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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를 위한 노래
‘폐품 할머니’ 故 장경자 씨. 79세
- 전재산 1억 대학에 기탁
‘콩나물 할머니’ 임순득 씨. 76세
- 12억 건물 충북대에 기증
‘나무 할머니’ 김은주 씨. 84세
-20억 장학 사업
‘젓갈 할머니’ 유양선 씨. 65세
- 13억 원대 재산 대학, 초등학교에 기부
‘삯바느질 할머니’ 손성찬 씨. 82세
- 5억 평창고교에 장학 기탁
‘버선 할머니’ 고 장경자 씨 .79세
- 전재산 1억 대학게 기탁
<그들이 있었기에 세상은 따뜻했다>
- 00 일보 1999년 12월 31일 금요일 판 1,34, 35면
시장 귀퉁이에서 혹은, 길을 가다가
지하철 안에서 그이들을 보았을 것이었다.
골목 끝에 날리는 비닐봉지 보듯, 고개를
외로 꼬거나 발끝으로 밀치고 지나갔을 터.
누구나 알맹이가 될 수 있지만
저렇게 아름다운 껍데기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윗목에 함부로 던져 놓은 낡은 외투가
단잠에 빠진 육신을 밤새 지키듯이
주름으로 뒤덮인 저 껍데기 처절할수록
그의 생은 뜨겁고 치열했으리라.
구세군 자선냄비 소리가 들리는 세모. 이때쯤이면 누구나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살아온 날들의 회한에 젖어 자꾸 고개를 아래로 떨구게 된다. 한편에서는 검은 돈이 트럭에 실려 정치인들의 손에 들어가는 동안, 가장 낮고 보잘것없는 거친 손으로 평생을 벌어들인 그것이 이 세상을 따스하게 비춘다. 아무도 그들의 손이 남루하다고 탓할 수는 없으리. 신동엽이 ‘껍데기는 가라’고 소리친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저 껍데기...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