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하다
-정 숙
필라멘트가 끊어진 소켓이 전구를 갈아 끼우려 최참판댁을 찾아 왔습니다 평사리 마을을 터전으로 일구고 경작하고. 세우신 토지라는 견고한 왕국에 이르려면 얼마나 어느 정도 삽질을 해야 하나요
하동에서 차가운 손 꼬옥 잡아봅니다 첫 만남은 원주 채소밭에서 풀 뽑고 계셨지요 그냥 시골 할머니의 모습 잊혀 지지 않습니다 처음엔 자식들에게 전기 공급이 되지 않을까 허리 끊어지는 줄 모르고 원고지 메웠지만 이젠 진주 목걸이를 한 돼지가 되기 싫어 충전도 없이 전압을 높이고 있다는 평생 허기진 삶이 쌓은 선생님의 왕국에 처용아내 정 숙은 오늘도 감전되고 싶어 사유의 삽질 멈출 수 없어 불을 켭니다
내 인생이 문학이고 지금 문학이 내 인생입니다 라는 선생님의 말씀 곱씹으니 찌르르 흐르는 전류, 지직 불꽃이 튀어도 콘센트 플러그를 뽑지 않습니다 캄캄한 암전이 더 두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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