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7    업데이트: 20-01-21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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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영 작품전- 신항섭 평론
관리자 | 조회 2,040
강희영 작품전
 
생각하는 그림으로서의 가치를 중시
 
신항섭(미술평론가)
 
전통회화는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는 시대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데 그 원인이 있다. 다시 말해 현대인의 생활정서와 전통회화는 그리 잘 어울리는 궁합이라고 할 수 없다. 전래의 표현기법이나 표현양식을 답습하는 것만으로는 현대인의 미적 감각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현대인의 미적 감각에 부응하는 그림이 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채색화 작가들의 과제인지 모른다.
강희영도 이와 같은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식에서인지 새로운 조형적인 해석을 모색하고 있다. 채색화에서 전통성과 현대성을 조화시키는 일은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전래의 재료를 떠나서는 전통회화가 성립될 수 없다는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한 까닭이다. 실제로 대다수의 전통회화 작가들은 전래의 재료를 그대로 사용한다는 자부심이 강하면서도 현대적인 해석은 주저한다. 그 역시 채색화의 전통성을 견지하면서도 현대라는 시대감각을 반영하고자 노력한다.

어쩌면 그가 보여주는 일련의 새로운 조형적인 모색은 전통적인 시각에서 볼 때는 확실히 현대적이다. 전통적인 시각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련의 새로운 조형적인 시도가 그렇다. 채색화임에도 수묵화를 위주로 한 ‘양귀비-수묵’이라는 작품의 경우 꽃은 수묵, 꽃을 담은 그릇은 채색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비밀정원’이라는 작품은 고양이를 하단에 배치하고 배경을 흰색 실루엣으로 처리하는가 하면, 두 송이의 양귀비꽃을 공중에 띄우는 초현실적인 구성이다. ‘동백’ 이나 ‘blooming’ 역시 포지티브와 네거티브, 즉 채색으로 표현한 실상과 선묘방식을 대비시키는 수법이 이용되고 있다. 특히 ‘blooming’은 모두 7개의 꽃송이를 둥그렇게 모아놓은 작품인데 다섯 송이는 실상으로, 나머지 두 송이는 윤곽선만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발상은 현대미학의 관점으로나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채색화의 조형개념과는 사뭇 다른 의도적인 표현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일련의 새로운 구성 및 채색기법은 확실히 전통적인 채색화의 개념과는 사뭇 다른 의도를 드러낸다. 시각적인 아름다움만을 지향하는 유미주의적인 관점과는 달리 주관적인 시각이 선명히 드러난다. 실상과 허상을 하나의 화면에 놓음으로써 실상의 존재감이 더욱 뚜렷해진다. 상반되는 이미지 대비를 통해 시각적인 인상을 강하게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화조 및 영모를 소재로 하는 채색화임에도 색상의 폭을 제한함으로써 전통회화의 양식적인 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주어진 상황, 전통회화의 양식적인 규범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조형세계를 영위하겠다는 작가적인 의지의 표명이다. 다시 말해 채색화도 다양한 시각 및 모색을 통해 신선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작가적인 의도, 즉 메시지가 함께 하기 마련이다. 구도 및 구성에 대한 다양한 모색은 순수조형의 문제를 통해 새로운 시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의 표명이다. 양귀비꽃을 화면 중심에 모으고 줄기를 화면 밖으로 내보내는 식의 비현실적인 구성의 ‘양귀비’가 그렇다. 진달래꽃들이 화면 중심으로 모이고 줄기는 사방으로 흩어지는 식의 ‘봄봄’도 이에 해당한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개와 고양이 그리고 나비는 정태적인 존재인 꽃과 달리 동적인 존재이다. 따라서 이들 동물은 단순한 영모화의 소재로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의 내면세계를 반영하는 능동적인 존재가 된다. 꽃을 올려다보는 고양이나 나비를 응시하는 개의 시선을 통해 그 자신의 내면을 투사시키는 것이다. 어쩌면 그는 이들 동물을 의인화하고 있는지 모른다. 꽃이나 나비를 응시하는 고양이와 개의 시선 및 표정에서 작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에 그렇다. 이는 사색을 즐기는 작가로서의 면모를 말해주는 부분이다.

그의 미적 감수성은 아주 예민하고 섬세하다. 사물에 대한 치밀하고 정밀한 묘사력은 그의 작가적인 역량을 의심할 수 없게 만든다. 이는 정확한 비례감각을 지니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그는 눈에 보이는 사실을 재현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소재 및 대상에 의미를 담는 작가의식이 투철하다. 다시 말해 내용이 담긴 그림을 그린다는 작가정신을 중시한다. 물론 소재 및 대상이 무엇이든지 그림으로 만들 수 있는 손의 기술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묘사력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거기에 사고를 유인하는 내용, 즉 회화적인 사상 및 철학이 빈곤해서는 안 된다.
그의 그림은 조형적인 새로운 시각을 통해 감상자로 하여금 그림의 내용과 만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구성과 구도, 그리고 내용이라는 몇 가지 장치를 이용하여 시각적인 즐거움을 넘어 그림의 내적 의미와 만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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