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5    업데이트: 25-01-23 14:24

언론 평론

[대구신문]장수경 초대전, 돌담갤러리
아트코리아 | 조회 53
정물화 풍경 속 ‘정중동’ 조화·균형 서술
동양 철학적 사유 재해석한 예술
일상 속 ‘특별한 순간’이 창작 동인
감정 표현해도 ‘본질 간파’가 목적



장수경 작 ‘Lost memory(blue)’



장수경 작 ‘with tree(푸른지붕)’
“조용함 가운데 움직임, 움직임 가운데 조용함”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정중동(靜中動)’은 동양철학과 예술 분야에서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다. ‘정중동’은 외적 모습과 내적 상태의 균형을 강조하며, 그 자체로 예술의 깊이를 더하는 중요한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장수경 작가의 경우도 정중동을 자신의 예술세계를 형성하는 요체로 인식한다. 이런 점에서 그의 예술은 동양철학의 범주에 위치한다.

장수경 초대전이 돌담갤러리(관장 하종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시에는 장수경 특유의 화풍으로 묘사된 정물화와 풍경화 30여점을 걸었다. 장수경의 화풍은 정물화와 풍경화로 압축된다. 정중동의 조화와 균형에 대한 가치를 정물화 풍경 속에서 서술한다. 작가의 정중동은 파꽃이나 카라를 묘사한 정물화에서 고요한 아름다움 속에 감춰진 미묘한 동적 요소를 포착하는 것으로 실현된다. 또 성모당이나 도심 속 가로수 등의 풍경화에선 자연과 인간, 시간과 공간의 흐름 속에서 드러나는 동적 긴장감을 발견하고, 그곳에 공기를 감싸는 미세한 평화로운 기운을 병치하기도 한다.


정중동은 그의 작품에서 단순한 미학적 기법을 넘어 동양의 철학적 사유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예술적 시도로 해석된다. 그의 예술은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관람자에게 던지는 “내면의 평화와 함께 외적 변화를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질문”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정중동은 제 예술의 근본적인 흐름이자 제가 추구하는 존재의 본질적인 균형과 조화를 의미하는 중요한 철학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림의 소재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풍경이나 대상들이다. 하지만 그저 평범한 일상의 재현은 그의 관심사 밖이다. 그가 일상에서 찾는 가치는 무엇과도 비견할 수 없는 특별한 순간들이 갖는 위대성이다. 매일 오고가는 도심의 도로지만 날씨나 온도, 바람 등의 도로 주변을 감싸는 그날 그 시간대에 전하는 특별한 기운이 그에게는 창작의 동인이자 행복의 요소들이다. 이런 일상적인 대상들은 그의 감정선을 건드리고 특별한 감정으로 특별하게 감각한 대상은 익숙하면서도 생경한 중의적인 풍경으로 재탄생한다.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든다. 대상을 명확하게 묘사하지 않고 흐릿하면서도 몽환적으로 표현한 기법의 결과다. 그는 붓 대신 칫솔이나 솔 등의 도구에 물감을 묻혀 뿌리고 튕기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터치가 중첩될수록 풍경은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분위기로 나아간다.

칫솔이나 솔에 묻힌 물감을 강약 조절로 뿌리고 튕기는 기법에서 반복은 필수다. 붓으로 한 번에 표면을 칠할 때와 달리 도구로 뿌리고 튕길 경우 빈 공간들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 공간들을 채우기 위해 반복적인 수행이 이어진다. 행위의 반복은 그에게 단순히 면을 채우는 것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끝을 알 수없는 깊이감을 확보하는 방법론으로 인식된다. 이럴 경우 작가의 서사는 풍성함을 더하게 된다

“저는 그림을 그린다는 단순 행위 너머에 있는 저의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로 생각하기 때문에 최대한 제 감정 상태와 흡사한 상태를 표면에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감정을 기반으로 하는 작업인 만큼 화면 속 대상은 상징적 존재로 묘사된다. 형상에 국한된 사실적 묘사보다 대상의 본질을 꿰뚫는 것은 그가 예술을 통해 추구하려는 가치다. 각각의 대상들에 각기 다른 의미와 감정이 개입되지만 결국 목적지는 ‘본질 간파’라는 하나로 모아진다.

‘파꽃’ 정물에서 ‘파꽃’의 본질은 꽃말인 인내의 미덕이다. 이를 기반으로 작가는 ‘참고 견디면 반드시 좋은 일이 올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파꽃 정물화에 이입한다. ‘카라’ 정물에선 ‘순수’와 ‘천년의 사랑’이라는 꽃말을 중심으로 현대 사회에서 조건적인 사랑의 전제조건을 비판하며 조건 없는 순수한 사랑의 가치를 재확인한다. 카라는 그 자체로 순수한 사랑을 상징하며, 이를 통해 관람자에게 사랑의 진정성과 순수함을 되돌아보게 한다.

또 다른 작품인 도심 속 빌딩 사이에 있는 가로수를 묘사한 풍경에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한다. 작가는 현대 도시 환경에서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염원을 작품에 담아낸다. 빌딩과 가로수가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다양한 소재와 기법으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하는 장수경. 무엇보다 ‘정중동’의 개념을 극대화하는 것이 그에게 당면한 과제인데 ‘정중동’의 개념은 화면에서 극적 대비로 극대화한다. 꽃과 꽃병의 대비, 강렬한 색과 부드러운 색의 대비, 자연과 인간의 대비 등이 대표적이다. 생기 가득한 꽃에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정적인 다완을 표현하거나 화병에 동적인 물고기를 추가하는 방식들은 대비를 통한 효과를 극대화한다. 전시는 2월 28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출처 : 대구신문(https://www.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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