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비
낮게 흔들리던 구름이
내려앉으며
어둠보다 먼저 비가 내린다.
오랜 우울 속에 잠겨 있던
풍경들이
빗속에 젖어 가고
베란다의 꽃들은 먼 야생의
술 속을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키 작은 나무들이
팔을 벌리고 있는
비가 내리는 저녁
햇살을 데리고
떠난 새들은
지금쯤 어디를 날고 있을까.
닫힌 방안에서
오래오래 잊었던
슬픔 하나
다시 비에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