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무궁화 / 정하해
아낙 몇이서 잡풀 뽑고 있다
무궁화 주둥이 하얗게 벌어진 꽃그늘 아래
앉은걸음 치는 엉덩이 피곤해 보인다
진딧물 한가득 들러붙어 꽃의 진액을 빠는지
거적처럼 둘러쓴 흰 꽃받침대가 야위어
시들하다
나도 저렇게 들러붙을 어머니가 있어 진액을 빨았던가
끝물에 태어나 암죽을 먹었다는데
홀쭉한 젖무덤 원망깨나 한, 못된 짓만 했다는데
어머니를 보내는 며칠 전 누운 등허리 속으로 손을 넣다 알았다
칠피처럼 말랐다는 것을
그 마른 속속들이 흰 종이꽃을 바치고는 내 죄의 탕감을
지금껏 빌고 있는데
땡볕에 들어나는 아낙의 등이 봉긋한 무덤 같아
대낮의 순간이 참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