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38    업데이트: 21-07-26 12:31

강문숙의 즐거운 글쓰기

[강문숙의 즐거운 글쓰기] 발상을 전환하다
아트코리아 | 조회 1,828
스물일곱 살 동갑내기 청년 ‘나와 M’은 벌써 서른 번의 면접시험에서 떨어진 취준생들입니다.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월셋방에 함께 사는 그들은 ‘면접시험의 역사를 새롭게 쓰자’라는 포부를 가슴에 품고 새로운 형식의 면접을 시도했지만 면접관들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하지만 결코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지요. 인터넷 기획회사에 면접을 볼 땐 둘이서 만담을 했고(면접관들은 아무도 웃어주지 않았고), 애니메이션 제작회사의 면접에서는 어설픈 마술쇼를 하기도 했으나 소품으로 준비해둔 손수건에 불을 잘못 붙여서 천장에 붙어 있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는 바람에 또 떨어지고 마는 그런 식이었지요. 그러나 실패를 교훈삼아 어제의 면접 준비는 나름대로 철두철미하게 했습니다. 컴퓨터게임 회사였는데, ‘게임 하나를 시작하면 끝장을 보시는 분’이라고 응모자격란에 적혀 있었지요. ‘컴퓨터게임을 테스트하는 일은 엉킨 실뭉치를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하나씩 하나씩 참을성 있게 풀면 모든 매듭을 풀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라며 인내심을 강조하기 위해 엉킨 실을 야심차게 꺼내었으나 너무 연습을 많이 한 탓에 이미 엉킨 실은 엉망진창이 되어 5분도 안되어 쫓겨나고 맙니다. 돌아가는 길 지하철에서 그 실뭉치의 매듭은 풀었지만 길이를 재어보고 싶어서 실을 풀어서 지하철 길이로 가늠하는 것을 시도합니다. 

폭탄 설치범이라는 승객의 신고를 받은 역무원에게 엉겁결에 퍼포먼스를 하는 예술가라고 둘러댑니다. 그 모습을 누군가 동영상으로 찍어 ‘거리의 예술가’라는 제목의 영상은 SNS로 일파만파 퍼져 나갑니다. 유튜브를 본 어느 회사로부터 외부 입사면접관으로 초빙을 받게 되고, 그들은 갖가지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하는 전문면접관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는, 김중혁 작가의 단편소설 ‘유리 방패’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물론 소설의 마지막에는 정체성을 고민하는 걸로 끝을 맺지만.

소설이라는 글쓰기를 통해 표면적으로는 사회로부터 추방된 루저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심층적으로는 오히려 그들 스스로 회사나 사회로의 입사를 거부하는 ‘나와 M’의 이 ‘면접놀이’는 유희로서의 삶에 대한 태도와, 이 시대를 비판함과 동시에 살아가는 방법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어떠한 형태의 글쓰기든 중요한 조건 중에 하나인 발상의 전환을 아무리 장황하게 설명한다 해도 이렇게 단 한편의 이야기를 들려주느니만 못할 것 같아서 좀 길게 적어 보았습니다.

발상의 정의는 어떤 생각 또는 상상을 해내는 힘입니다. 전환은 일반적으로 물질 또는 정신의 한 상태로부터 다른 상태로의 변화를 말하지요. 이를 통해 발상의 전환은 어떤 생각 또는 상상을 하는 힘 또는 방법을 바꾼다는 말이 됩니다. 즉 기존에 인지하고 있던 자신만의 생각이나 방법을 의도적으로 바꿔 발상의 능력과 결과물을 바꾸는 행위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능력 중 하나가 바로 발상의 전환과 창의적 인지능력이지요. 마찬가지로 즐거운 글쓰기도 동일한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시인·전 대구시영재교육원 문학예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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