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야산에 올라
언제나 슬픔은 길을 따라 있었다.
풀꽃 몇 송이 길 위에 누워
두근거리는 내 발자국 소리에
숨죽여 떨고 있고
항상 가물거려 보이지 않는
남쪽에선 소문만 무성해
불어오는 바람은 언제나 차갑다.
산기슭에 몸을 버린 가랑잎처럼
낮에도 불은 켜는 지하실 장에서
미약한 손길로 생계를 거두는
노모의 기침소리가 연기처럼 갈라져
산으로 올라온다.
떨어질 것 다 떨어져
흙이 되어 있어도
아직 거두지 못한
우리 生의 슬픔들은
풀리지 않는 매듭이 되어
전신주에 걸려 있다.
북쪽 어딘가에 강물이 흐른다는
소리가 들리지만
돌아보면 아득히 오래 잠든 겨울 들판
질경이 마른 풀잎이 맨발로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