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不惑을 위하여
이구락
굴렁쇠 굴리며 고향 쪽으로 달려가는
굽어서 잘 보이지 않던 길
서른의 들판 건너와 돌아보니
이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굽은 길 바라보며
흔들리지 않게! 흔들리지 않게!
나직이 구호를 뇌어 본다
빈 들판의 끝에
홀로 버려진 희망처럼 달빛처럼
그러나 자꾸 흔들리는 굽은 길
서른의 들판에서 홀로 서지 못했으므로
불혹의 깃발 아래서도
내 밧줄은 아직 묶을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