정말로 가슴이 미어질 때
  그럴 때만 울어라울고 울어
  네 흐느낌 슬픔의 밑뿌리까지 적시도록
  징채의 무게 탓하지 말고
  네 떨림의 소리그늘이 은은히 퍼져나가도록
 
  눈 내리는 이 밤아버지
그 말씀의 거북징채가 새삼 저를 울리고 있습니다
 
처용아내 10

풋울음 잡다
 
 딸아아무리 몸부림쳐도 꽃이 피어나지 않는다
  봄날이 오지 않는다 투덜투덜
  꽹과리 장구 깨지는 소리 따라다니지 말아라
  한 생이 자벌레 키 자가웃도 못되는데
  그렇게 헤프게 울거나 웃어 보내면 쓰겠느냐
 
  놋쇠는 그런 풋울음 잡기 위해
  불 속에서 수없이 담금질당하고
  수천 번 두드려 맞는 단다
  주변의 쇠와 가죽 소리를 감사 끌어안고
  재 넘어 홀로 핀 가시연의 그리움 달래주는
  징이 되기 위해서
 7
  그런 재울음은 삶의 고비 몇 고비 넘기면서 한을 삭히고 달래어 흐르는 물살처럼 부드러운 징채로 두드려야목으로 내지르는 쇳로리 아닌 이승과 저승의 경계 허무는 울림 징하게 터져 나오느니   6
 
  비로소 햇살이 그 소리 비집고 들어 네 둥근 항아리 속 그늘진 도화꽃 몽우리를 햇살로 피워 올릴 수 있는시의 참다운 징수로 다시 태어날 수 있으리

처용아내 11

우포늪에서 [정 숙]
 
 
어느 날 문득 깨달았던 것이다생각 없이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흐르는 물은
꽃을 피울 수 없다는 것을,
푸우욱 썩어 늪이 되어 깊이 깨달아야 겨우
작은 꽃 한 송이 피울 수 있으리라
퍼뜩 생각났던 것이다
일억 사오천 만 년 전 낙동강 한 줄기가 무릎을
쳤을 것이다분명히
달면 삼키고 쓰면 버릴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
제 속에 썩혀서 어느 세월엔가
연꽃 한 송이 꽃피울 꿈을 꾸었던 것이다
조상의제 조상의 뿌리를 간직하려고
원시의 빗방울은 물이 되고
그 물 다시 빗방울 되어 떨어져
물결 따라 흘러가기를 거부한 늪은말없이
흘러가기를 재촉하는 쌀쌀맞은 세월에
한 번 오지게 맞서 볼 작정을 했던 것이다
때론 갈마바람 따라 훨훨 세상과 어울리고저
깊이 가라앉아 안슬픈 긴 긴 밤이었지만
세월을 가두고
마음을 오직 한 곳으로 모아
끈질긴 가시들을 뿌리치고기어이 뚫어
오바사바 세월들이 썩은 진흙 구덩이에서 
사랑홉는 가시연꽃 한 송이 피워내고 만 것이다


처용아내 12
 
 8
 연서   -정 숙
 
 
네가 허기진 먹물이라면
나는 목 타는 한지
 
우리 서로 만나 하나로 어우러져
샘물 솟아 내야만
붓꽃 몇 송이 피어나리니
 
하늘 열쇠 간직한
꽃과 열매를 틔우고 맺으리니



처용아내 13
 
인생 –정 숙
 
의자 하나 끌고 가려다
의자에 끌려다닌다
어린 엉덩이조차 걸칠 수 없는
작은 의자
평생 마음 편히 앉아보지 못한 채
끌려가는
나의 한 생애

 처용아내 14

갈대를 위하여 –정 숙
 
질기고도 약한 심줄 고르느라
지친 날개의 뼛조각들
얼마나 더 잘 말려야
비워버린 그 몸속 길이
바람이 된 영가의 흐느낌이
숨결 깊은 피리소리로 거듭
태어날 수 있을까
 

처용아내 15
9

숟가락 섬[정 숙]
 
사람의
섬과 섬 사이
숟가락엔 어느 노가다의 탄식이 남아있는가
 
메마른 영혼의 물기 마르지 않게
기꺼이 메아리가 되어주는
범종의 파문처럼
 
숟가락 달그락거리는 소리 들으면
삶과 죽음
몸과 몸 사이의 생존을 위해
 
평생 밥을 실어 나르는
하늘님의 고단한 노동이 보인다
 
새삼 밥 한 알의 무게 달아본다

 

 

단골/정숙
         ㅡ기후환경2
오늘이 해를 업고 산 넘어 가고 있다
수성못은 해 그림자 끌어안으며
내 시든 꽃잎 흔적 지우려다 속삭인다
아직 사랑할 것들이 저 어둠에 남아있을 거라며
그동안 내가 버린 나무젓가락과 종이컵이
내 립스틱 빛깔 기억한다며
사랑을 증명하려 수다를 떨고 있다고
 
믿기지 않지만 나 하나 때문에
숲이 사라지고서로 경계선 지켜야하는
빙하가 녹아내린다는 말 믿어야 하나
내 아들의 손자들이 누려야할 땅넘겨주려면
맹목적인 내 식당 단골들 이제
사랑니 뽑듯 뽑아버려야 하리
흔하디흔한 사랑이란 이름 지워야 하리
 
퍼뜩 정신 차리고 보니 휘황한 불빛 쇼가 오로라로 보인다
나무도 숲도 바다도 제 자리 지킬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한다
 

10

 

빨래판을 깨우다 -가설무대 1

 

한겨울 오목천 냇물 얼음을 깨어  9

양잿물에 삶은 무명 적삼을 치대고 또 치대면서

엄마는

봉화라는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여자의 한 시절을 방망이로 두드려 흘려보내고

친정 기억의 환한 끄트머리를

뿌리째 뽑아 싹싹 비벼대셨는데


난 지금 무명을 치대어 훌렁훌렁 흔들고 있다

날카롭게 굴곡진 골마다 박힌

내 어둠의 정체를 잡아 깨워야 한다며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며

아직도 그 물때를 알아차리지 못하니

내 생의 빨래판은 소리만 요란하다

[봄날은 간다] 음악
 
드디어 시인이 된 처용아내들께 박수 보내주세요. 그러나 요즘은 여성의 힘이 너무 강해져서 걱정입니다. 죄송합니다. 저희들은 서로 평등한 세상을 원합니다.
 
여러분 모두 무대로 나오셔서 춤 한판 추고 안녕히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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