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91    업데이트: 24-12-20 08:40

신작소개

팔공산 동봉별곡 -처용의 여자[사투리 시 대구문학]
관리자 | 조회 133
 
팔공산 동봉별곡
           --처용의 여자 5 [정 숙]
추진 *예지랑 날, 안개에 묻히고 지버 팔공산을 따라 갔어예. 가차이 갔다 시푸믄 또 도망가는 안개 속에서 질을 잃어서예 *공산 풀이슬로 천년을 숨어살미 연장 실하게 키웠는 동봉, 그 사나아 품에 한 분 안기봤지예. 언지. 고기 아이고예. 고 넉넉한 품을 몬 이자뿌예. 가다보면 갓바우 부처가 빙그리 웃으미 지 가슴 씨다듬어 주지예. 연불암 풍경 소리가 지 때 묻은 골 씻기 주지예. 한 분 올라가 보이소. 가마 보시믄 산을 내리오는 노란 얼라똥풀들이 마카 생글거리지예. 그라이 풀죽은 아재들 바싹 약이 올라서 올라 갈 따나 옌날 갱주 고 때 고 시절 *쌍화점의 회회아바이들거치, 마카 심이 불뚝불뚝 솟는 기라예. 산을 오리는 소남기들 한분 보시 보이소. 지 말 만판 맞지예. 그래도 동봉 대바기 까지까봐 걱정이라예. 동네 예편내들요! 지발 유리잔매로 살살 다라 주이세이. 지발 빕니더. 숲이 우거지야지예. 시부지기 또 안개가 *부악 널찌그리한 어깨를 감싸네예. 그카이 빌시리 더 잘나비네예
 
-----긔 잔대거치 덤ㅅ거친데 업더라 [쌍화점]*
 
*늦은 오후
*공산, 부악 ;팔공산의 옛 이름
*신라 향가 속 쌍화점의 아라비아 상인들
*그 잔 곳처럼 숲이 우거진 곳(좋은 곳)이 없더라
 
촉촉이 젖은 오후, 안개에 묻히고 싶어 팔공산을 따라 갔어요. 가까이 갔다 싶으면 또 도망가는 안개 속에서 길을 잃었어요. 공산 풀이슬로 천년을 숨어살며 연장을 실하게 키운 동봉, 그 사내 품에 한번 안겨봤지요. 아니, 그게 아니고요. 고 넉넉한 품을 잊을 수 없어요. 가다보면 갓바위 부처님이 빙그레 웃으며 제 가슴 쓰다듬어 주지요. 연불암 풍경 소리가 제 때 묻은 뇌를 씻어주지요. 한 번 올라가 보세요. 가만히 보시면 산을 내려오는 아기똥풀들이 모두 생글거리지요. 그러니 풀 죽은 아저씨들 바싹 약이 올라서 올라 갈 때까지, 옛날 경주 그 때 그 시절 쌍화점의 회회아비들처럼 모두 힘이 불뚝불뚝 솟는 거지요. 산을 오르는 소나무들 한번 봐 보세요. 제 말 모두 맞지요. 그래도 동봉이 대머리 될까봐 걱정이라요. 동네 아주머니들! 제발 유리잔처럼 살살 다뤄주세요. 제발 빕니다. 숲이 우거져야지요. 슬며시 또 안개가 부악 넓은 어깨를 감싸네요. 그러니까 더 유별나게 잘나 보이네요.
 
-그 잠잔 곳처럼 숲이 우거진 곳(좋은 곳)이 없더라[쌍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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