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隱)-현(現)’ 시리즈 신작 12점 전시…14일까지 환갤러리
자신의 작품 '은-현' 앞에 선 김봉천 작가. 이연정 기자
얇은 종이가 겹쳐진 듯한 이미지가 있다. 좀 더 멀리서 바라보니 바구니에 뭔가가 담기는 모습 같기도, 엄마 품에 안기려는 아이의 모습 같기도 하다. 또다른 작품은 캔버스 위에 형태의 절반만을 그려놨다. 나머지 형태를 상상해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관람객의 몫이다.
김봉천 작가의 '은(隱)-현(現)' 시리즈 작품은 정답이 없다. 보는 사람에 따라 무한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애매한 상황을 던져놓고, 관람객들이 자신의 상황과 감정에 빗대 자유롭게 해석하길 바라는 것이 그의 의도다.
시리즈 제목의 뜻인 '숨김'과 '나타냄'은 그가 10년 이상 천착해온 주제다. 한국화를 전공한 그는 한지, 발 등을 장치로 사용해 그것들을 표현해왔다.
작가는 "청명한 날보다 안개가 짙은 날, 저 너머의 무언가를 상상해보는 일이 많지 않나. 관람객들이 내가 의도한 한 가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상상력으로 작품을 봐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자유로운 선과 면의 결합처럼 보이지만, 완벽하게 사전에 구상한 뒤 이뤄지는 작업이다. 30개 가량의 직선을 캔버스가 아닌 컴퓨터 모니터에 띄운 뒤 포토샵으로 이리저리 변형시킨다. 변형된 조각의 일부를 떼어내 또다른 곳에 배치하며 틈을 채우기도 한다. 그 결과를 캔버스에 옮긴다.
테이핑한 뒤 물감을 칠하고 떼어내는 스텐실 방식으로 선이나 면을 표현하는데, 마치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옵아트 같기도 하다. 보는 거리에 따라 이미지가 달리 보이며 멀리서 볼수록 입체감이 살아난다.
그는 모든 작품이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 위한 실험의 과정에 놓여있다고 강조했다.
"어떤 작품은 매끈하고, 어떤 작품은 마티에르를 살려냈습니다. 베이스를 다르게 얹어 같은 물감이라도 다른 느낌과 발색이 나오도록 이런저런 시도를 해봅니다. 색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채색, 보색 등 다양한 색을 써보면서 상호 영향성을 실험해보고, 그 중에 괜찮은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환갤러리(대구 중구 명륜로 26길 5)에서 14일까지 열리는 그의 개인전은 지난해 갤러리문101에서 연 이후 1년 만이다. 신작 12점을 만나볼 수 있다. 그는 2월 달서아트센터에서도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120호 등 대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053-710-5998.
김봉천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환갤러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