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천지나며
늘 안개 속에 숨어, 산은
밤마다 강의 옆구리 툭툭 걷어차고
그리하여 힘있게 흐르던 강
조금씩 조금씩 더 멍드는 곳,
기차를 타고 태백산맥 이름 모를 산협 감돌아
분천 지나다 보면
퍼렇게 멍들어 저 혼자 깊어가는
강을 만나게 되리라
이따금 물가에 나와 선 춘양목
팔장끼고 생각에 잠겨
강물 굽어보는 모습도 만나게 되리라
기차를 타고 분천 지나다 보면
이 땅의 멍든 속살
서럽게 서럽게 여물어 가는
모습이나, 물이 어떻게 세상을
다스리는지를 보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