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91    업데이트: 24-12-20 08:40

신작소개

단골/정숙 ㅡ기후환경2 24, 시인구락 여름호 빙하가 녹는다는 것은 -기후환경시 1 시산맥 발표 부시맨과 화장실 -기후환경4 비뚤어진 사랑 ㅡ기후환경3
관리자 | 조회 316
 
비뚤어진 사랑
        ㅡ기후환경3
오월에, 코스모스가 가녀린 허리 간들거린다
설악산엔 눈멀어 철모르는 눈이 내렸단다
사랑한다는 말 내 수타하긴 했지만
빙하까지 녹아내릴 줄 몰랐다
바닷물이 넘쳐 날 줄 몰랐다
참말로 내 사랑이 마신 술과 술병들이
무슨 짓을 한 걸까




부시맨과 화장실
-기후환경4
 
몸의 중요 연장만 겨우 가리고 신보다 더 위대한 돈 뭉치도 휴지조각으로 그런 인종이 아직 지구 어느 숲에서 수줍게 살고 있지 않을까
그들을 찾아가기 위해 맨발걷기 하고 있다 배꼽티부터 시작해 옷 벗고 돌아다니는 습관을, 머리카락은 길면 긴대로 원시인을 찾아야 하리
 
젓가락 대신 손가락이 맛을 음미하도록
서울까지 봇짐이 사나흘 걸어가기
탄소 줄인다 말만 늘어놓지 말고
나체순수를 찾아 선생님으로 모셔야 한다
헛소리 같지 않은 헛소리들!
무수히 버려지는 종이시집도 포기해야 하나?
예감하면서 오늘도 샴푸에, 무스를
휘발유향이 말세를 향해 시동을 건다
핵전쟁, 허리케인, 세계뉴스가 귓등을 친다
 
출산을 하지 않으려는 젊은이들에게 박수를! 하루 한 칸만 아껴주시면 일 년 뒤 나무 한 그루 살린다! 는 화장실의 말씀에 귀 기울인다
 
 
--시산맥




단골/정숙
         ㅡ기후환경2
오늘이 해를 업고 산 넘어 가고 있다
수성못은 해 그림자 끌어안으며
내 시든 꽃잎 흔적 지우려다 속삭인다
아직 사랑할 것들이 저 어둠에 남아있을 거라며
그동안 내가 버린 나무젓가락과 종이컵이
내 립스틱 빛깔 기억한다며
사랑을 증명하려 수다를 떨고 있다고
 
믿기지 않지만 나 하나 때문에
숲이 사라지고, 서로 경계선 지켜야하는
빙하가 녹아내린다는 말 믿어야 하나
내 아들의 손자들이 누려야할 땅. 넘겨주려면
맹목적인 내 식당 단골들 이제
사랑니 뽑듯 뽑아버려야 하리
흔하디흔한 사랑이란 이름 지워야 하리
 
퍼뜩 정신 차리고 보니 휘황한 불빛 쇼가 오로라로 보인다
나무도 숲도 바다도 제 자리 지킬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한다
 
 
시인 [정 숙, ] (jungsook48@hanmail.net)
 
1993년 계간지<시와시학>으로 신인상 수상.
2010, 1월 만해 ‘님’ 시인상 수상 시집<바람다비제>
2015년 12월 23일 대구시인 협회상 수상
<신처용가><위기의 꽃><불의 눈빛><영상시집><바람다비제><유배시편>제7시집<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한국대표서정시100인선, 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연인, 있어요>

 
관리자 | 조회 116
빙하가 녹는다는 것은  
-기후환경시 1
 
사람 사이에 얼음이 무너진다는 것은
서로 간의 벽을 허물어
온천지 꽃이 피어 향기가 스며든다는 것인데
왜, 바닷물이 넘치고
고래들의 숨이 가빠 해안으로 밀려나야 하는지
 
여기 저기 흔들리는 지축들
벌, 나비들이 꽃들의 암수를 가리기 애매해서인지
어디로 숨어버렸는가
자연이 어느 순간부터 흔들리는
인간의 마음을 닮아 갔는지
그래서 빙하가 녹아내리는지
봄꽃들이 피어날 순서를 잊어버렸는지
 
인간들이 환경보호 세미나한다면서
수북이 버려진 종이컵, 종이접시 도대체
나무 몇 그루를 죽이고 있나 따져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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