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지 못하고 주저앉아 정하해 등줄기 결린다 뜨끔거리거나 뒤틀리거나 그리워할 게 많은 사람들의 등은 유달리 허기져 결린다고들 한다 세상의 등을 건너면서 어찌 그런 허기 몇쯤 만들지 않았겠나마는 나는 고픈 등살 내비치기 싫어, 지금은 어디에나 등을 돌려놓을 수가 없다 내 등을 돌아 꽃들이 피똥을 싸는 계절 그것들에게도 등은 있을 것이다 저리 피는 종자별 등에도 숱한 허기들 묻히고 그 묻힌 것 한 개씩 쐬러 나온 것일 게다 외박처럼 시월의 길가에서 누군가 기다리다, 돌아서는 그들도 나처럼 결릴 것이다 멀리 가지 못하고 주저앉아 결릴 것이다 시집 / 살꽃이 피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