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겨울 오후가 톡, 톡,
햇빛들 외출하고
혼자 집 보는 방.
겨울 오후가 톡, 톡, 창을 두드린다.
마음이 먼저 일어나 반긴다.
격자무늬 겹문 사이로
낮 동안의 정적 사이로, 발꿈치를 들고
뛰어드는 눈, 눈, 눈발들......
불켜지듯
벽지 속의 꽃잎들 쏟아져 내린다.
책상 옆, 관음죽 주위로 번지는
이 가벼운 어지러움.
찻물 끓이는 오후,
마음은 문밖으로 불려 나가고
둥글어지는 길이 환하다.
이런 날이 있었으리라. 혼자 있는 겨울 오후, 따뜻한 방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책을 읽거나 몽상에 빠져 이리저리 뒤척일 때, 고요히 찾아오는 평온함. 문득 밖이 소란스러워 고개를 들어보니 희끗희끗 눈발이 날리는 십이월의 막바지, 소리 내어 호들갑을 떨진 않지만 마음이 가볍게 떠오르며 아, 이렇게 한 해가 가는군... 가벼운 어지럼증이 일며 아찔해지던 순간을 만났던 적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었을 터이다. 새날이 올 것을 믿기에 마음은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