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미술인상’ 문인화 부문 본상 채희규 선생
대구·경북 현대문인화 저변 넓혀
“내년엔 인사한국미술관서 개인전”
“이런 큰 상을 받으리라고는 예상도 못했습니다. 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되는지….”
최근 서울에서 열린 ‘제10회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을 기념한 시상식에서 대한민국 미술인상 본상(문인화 부문)을 받은 소감을 묻자 청오 채희규 선생(82)은 역시 청오 선생다운 답을 했다. 마치 젊은 작가가 처음 상을 받은 것처럼 겸손함이 가득한 대답이었다. 선비정신을 담고 있는 문인화를 수십 년간 그려온 대가다운 면모를 느끼게 했다.
<사>한국미술협회는 대한민국 미술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미술인들에게 매년 미술인상을 시상하고 있다. 서양화, 한국화, 서예, 문인화 등 6개 부문별로 한 명씩 시상하는데 올해 청오 선생이 그 영광을 안았다.
창작활동과 미술교육에만 힘을 써왔고 다른 일은 별로 한 것이 없기 때문에 수상 통보를 받고는 깜짝 놀랐다고 했지만 청오 선생은 1989년 서울에서 결성된 한국문인화협회의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등 문인화 발전에 노력해왔다. 또 79년부터 지역에서 열린 각종 서예교육 프로그램에 강사 등으로 참여해 사군자화와 현대문인화의 저변을 크게 넓혔다. 89년 청오서예연구원을 열어 현재까지도 많은 문하생을 배출하고 있다. 74년부터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90년 대구 대백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연 뒤 2013년까지 7차례 개인전을 개최했다.
서예로 시작해 사군자화로 널리 이름을 알린 청오 선생은 고아하고 정취한 기품의 사군자를 두루 섭렵했으며 그중 생동감 넘치는 묵죽의 역발산(力拔山)한 필력은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원로문인화가로서 현재도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청오 선생은 내년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등 여든을 훌쩍 넘긴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창작열을 보여주고 있다.
“내년 하반기 서울 인사한국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입니다. 지역에서 주로 개인전을 개최해왔는데 첫 서울 전시라서 더 좋은 작품을 보여줘야겠다는 부담이 큽니다. 990㎡ 규모의 큰 전시장인 만큼 제가 걸어온 작가로서의 삶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는 앞으로 다시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 기회가 오겠느냐고 반문하며 처음이자 마지막 서울 전시라 생각하고 좋은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말 끝에 청오 선생은 최근의 문인화계의 흐름에 대해 아쉬운 말도 덧붙였다. 한국의 전통미술인 문인화를 현대인의 감각에 맞게 현대화하는 취지는 좋지만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안타까움이 담긴 말이다.
“현대화하는 것은 좋지만 전통기법에 충실하면서 현대화를 지향했으면 합니다. 현대화라는 명목 아래 문인화의 정체성이 흐려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는 실기에만 충실한 최근 문인화계의 풍토에 대해서도 조언을 했다. “문인화는 작가의 철학과 삶, 마음속 생각 등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를 그림으로 형상화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탄탄한 이론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너무 실기 위주로 흐르다 보니 이런 정신이 제대로 묻어나지 않은 작품이 많은 듯합니다.”
그는 문인화를 하는 후배들이 전업작가로 활동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안타깝게 생각했다. 도와주고 싶지만 여력이 안되어 그의 아픔은 더욱 크다.
“좋은 작품이 나오려면 작가가 치열하게 작업을 해야 하는 게 최우선이지만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지지해주는 시민들의 애정도 필요합니다. 문인화를 사랑해주는 분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