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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통해 에너지를 재충전' - 리안갤러리 초대 개인전 여는 김호득 화백
12/03/08 09:51:36 Artkorea 조회 1830

대구문화 3월호에서

 

그림을 통해 에너지를 재충전 

리안갤러리에서 개인전 여는 김호득 화백

 

 

  눈이 비가 되어 내린 날, 잔뜩 흐린 하늘을 뒤로하고 김호득(62·영남대 교수) 화백의 작업실을 찾았다. 군밤과 국화빵 한 봉지가 선물이었다. 주전부리 음식이라 대가의 작업실 방문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해서 잠시 망설였지만, 그는 동료들의 전시장 한 쪽에서 웃음을 지으며 소탈하게 서있는 사람으로 기억되어 선뜻 살 수 있었다.
  그가 손수 진하게 내린 아메리카노 한 잔을 받아 들고 첫 질문을건넸다.“ 건강은어떠신지요.”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었다. 미술계에서 그를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오가는 것이 몇 차례의 암 수술과 투병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지금 체중이 많이 내려가 있는 것 빼고는 괜찮아요. 작업하느라 바쁠 뿐이죠.”
  2009년 식도암으로 식도와 위 일부를 잘라내는 대 수술을 받았지만 좀 많이 야위어 보일 뿐 그는 정말‘괜찮았’다. 그의 건강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도 하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수술이나 투병생활과는 상관없이 매년 빠짐없이 대규모 개인전을 열어왔기 때문이다. 시안미술관에서의 개인전도 식도암 수술 직후 준비한 전시였다. 이듬해였던 2010년 봉산문화회관, 그리고 지난해 부산 갤러리 604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었고 이달에는 리안갤러리에 초대받았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시안미술관에서의 그의 전시를 본 후 ‘그가 이제 더 이상 뭘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감히 했었다. 시안미술관에서의 개인전을 김 화백 스스로도 인생 최고의 전시였던 것으로 꼽는다. 그는 1층에서 3층으로 이어지는 전시실들을 몇 번의 짧은 멈춤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한 번의 긴 호흡으로 연결되도록 동선을 구성했다. “수술 후 회복기에 더 몰입했죠. 그래서 몸이 더 빨리 회복됐을 수도 있어요.”  그 결과, 먹과 한지라는 재료와 시안미술관 전관을 한 호흡으로 담아낼 수 있을 작가는 김호득 외에는 없을 것이라는 단언도 나왔다.
  전시의 하이라이트였던 3층 전시장. 먹물로 바닥을 가득 채우고 천장에 30cm 간격으로 3cm씩 맞아지도록 한지를 천장에 매달았다. 이 작업이 주는 아우라는 미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관람객들의 ‘세포’마저도 관통하는 것이었다. 유모차를 끌고 전시장을 찾은 주부가 이 전시장에서 눈물을 왈칵 쏟았다는 후기도 있다. 비단 이 작품뿐만이 아니다. 호득 화백의 일련의 작품들에 대해 미술평론가 박영택은 ‘뇌가 아니라 심장을 파고드는 그림’이라고 평한다.
  “시안미술관 3전시실의 작품은 결국‘종이는 종이고 먹은 먹이더라.’는 나름의 결론을 이야기한 것이기도 하죠. 먹과 한지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으니까 할 수 있었지 않을까 해요.” 전시 마지막 날에는 천장에 매달았던 한지들을 모두 바닥의 먹물 속으로 떨어뜨렸고 그 결과물을 2010년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에서 선보였다.


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작가
  그는 지난해 1년간 안식년을 보냈다. 정년을 2년 남짓 남기고 교직에서 마지막으로 갖는 휴식기였다. 10년 전에는 무작정 여행하는 것으로 안식년을 보냈었는데 이번에는 작업에만 매진했다. 지루하리만큼 많은 시간들을 오롯이 작업에만 매달렸다. 휴식을 위해 집에 갔다가도 다음날 아침 날이 밝으면 부리나케 작업실로 달려갔다. “전날 밤에 해둔 작업이 어떻게 변해있을지 궁금해 죽겠더라고요. 전날 흥분하고 몰입했을 때의 감정을 다음날 냉정히 가라앉힌 상태에서 다시 돌아보는 거죠.”
 한번도 안주해본 적 없는 작가, 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작가. 안정될 듯하면 또다시 새로운 작품으로 나타나는 그를 일컫는 말들이다. 그는 스스로가 일평생 작두를 타고 노는 것 같다고 했다. “낭떠러지와 평야를 동시에 바라보면서 늘 갈등하며 가는 거죠. 혹자는‘저항’이라고도 하는데 새로운 것을 하는 건 작가의 의무 아닙니까. 이미 해 놓은 것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막막한 것이 오히려 더 스릴 있고 아슬아슬한 것이 더 즐겁다는 김호득
화백. 그에게‘두려움’이라는 단어는‘신선함’이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이달 리안갤러리에서 그는 기존에 즐겨 사용하던 ‘먹’작업 외에‘아크릴’의 검은색과 한지의 조화를 실험한 작품도 선보인다. 재료의 변화가 또 신선하다. “인생이 너무 명확하고 정해져있으면 재미가 없잖아요. 산에 올라갈 때 앉아서 쉬면 다시 일어나기 힘들 듯 나이 들어서 쉬면 회복이 더뎌요. 그림을 그리면서 에너지를 쏟고 그림을 통해 재충전하죠.”
  김호득 화백에게 나이와 화력(畵歷)은 안정의 대명사가 아니다. 인생의 어느 순간‘결국 공(空)이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될 지라도, 그는 그 찰나를 즐기고 남들과 다른 꿈을 꾸며 살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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