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지하철을 내리던 사람이 손을 흔들었습니다
옆자리 앉았다 헤어지는 참 공손한
작별입니다
헤어짐은 저렇듯 가지런해서,
꽃들이 흔한 철에는 종종 먼 곳을 다녀오기도 하겠지요
흔한 꽃을 거닐자고, 생각 없는 그를 만나
벚꽃 터지는 창밖을 무한반복으로 내다보며
할 말보다는
분홍 쪽으로
어룽거리기만 했습니다
중략 ....
정하해 시인이 다섯 번째 발간한 『다른 요일, 지나갔 다』에는 여행지의 감회가 많고 장소성이 두드러진다. 시편에서 장소는 단순히 지리적인 위치가 아니라 경험 과 의식을 반영하며 개체성을 획득하고 있다. 장소와 연관되어 유적, 사건, 수련, 음식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 난다. 장소에 정서가 결합하여 친밀한 장소로 인식하는 장소애(場所愛)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그런 장소를 회 상하는 장소 상실이 되기도 한다. 이때 모두 존재 가치 가 깃든 사유의 근원이 되는 점에서 의미깊다. …중략… 우리의 생은 이런저런 일들의 부침으로 흔들린다. 맛 이란 본능이고 힘들 때 생각나는 음식은 추억으로 떠올 라 고단한 날들의 위로가 된다. 어떤 일은 해결점이 미 로일 때도 있다. 그런 경우 여행이 충전이자 전환점이 된다. 정하해 시인은 이번 다섯 번째 시집 『다른 요일, 지나갔다』에서 많은 장소를 언급하며 심상 지리에 초점 을 맞추고 그 유대가 빛난다. - 박수빈(시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