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
-강문숙-
양산 통도사에 가려면 물금을 지난다지 물금은 통도사에 닿기 위한 통과의례 모든 것을 금지 당한다지 한 그릇 목망으로 가득한 밥통 오른쪽 어께에서 겨우 왼쪽 어깨를 옮겨 다니는 검은 가방 가슴 저 안쪽에 숨겨두었던 그 이름마저도 버려야 한다지 나침반 하나 없어도 제 갈길 찾아가는 구름 구름 속의 산책처럼 가벼운 새들의 날개짓으로 통과할 수 있다지 물금 지나고 그렇게 가다보면 길이 통하고야 마는 줄 알다가 그것마저 無로 돌아가고 마음을 통째로 허공에 맡겨버리면 그제서야 이르는 길이라지 전생의 빚 갚으러 가는 길이라지 그러나 나, 아직 가고 싶지 않은 길 그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