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계사 가는 길

                                     강문숙

파계사, 가을 끝에 서서 비에 젖는다.

단풍나무 환한 그늘 아래

붉은 꽃잎들 몸져눕는 저녁답,

적막하여라.

큰산이 입적하고, 다시 큰산이 떠오르는 날*은

산 밖에서 이미 젖은 사람들

저마다 딱딱한 벽을 안고, 벽이 되어

산을 오른다. 붉은 잎들 제 몸 내려놓듯이

얼마나 많은 세월 흘러야 가벼울 수 있을까.

잔가지 부러지는 소리. 허망하여라.

물푸레나무 고요한 떨림속으로

들어가 눕고 싶은 늦가을 저녁.

빈 산 들 아득히 비에 실려가고

파계사 가는 길은 아직도 멀다.

* 성철 큰스님 입적하신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