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03    업데이트: 22-04-04 16:03

정하해 시

​종일 비
아트코리아 | 조회 654
종일 비
정하해

국수를 삶아 한 그릇 소복이 담아내듯 
보문호, 한가득이다
후루룩 저어 먹으며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통할 것 같은 

벚나무는 서풍에 기울고
카페 간판의 물기를 닦아내는 바람은 새처럼 날아갔다

틀림없이 누군가는 그릇들을 달그락거렸을 것이다
휘어지는 면발을 저으며
서두에 적을 것들이 생각나지 않아

도무지 오지 않는 것들의
기억처럼
부슬거리는 정처로

그냥 꺼내어 볼 말이, 없다는 것이 또 흠씬 젖는다
빈 그릇을 저으며 한 곳에만 열심히 삶아내는
저 면발들 

실컷 삼켰을 뿐인데
등에 고랑이 생겼다 이 고랑 사이로 비 지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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