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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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8    업데이트: 13-10-16 12:32

마음의 시

여행 그 낯선 의미
아트코리아 | 조회 2,324
여행 그 낯선 의미

정하해

밤은 계곡물에서 올라왔다
낮의 뺨들은 따뜻하게 어두워져가고 사람의 눈은 허공을 향해 핀다
별의 더미어서 한 별이 떨어져 나간다
또 누구, 모질게 아프다 가겠다
아무 연고도 없이 방목 중인 나는,
사라진 별에 대해 묻지 않기로 했다
괜한 상처에 연루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먹빛 속에서 어렴풋해지는 나를 여러 번 놓친다
내가 무허가라는 거 저 밤이 먼저 알아채었다
부정확한 별을 밤 내내 건드렸다
검은 달은 큰 무기처럼 다가서고 타락을 숭배한 나는
실컷 미치거나 어떤 전율에 빠지거나
그리하여 변성기를 오래 느끼고 싶어서이다
한 목숨 끝에 얹히는 쓸쓸한 맛, 사람이 아니면 맛 볼 수 없는,
그대를 생각한 날들도 이러했던가

- 시집『우리 시대 시인 80명이 찾아낸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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