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서 시는 대부분의 경우 화의(畵意)를 풍부하게 해주는 화제의 역할이 주어질 뿐이고, 시가 주체가 되는 시화(詩畵)나 시의도(詩意圖)라면 그림은 시정(詩情)을 이미지화하여 상상력을 보충해주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마치 화가와 시인의 협업인 것 같은 화면이 이루어졌다. 흔치 않은 독특한 예이다. 시중유화(詩中有畵) 화중유시(畵中有詩)의 이상이 오래전부터 있었다거나, 그림에 시와 서를 갖추는 시·서·화 삼절의 전통이 있었다거나, 융복합의 시대라거나, 개인사적인 특수성이라는 빌미를 붙이지 않더라도 이러한 방향의 작업이 의미 있으며 더욱 성장시킬 의의가 크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