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36    업데이트: 26-11-04 21:22

시2

해금 울다 / 정순오
관리자 | 조회 4
해금 울다
                   
 정순오


멀고 아득한 바다를 헤치고 돌아온 배의 굳은살 위에
따개비들 따닥따닥 올라앉았다
 
공중에 아슬아슬 목숨을 매달고
긁힌 상처의 녹물까지
쇠망치 날 세워 두드려대는 깡깡이 어머니
 
한 시절 바람 든 뼈마디로 견뎌낸 잡역부
세습되는 비렁뱅이의 울음소리는
파도 소리에 얹혀 소실되어 간다
 
어머니가 부숴낸 것은 따개비의 집이 아니라
어찌해도 이길 수 없는 가난이었던가
 
눈물 흘러 녹물 되고
녹물 차올라 짠 눈물 되어
굽이치는 고통의 바다를 휘젓듯
아직도 쇠망치질 소리 귓속에 가득찬 환청들
 
소리가 밥이 되고 연탄이 되는 시절
간주 받는 날은 음악으로 들린다
바람든 뼈로 연주하는 소리의 꽃
해금이 종일 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